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 보면 알게 되는 것들

문을 열면 펼쳐지는 상상하지 못한 세계와 또 다른 문

by WAYSBE

무언가를 시작할 때, 흔히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 가능한 구체적으로 짜려고 노력을 하지요. 그런데, 최근 이것저것 공부를 하면서 크게 느낀 점이 있습니다. 나의 계획은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단기 방편을 제시해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고.

저같이 돌다리도 끝없이 두드리고 계획을 짜고 또 짜는 사람에게는 그동안의 삶에 대한 회의가 몰려오는 한 편, '그래, 그냥 일단 나아가봐도 되겠구나.' 하는 희망적인 메시지이기도 하죠. 아주 완벽한 계획이 없이 나아가도 된다는 안심 메시지요. 그래서 성공의 확신이 없을지라도 일단 나아가 보기로 합니다.


인생을 커다란 세계에 비유해 볼게요. 그 커다란 세계는 수많은 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방안에는 또 다른 방이 있기도 하고, 또 다른 방들로 연결이 되어 있다고 말이에요.

계획을 세운 다는 건, 마치 어두컴컴한 방에서 나가는 문을 열기 위해 후레시를 켜는 것과 같은 느낌이에요. 깜깜한 공간을 불빛 없이 걸어가면, 넘어지거나 부딪치기가 쉽겠죠. 불빛이 있으면 편합니다. 그러나 불빛을 비추며 나아가서 문을 찾을 수는 있지만, 그 문을 열었을 때 나타나는 세계는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세계일 거예요. 열쇠 구멍이나 문 틈으로 살짝 보며 예상을 해볼 수는 있을 거예요. 나보다 방문에 조금 더 가까이 간 혹자는 문 틈으로 본 세상에 대해 제멋대로 떠들어대며 환상을 심어주기도 하고 두려움을 심어주기도 하겠죠. 그러나 방 안에서 보는 방 밖의 세계는 극히 일부일 뿐, 문을 열고 나가기 전엔 확실히 알 수가 없습니다.

제목_없는_아트워크 41.jpg <문을 열면 펼쳐지는건> illustrated by WAYSBE, 2025

그리고 문을 열고 나간 또 다른 세계에서도 단기 계획을 세워 가며 문을 찾아갈 수는 있겠지만, 그 세계의 끝에서 새로운 문을 열었을 때 또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는 모르는 거죠. 당연히 새로운 세계에서 어떻게 나아갈지 구체적인 계획을 짜는 것도 어려워요. 먼 계획은 상상에 가깝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문을 향해 나아가 그 문을 여는 것입니다. 새로운 세계에서 무슨 경험을 하고, 문을 몇 개 더 열고 하는 것은 우리의 능력 밖의 일일 거예요.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과거의 저를 포함해서) 새로운 세계와 새로운 세계 너머의 더 큰 세계의 일까지 다 계획을 세우고서도 안심을 못해요.


그렇다면 열쇠는 무엇일까요? 문의 열쇠는 '새로운 세계로 문을 열고 나갈 수 있는 용기'예요. 이 문에는 규칙이 있어요. 나갈 결심을 한 사람에게만 열쇠가 나타나죠. 그런데 나간 사람들 중에 다시 돌아온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문 앞에 다가서고도 선뜻 문을 열지 못해요. 문 밖의 사람들이 나와보라고 괜찮다고 말을 걸어도, 바깥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어도, 무서워서 문을 열 수가 없어요. 익숙하고 편안한 그 방보다 험한 세계가 펼쳐질지도 모르는 거잖아요. 혹시 아주 무시무시한 괴물이 살고 있으면 어쩌죠?

중요한 것은 그저 한 발짝 내딛는 것입니다. 문 앞에서 아주 오래 문 틈으로 보이는 세계를 연구하며 계획을 세워도 열쇠는 나타나지 않아요. 내가 나가겠다는 용기와 한 발짝 내딛는 실천력. 그것이 우리가 알을 깨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게 해 줄 거예요.


