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하루] 운길산 수종사
한 해의 반이 후딱 지나간 7월 아무 계획도 없이 하루 휴가를 냈다. 지난 4월부터 읽기로 한 책(‘인간 본성의 법칙’, 로버트 그린 지음)을 아직도 읽고 있는 중이라, 마저 읽을 겸 카페에 앉아 한 나절 보내려고, 아침 10시쯤 양평에 도착할 심산으로 일찍 길을 나섰다. 최근에 양평에 카페가 새로 오픈했다고 하니, 3층 테이블에 앉아 남한강을 바라보며, 책을 읽고 있을 모습을 떠올리며 강변북로를 달리고 있다.
마음 가는 대로
팔당댐 근처를 지날 즈음, 하늘은 다소 흐렸지만 선명한 녹색의 산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저 산에 들렸다 가는 건 어때!’ 며칠 전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본, 수종사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떠올랐다. ‘잠시 들렸다 가도 늦지 않겠지.’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산 중턱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수종사에 올라간다. 북한강과 남한강을 함께 볼 수 있는 탁 트인 광경이다. 어제 충청도에 내린 폭우로 남한강은 황톳빛, 북한강은 여전히 맑은 물빛이다. 다른 색깔의 두 개의 강이 하나로 합쳐지고 있다. 잠시 보인 파란 하늘은 산과 나무와 건물을 어울려 선명하게 한다. 지나간 600년의 시간을 아련히 마주하는 곳이었다.
차 있는 곳으로 되돌아오다 다시 만난 갈래길에서 운길산 정상까지 800m라는 표식에 ‘30분이면 오르겠네’라는 생각으로 발걸음은 다시 산 정상으로 되돌린다. 평일 오전이라 오롯이 산을 오르고 있다. 꼭대기는 어느 방향으로 얼마큼 가야 하나 생각하다가도, 어느새 지금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을 더 살피게 된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처음 올라가는 길이어서 그런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나의 하루하루와 다름이 없이 느껴진다.
계획대로 된 게 하나도 없는 여정
홀로 오른 산 봉우리에서 유난히 ‘길’이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오늘 하루는 잘 보내고 있는 데, 나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오늘처럼 정해진 목적지가 아니라도, 영감을 주는 곳이면 어디든지 변덕을 부리며 향해가겠지.’ 내려가는 길 중간중간에 산을 오르는 분들을 만난다. 30분 정도 걸릴 것을 알지만, 그들에게 말한다. “다 와가요. 10분 정도만 올라가세요.” 올라가는 뒷모습이 다시 힘을 내는 듯하다. 금요일 오후 길 막히기 전에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아침에 가고자 했던 카페는 들르지 않고 되돌아왔다. 아침에 머뭇거리며 답하지 못한 “아빠 오후에 나 데리러 와!”라고 외치던 아이의 태권도장으로 마중 간다. 계획대로 된 게 하나도 없는 하루였지만, 인생의 반절에서 오늘 걸어가고 선택했던 그 길들이 본래의 모습이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