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네가 밉다

"엄마, 미워!"에 울컥하는 날

by WAYSBE

아이들의 "미워!"에는 오만가지 뜻이 담겨 있습니다. 키워보신 분들은 아시다시피, 정말 다양한 의미로 쓰이지요. "엄마가 나를 혼내서 슬퍼.",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 속상해.", "그냥 화나!" 등등. 저도 알고 있어요. 가끔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는 귀여워도 보이는 그 말. 너무나 아이다운 그 말.


엄마, 미워!


아이는 어른만큼 어휘력이 안 되어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터져 나오는 말이라는 것을 알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가슴으로 아는 것은 다르지요. 이런 말을 듣는 것이 반복되면 엄마도 상처를 받아요. 말대꾸를 하는 아이와 말다툼을 주고받으며 현타가 오기도 합니다. 급기야는 "나도 네가 미워!" 하고 아이와 똑같은 수준으로 쏘아 주게 됩니다. 아들은 인생 살이 40개월, 나는 40년이더라도.


엄마도 상처를 받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자식이 미운 마음이 든다고 사랑이 부족한 것도 아닙니다. 당신은 그저 힘들 뿐이에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막막할 뿐이에요. 그 힘들고 막막한 마음이 '미움'으로 치환된 것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그 사람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치환됩니다. 다혈질인 사람은 '화'로 치환되기도 하고, 내향적인 사람은 '우울'로 치환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툭하면 사소한 것에 울고, 짜증 내고 떼쓰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엄마가 아이에게 "엄마, 미워!"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 봅시다. 어떤 엄마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아이에게 '화'가 납니다. 어떤 엄마는 '우울'해져요. 어떤 엄마는 아이에게 '정'이 떨어집니다. 그런데 그 감정을 잘 들여다보면 사실은 '힘들고 해결 방법을 몰라 막막한' 상태인 것이에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은 그 사람이 힘든 상황에서 보이는 특징일 뿐입니다. 아마도 육아뿐만 아니라 다른 힘든 상황에서도 결국은 비슷한 감정을 느낄 확률이 높지요.


그러니 그런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올 때, '내가 엄마답지 않아서'라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은 하지 마세요! 그런 부정적인 감정은 당신이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힘들 때' 보이는 양상일 뿐입니다. 사랑을 해도 때로 힘들 수 있는 것이잖아요. '내가 지금 많이 힘들구나.'라고 내 상태를 들여다보고 '많이 힘들었지?' 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이 먼저입니다.




다시 아이가 "엄마, 미워!"라고 말하는 상황으로 돌아와 봅시다. 그리고 엄마인 나도 반복되는 상황에 지치고, 감정에 휩쓸려 "나도 네가 미워!"라고 말해 버린 상황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이어가 봅시다.


그러면 아들은 말을 바꾸며, 으앙 하고 울음을 터트립니다. "밉다고 하지 마.", "안 미워."라고요. 자기가 똑같은 말을 한 것은 그 새 잊고, 엄마가 자기를 밉다고 했다고 서러운 마음만 커지죠. 자기는 다양한 뜻으로 '밉다'는 말을 쓰지만, 정작 받아들일 때에는 '미워한다.'는 의미 그대로 받아들이고 상처받습니다.


뒤늦게 아이와 똑같아진 나 자신에게 '뭐 하는 짓이냐.'며 자책을 하지만, 이미 아이도 나도 마음은 엉망이 된 상태입니다. 아이도 밉고 나도 밉습니다. 아마 아이의 마음도 똑같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멈추어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그 마음은 '미움'이 아닙니다.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모르겠는 '엉망이 된 마음'입니다. 아이만 다양한 뜻으로 '미움'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른들도 때로는 자신의 감정을 다른 단순하고 익숙한 감정으로 착각합니다.


그럴 때는 한 발짝 떨어져서 말을 아껴 보세요.


아이와 엉망진창으로 말싸움을 이어 나가면 결국 우스워지는 건, 나 자신입니다. 아이를 이겨먹어도 마찬가지예요. 이미 교육도 훈육도 끝난 상태입니다. 그럴 땐, 오만가지 감정이 들겠지만 잠깐 멈추어서 입을 다물어 보세요. 온갖 말들이 나오려고 해도 참아 보세요. 어른이 멈추면 아이도 따라 멈춥니다.