저와 달리 남편은 주저함이 없었어요. "나도 무섭다."라고 이야기하긴 하는데, 제가 옆에서 보기엔 겁이 없어 보여요. 남편에게 저에게 부족한 두 가지 능력이 있는데, 첫째는 '시크릿력'. 스테디셀러 <시크릿>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남편은 꿈을 꿉니다. 온 우주가 도와주도록 꿈을 꾸어요. 그리고 두 번째는 '무서워도 그냥 하는 지름력'.(능력의 이름들은 제가 지었어요.ㅎ) 남들이 생각하기엔 정말 큰 결심이 필요한 일들을 그냥 합니다. 안정적인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연봉은 높지만 성과가 없으면 바로 옷을 벗어야 하는 직장으로 옮겼어요. 그리고 남들에게는 듣보잡인 기업의 가치를 믿고 그동안 번 돈 전부를 올인해서 투자하더라고요. 연봉은 3-4배가 올랐고, 주식은 20배가 되었어요. 그리고, 그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투자를 하기로 했습니다.

남편이 단기(불과 3-4년)에 돈을 일구는 과정을 본 사람들의 일반적인 반응은 어떨 것 같나요? "네가 성공했으니, 나도 해봐야지!"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심지어 아내인 저조차 그렇게 못해요. 보통의 반응은, "그래도 직장은 다시 다녀야 하지 않겠니?" 아마도 이런 운이 계속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인 것 같아요. 그나마 제가 남들보다 조금 용기 있는 면은, 저는 남편처럼 꿈꾸면서 지르지는 못하지만... 남편이 꿈꾸며 지르는 것에 대해서는 방해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잘될 거라고 응원해 줄 배포는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비록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둘 용기는 아직 없습니다만, 성공을 하든 안 하든 일단 무엇이 되었든 시도를 해야겠다는 결심은 섰어요. 제가 지름력은 좀 낮지만, 시크릿력은 남편 만만치 않거든요. 꿈을 꾸면서 항상 계획만 거창하게 세워왔는데, 그래서인지 늘 시작만 창대하고 끝맺음을 못했었는데, 이제는 꿈을 꾸던 것들을 하나하나 작은 것이나마 실천해 보는 것에 초점을 맞춰볼 거예요.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경의 구절처럼요.


저는 요즘 퍼스날 브랜딩에 관심이 많습니다. 교사로서 저의 브랜드 가치를 만들고, 그것을 다듬고 키워 언젠가 공교육으로부터 독립해서 사업을 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어요. 더불어 작품 활동도 병행하고 싶은 욕심을 가지고 있죠. 그 두 가지를 잘 조합하고 믹싱 해서 무언가 저만의 가치를 만들고 싶어요.

어릴 적부터 미술을 좋아해서 공방을 차리는 것이 꿈이었는데, 자기 주도적인 프로젝트 학습을 하기도 하고 무언가를 만들기도 하는 공방을 차리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합니다. 그리고 꼭 그 공간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부모나 교사를 컨설팅해서 가정과 현장에서 프로젝트를 실천하는 것을 지원하는 상상을 하곤 해요.

인생 참 길잖아요. 10년 후에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그 사이 기간 동안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준비를 하다가 대박 느낌이 나서 용기가 나면 더 좋고요.


그런데 이것저것 시도하다 보니, 정말 신기하게도 제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곤 합니다. 상상력과 지식이 부족해서 계획할 수 없었던 것들을 알게 되기도 해요. 아주 작은 예로, 다양한 플랫폼을 엮어 하나의 퍼스날 브랜드로 만들려는 시도를 하다 보니, 처음 제가 알고 있던 플랫폼은 인스타, 블로그, 유튜브, 티스토리 그리고 지금 쓰는 브런치. 이 정도였는데, 개인 홈페이지형 블로그와 뉴스레터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죠. 그리고 뉴스레터를 만들려고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걸 또 알게 되었어요. 나만의 이메일 주소를 만드는 방법을요.

지금까지 저는 네이버 메일 주소와 다음 메일 주소를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구매한 홈페이지 주소를 메일주소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아직은 뉴스레터를 운영하는 것도 아니라 크게 쓸모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만의 주소를 가지게 되니 특별한 기쁨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이제는 'waysbe@easylearning.co.kr'이라는 업무 메일 주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easylearning.co.kr은 제가 구매한 홈페이지 도메인이거든요. 아직 홈페이지 구축은 하지 않았지만, 이 주소는 온전히 제 것이에요. 그런데 메일 주소까지 연동하게 되다니 뜻밖의 수확이에요. 누군가는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일 테고, 별 것은 아니지만, 회사를 하나 차린 기분! 저는 그런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요즘 실행하는 즐거움이 쏠쏠합니다. 계획했던 일을 해나가면서 계획하지 않았던 일들까지 이루어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저는 막연하게 저의 성공을 믿게 돼요. 문을 열면 펼쳐지는 건,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더 큰 세계일 거예요. 중요한 건 한 발짝 내딛는 용기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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