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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이브리지 May 07. 2021

아버지,이십 대는어땠나요?

[일상의 하루] 아버지를 보내드리며

허겁지겁 주민센터에 달려갔다. 조금이라도 아버지의 흔적을 찾기 위해.


아버지의 젊은 날은 어땠을까? 문득 아버지를 보내드리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우리는 그의 젊은 시절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랫동안 사회생활을 하셨다는 것을 알기만 했지, 막상 젊은 시절, 특히, 부모님이 결혼하기 전 청춘 시절에 어떤 꿈을 꾸고 어떤 방황을 하였는지 몰랐다. 아버지가 사회생활을 언제 시작하였는지, 막상 돌아가시고 나서야 그의 흔적을 찾아보며 오늘 처음 알았다.


"스무 살도 되기 전에 아버지는 사회생활을 시작하였나 보다."


결혼하시고 난 뒤의 이야기는 아버지나 어머니가 가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리고, 우리의 기억에도 남아 있다. 그러나, 블랙홀과도 같이 스무 살 즈음의 아버지에 대하여는 들어본 적도 없고 도통 기억이 다.


“아버지는 젊은 시절 어떠셨나요?” 무슨 고민을 하였을까? 어떤 삶의 여행을 하셨을까?


그와 함께 산책하고, 커피 두 잔을 마주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  아버지에게도 꿈을 꾸던 청춘이 있었고, 잘 안 풀려 방황하던 시절, 시험과 사회생활을 앞두고 전전긍긍하느라, 잠 못 들던 이십 대가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를 멀리 보내드리고 온 다음날 아침, 뒤늦은 책 한 권과 주민센터에서 받아온 그의 흔적들, 그리고, 젊은 시절의 잘 생겼던 빛바랜 사진을 닦으며, 아버지와 대화한다. 발자취를 떠올려 보려고 하지만, 콧등에 눈물만이 하염없이 흘러내린다.


평생 사랑한단 말 한 번 안 하고, 자식에게 선물 한 번 주지 않은 아버지였지만, 내내 놀다가 골아 떨어진 어린아이를 번쩍 안고 매 번 잠자리로 옮겨 주었다.


아버지의 젊은 시절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우리 고민도 털어봅니다. 우리 나이 때 아버지도 비슷한 것을 겪었고, 인생 구단일 테니까.


아버지, 젊은 날 듣고 싶어.


혹시 아나요? 비밀 이야기를 들려주실지.


by 웨이브리지, 글모음 https://brunch.co.kr/@wayb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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