잠시 아이의 눈을 조용히 응시해도 괜찮습니다.(노려보기는 금지! 따뜻하되 단호한 시선으로 응시해 주세요.) 아이도 싸우다 갑자기 정적이 흐르면 눈치를 보면서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서로 마음이 좀 가라앉고 있다는 판단이 들면, 아이에게 "엄마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이따가 이야기하자."라고 말한 후 서로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완전히 화가 가라앉았을 때, 아이와 대화의 시간을 마련하고 감정에 대해 말해 보세요. 추궁하는 대신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부터 시작해 보아요.


엄마가 너의 편을 들어주지 않아서 서운했어?


아이의 마음이 읽히지 않는다면, 그때의 감정을 물어보세요. "왜 엄마 미워라고 했어?", "어떤 일에 화가 났던 거니?"


그리고 아이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그럴 땐, '미워'가 아니라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아서 서운해.'라고 말해야 해. 그래야 너의 마음을 알 수 있어." 아이가 다양한 상황에서 "미워!"라고만 외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리고 화를 잘 내는 법을 알려주면 더 좋아요.


화가 날 수는 있어. 하지만 소리를 지르거나 울지 않고도 화가 난 마음을 말할 수 있어.


정말 어렵지만, 요즘 아이에게 매일 가르치고 강조하고 있는 말입니다. '화가 난 마음'은 인정하되, 상대방에게 덜 상처를 주면서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요.


사실 '좋은 방법으로 화내는 것'은 어른에게도 힘든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화를 꾹 참거나 화가 폭발하죠. 건강한 방법으로 화를 표현할 줄 아는 사람들이 드뭅니다. 아이가 "엄마, 미워!"하고 화를 낼 때도 그것을 참고받아주거나 혼내는 부모가 많지, 아이에게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부모가 많지 않아요. 그러면 아이는 자신의 화를 부모가 받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화를 억누르는 양 극단의 방법만 알게 돼요.


저는 화를 회피하는 편입니다. 속으론 예민해도, 아무렇지 않은 척을 잘합니다. 내 아이는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들은 외향적이고 직설적인 편이라 화를 숨기지 못합니다. 그런 아들에게 저처럼 티 내지 말고 참으라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오히려 담아두지 않고 표현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느낄 때도 있어요. 저처럼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를 표현하게 만드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과정일 것 같습니다.


다만, 아들이 건강하고 현명하게 표현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나도 잘 못 하는 것을 아이에게 가르치자니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럴 때에는 상대방이 화가 났을 때, 나에게 어떻게 말해주면 좋겠는지를 생각해 보곤 합니다. 저와 친한 누군가가 저에게 화가 난다면, 그저 참으며 쌓아두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세게 화를 내지도 않고, 적당히 선을 지키면서 자신이 화가 났다는 것을 알려주면 좋겠어요. 그런 방법으로 나도 말해 보도록 노력하고, 아이에게도 알려주고 있어요.




위기는 기회라고 합니다. "엄마, 미워!"라는 말에 현타가 온 오늘이라면, 잠깐 그 자리에 멈추어 서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발판으로 삼아 보세요. 아이가 '미워'라는 단순한 말이 아닌 다양한 감정의 언어를 배울 수 있는 발판,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발판. 비록 나도 잘하지 못하는 것일지라도, 내 아이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어보는 거죠.


가끔씩 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막막할 때, <최민준의 아들 TV>를 검색해서 보곤 해요. 어느 편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인상 깊었던 말이 있어요. 아이가 문제행동을 보이면, "아! 내가 아들 TV에서 배운 것을 써먹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라고 생각하며 기뻐하라고 하더군요. 아이가 "엄마, 미워!"라고 말할 때, 멘탈이 나가기보다는 아이가 '현명하게 화내기' 방법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포착했다고 생각해 봐야겠어요. 오늘도 힘내시길, 내일은 더 나은 육아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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