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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이브리지 Dec 05. 2021

태어나느라 바쁘지 않다면, 죽느라 바쁜 것이다.

[10년 후 더 빛나는 책]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지음)

스티브 잡스와 러브 액츄얼리의 교차점, 조니 미첼

연말이 되면 영화 ‘Love Actually(2003년 작품)’가 크리스마스와 잘 어울리는 작품으로 재소환된다. 영화 속에서 엠마 톰슨이 쓸쓸할 때 그녀에게 위로를 주는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이 음악을 통해 어릴 적 차가웠던 그녀는 감정을 느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고 전달한다. 오디오에서는 조니 미첼의 ‘Both Sides Now(1969년 곡)’가 흐르고 있다. 영화 ‘Love Actually’를 보다가, 문득 조니 미첼을 자신의 인생 가수로 꼽았던 차가운 인물, 스티브 잡스가 떠오른다.


인생의 양면

스티브 잡스가 죽고 그의 자서전을 구매했다. 책 뒷페이지를 보니, 초판 1쇄이다. 읽기에 벅찬 900페이지에 이르는 두께였다. 그러나, 당시 오분의 일도 못 읽고 Apple II를 내놓은 부분에서 멈추고 말았다. 그런데, 조니 미첼의 ‘Both Sides Now’음악에 이끌려 스티브 잡스에 대한 책을 10년 만에 집어 들었다.


어느새 10년이 지난 후, 분명히 그를 보는 관점이 달라진 것 같다. 아이팟, 아이폰의 제품에 열광하기보다는 그의 인생을 더 바라보게 된다. 스티브 잡스가 매킨토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연속으로 성공시키며 세상을 바꾸고, 픽사를 통해 ‘토이 스토리’ 영화를 만들어 가는 영광의 과정 속의 괴팍한 모습과, 평행하게 그를 따라다닌 쓸쓸한 페이지들, 그가 들려주는 절박함, 애플을 떠난 후 12년 뒤 복귀할 때까지의 분노와 같은 어두운 면을 함께 보게 된다. 오히려 인생 최고의 성공과 개인사의 씁쓸함 속에서 그가 즐겨 들었다는 조니 미첼의 ‘Both Sides Now’와 조안 바에즈의 ‘Forever Young’의 노래가 책을 읽는 내내 귓전을 맴돈다.


새롭게 태어나느라 바쁘지 않다면, 죽느라 바쁜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자기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끼쳤다고 말한 가수 밥 딜런은 노래 속에서 그리고 행동으로 말했다. “우리는 다시 태어나는 것에 바쁘지 않으면, 죽느라 바쁜 것이다.” 그의 말을 따라 실패 가능성을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항상 밀어붙이게 되었다 한다.

“If you are not busy being born, you are busy dying”

스티브 잡스는 초기에는 워즈니악을 이기기 위해 Apple II 개발을 고집하였지만, 이후에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갖는 제품을 우주에 남기려는 욕망이 강했다. 사람들의 욕망을 앞서 읽고 아이폰, 아이튠즈, 앱스토어, 아이패드를 만들어 냈다.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우리는 그가 앞서서 고민하고 그가 만들어 놓은 디바이스와 통신을 연결한 스마트폰의 생태계(반도체 칩셋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에 이르기까지)에서 살고 있다. 


퍽이 이동하는 곳으로 스케이팅

캐나다의 아이스하키 영웅인 웨인 그레츠키(Wyane Gretzky)는 “퍽(puck)이 있었던 곳이 아니라, 퍽이 이동하는 곳으로 스케이트를 타야 한다.”는 것을 어릴 적 아버지에게서 배웠고, 그 역시 선수로서, 감독으로서 이를 항상 실천하였다.  


미래를 알고 싶은가? “미래를 예측하는 최고의 방법은, 스스로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가끔 “고객에게 답이 있다.” 또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고객과 현장에서 우리가 파악할 것은 답이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내고 고객과 현장에서의 결핍을 알아내는 것이다. 


헨리 포드가 말하듯이, 20세기가 시작하자마자 당시의 사람들에게 무엇을 제일 가지고 싶냐고 물으면, “빠른 말”이라고 답하였다고 한다.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말이 아니라, 빠른 무언가였다. 당시 사람들이 자동차를 상상하지 못하였듯이, 누군가 미래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사람들의 상상은 현재까지의 경험과 지식의 한계 내에서만 그려지게 된다. 이처럼 고객의 욕구를 이해하고, 고객과 학생에게 현재의 경계를 벗어난 미래의 솔루션을 찾는 것이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취한 미래에 대한 자세는, 헨리 포드와 웨인 그레츠키와 같은 것이다. 고객에게 있는 욕망을 이해하고, 미래를 제시하는 방법으로 그는 Wow를 연발하게 하는 제품을 연속으로 내놓았다.  

스티브 잡스는 어린 시절 아버지부터 시작하여, 그를 둘러싼 몇 명의 사람들과 당시의 팝 가수, 스포츠 선수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오늘 그의 자서전을 읽으며, 조니 미첼, 밥 딜런, 웨인 그레츠키의 인생을 잠시 엿보게 된다. 


확산되는 혁신

인류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창의의 세계와 인류의 난제를 풀어가는 것을 지속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와 동시대와 후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그가 늘 주장하던 예술과 기술의 교차점에서 보다 완벽한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을 이어가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사라진 후, 지난 10년 동안의 변화는 무엇일까? 매력적인 새로운 기기가 있었나 싶지만, 그래도 몇 가지 변화는 테슬라 주도의 전기차 혁명, NASA에서 민간 (Space X, Blue Origin, Virgin Galactic) 주도로 넘어온 우주 시대, 그리고,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미디어 시장 장악이 가장 돋보인다. 2012년부터 인공지능의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은 퀀텀 점프식 발전으로 기계의 인식 기능이 높아져, 자율 주행 자동차, 이미지 식별, 음성 인식에 적용되고 있다.


10년이 지났다고 해서 묵념하기보다는, 스티브 잡스와 동시대를 살았고 후시대를 살아가는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21세기 시작 이후 20년,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를 바라보게 된다. 


참고: 본문에 인용된 노래 가사와 글

Joni Mitchell, “I really don't know clouds(life) at all.”, Both Sides Now

Bob Dylan, “That he not busy being born is busy dying.”, It’s Alright, Ma (I’m Only Bleeding)

Wyane Gretzky, “skate where the puck's going, not where it's been.”


by 웨이브리지, 글모음 https://brunch.co.kr/@wayb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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