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마을 여행] 제주 새별오름
여름날 하늘은 흐렸지만, 오름 아래에서 100m 높이의 새별오름에 올랐을 때, 회오리바람과 함께 억수같이 장대비가 퍼부었다. 다들 서둘러 내려가는 데, 아이와 함께 올라왔기에 비바람 속에 내려 가지를 못하고 정상(해발 519m)을 가리키는 돌비석 뒤에 뒷사람이 건네 준 우산 하나로 바람과 비를 버티고 30분을 떨었다.
비바람에 놀라며 쫄딱 젖은 아이는 새별오름에 올라온 것에 대하여 울음을 터뜨렸다. 오름에서 볼 것으로 기대했던 한라산과 멀리 바다가 보이는 풍경은 고사하고, 빗속에 갇힌 아이에게는 새별오름은 두려움의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다.
다음 날 제주도를 떠나는 날이 되었다. 오후 일정은 애월을 거쳐 공항으로 가는 계획이었지만, 비가 그친 걸 확인한 우리는 새별오름을 다시 가 보기로 하였다. 어제보다는 날씨가 조금 나아지고, 간혹 햇살이 드러나고 있었다. 무엇보다 또 하나의 두려움이 각인되는 것이 싫었다.
어제의 기억이 올라가는 것을 주저하게 하였지만, 한 번 올라봤던 길이라 올라가는 길이 어렵진 않았다. 20분 만에 정상에 도착했다. 동쪽에는 산이 보이고, 서쪽에는 저 멀리 푸른 바다와 협재 해수욕장, 그리고 비양도가 보인다. 내려오는 길은 꽃과 갈대를 구경하며 연신 사진을 찍으며 동요도 부르고 있다.
두려움과 주저함으로 남을 뻔한 새별오름. 다시 다가간 새별오름은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며칠 전 연천에 있는 30m 높이의 호로고루 언덕에 올라갔다. 아이는 “여기 새별오름 같아!!”라고 하며, 몇 번이나 오르락내리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