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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이브리지 Apr 04. 2021

주제가 있는 글쓰기

[10년 후 더 빛나는 책] 논문 잘 쓰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

글쓰기는 남들이 말하지 않은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것이다.


논문을 쓰며 자주 듣는 말은, “당신의 독창적인 공헌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이다. 주제를 고르는 것부터 관련 정보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고 참고문헌을 어떻게 정리하고 축적하여야 하는지, 결론을 어떻게 맺는 것이 좋은 지에 대하여, 즉, ‘논문 쓰는 방법’에 대하여 심도 있는 고민을 하지 않고 글을 쓰게 된다.


움베르토 에코의 논문 잘 쓰는 법

움베르토 에코의 ‘논문 잘 쓰는 방법’은, 굳이 논문을 쓰지 않더라도, 주제가 있는 글쓰기의 기본을 알려준다. 움베르토 에코는 ‘장미의 이름으로(1980년)’의 대표작이 있으며 20세기 인문학계의 거두이다. 비록, 움베르코 에코가 인터넷과 워드프로세서가 없던 1977년에 이 책을 썼지만, 몇 십년이 지나서도 그의 글쓰기의 방법론은 유효하다. 


미래의 삶에 필요한 글쓰기

글쓰기란, 문제를 명확히 인식한 뒤에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의사소통의 방법으로, 미래의 삶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도구이다. 글쓰기는 독창적인 작업으로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들이 말하지 않은 무엇인가를 발견하여야 한다.


글쓰기는 크게 4단계로 진행된다. 주제 선정, 관련 문서 리스트 검색 및 정리하기, 나만의 글쓰기(가설 및 검증, 이론 제안), 그리고 열린 결말을 갖는 결론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논문을 쓰는 데는 최소 6개월은 준비를 하여야 하고, 3년을 넘기지 않게 하여 논문을 완성하여야 한다.

주제 선정

다양한 주제를 선정할 수 있지만, 파노라마식 주제의 글을 쓸지, 단일의 주제의 글을 쓸지 정해야 한다. 이는 마치 사진을 찍는 것과 같아서, 강 풍경을 찍는 것과 강 앞에 빈 의자를 가져다 놓고 같은 곳에서 의자를 찍는 것은 초점에 따라 주제가 확연히 다르다. 


주제를 가능한 세분화할 것을 에코는 추천한다. 예를 들어, 포괄적인 ‘화산학’ 대신에 ‘파리쿠틴 화산의 탄생 및 죽음 (1943년 2월 20일에서 1952년 3월 4일까지)’과 같이 제한된 테마로 주제를 선정하여야 그 파리쿠틴 화산에 대하여 정말로 언급되어야 할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다. 


과학적 논문은 다음을 따라야 한다.

(1) 같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인식하고 있는 중요 문제이거나, 전문가들이 인정할 수 있는 접근법으로 새롭게 정의가 가능한 것을 주제로 한다.

(2) 이런 주제에 대하여 이전에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것을 찾거나, 이미 언급되었다 하더라도, 다른 시각에서 재조명해야 한다. 주의할 것은 논문은 기존 지식의 보급판처럼 기술하면 안 된다.

(3) 연구는 다른 사람에게 유용해야 한다.

(4) 연구는 제시한 가설을 다른 사람이 검증할 수 있도록 충분한 논리적 근거들을 제공해야 한다.


자료 조사

주제를 선정하였다면, 주제와 관련된 참고 문헌을 정리하여야 한다. 참고 문헌은 글을 써가는 과정에서 계속 업데이트한다. 움베르토 에코의 시절에는 책과 논문의 리스트를 찾기도 어려웠고, 구하기도 어려웠지만, 인터넷 시대인 지금은 이런 검색과 문헌 확보는 쉬워졌다.


다만, 너무 많은 관련 정보가 있으므로, 1차적으로 직접 읽을 것과 2차적 참고 문헌을 구분하여야 한다. 논문을 쓰는 데 활용되는 1차 참고 문헌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 에코는 독서 카드, 인용 카드, 작업 카드에 대하여 자세한 설명을 하였다. 특히, 카드의 작성법과 리스트 관리에 대하여 강조를 하였고, 지금 쓰는 글쓰기 뿐만 아니라, 다른 논문과 글을 쓸 때도 활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


원고 쓰기

에코는 “누구에게 말하는 가?”를 명확히 하는 것이, 글쓰기의 중요한 기본이라고 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글을 읽는 사람은 4명을 넘지 않게 될 것이다. 언제나 아주 명료하고 부끄러움 없이 잘 설명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는 글을 쓴 저자와 같은 수준의 지식과 자료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가정하고 글을 써야 한다. “논문이란 마치 체스게임과 같다. 다만,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어떻게 말을 움직일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코 독자에게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다.”


글쓰기는 사회적 행위이다. 글을 읽는 독자가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서이므로, 굳이 인칭을 쓴다면, ‘나’보다 ‘우리’를 쓰는 것이 좋다. 그리고, 글을 쓸 때, “잘은 모르지만”,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과 같은 표현을 쓰지 마라. 글을 쓰기로 했다면 당신은 몇 개월째, 아니면 최소 10시간 이상을 검토한 다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것이다. 당신이 선정한 이 특정 주제에 대하여는 당신이 최고의 권위자임을 잊지 마라.


다만, 글을 쓰는 분야에서 독창적인 연구를 위해 가설을 어떻게 수립하고, 가설 검증하는 방법론에 대하여는 특정하지 않았다. 글을 쓰는 주제에 따라 철학적 검증, 수학적 검증, 실험적 검증, 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 방법을 다르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열린 결말

글쓰기의 결론은 읽은 사람으로 하여금 추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그리고 비판을 할 수 있도록 열린 결말을 써야 한다. 앞으로 시도해 볼만한 연구주제가 무엇이 있는 지 말하는 것이 좋다.


‘논문 잘 쓰는 방법’이라는 책 제목이지만,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주제 선정을 어떻게 할지, 독서 카드와 인용 카드의 생성과 리스트 관리의 중요성, 결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좋은 가이드를 준다. 모든 글을 논문처럼 쓸 필요는 없으나, 이런 주제 선정과 방법론을 염두하고 써야 한다. 어떤 주제의 글을 쓴다는 것은 역사적, 이론적, 기술적 지식을 습득하고, 또 그 분야에 대하여 배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움베르코 에코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맺는다. “글을 쓴다는 것은 스스로 즐거움을 얻는 것이며, 글은 마치 돼지와 같아서 버릴 것이 전혀 없다.”


by 웨이브리지, 글모음 https://brunch.co.kr/@wayb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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