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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서 Nov 17. 2019

4. 내 꿈은 인사담당자

< 제 3 장 >  취업의 문 앞에서 방황

복싱을 배우는 동안 다시 진로에 대해 고민했다. MBTI도 하고, 적성검사도 하면서, 나에게 맞는 직업군을 찾았다. ‘세상엔 직업도 많고 회사도 많은데, 나는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신기한 것은 이런 과정을 지나면서 나에 대해 가장 많이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세수하면서도 거울을 보면서도 잠을 자려고 눈을 감았을 때도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싫어하는 것과 못하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확실해 진 것도 있었다. 여행, 사람, 운동은 계속 좋아해 왔다는 것이다. 회사의 산업군은 여행이나 스포츠로 좁혀졌다. ‘여행사에 사무직으로 지원을 해볼까? 스포츠용품을 만드는 회사에 지원해볼까? 그렇다면 어느 부서로 지원을 해야 할까?’ 문제는 직무였다. 사무직이라면 마케팅을 하고 싶은 건지 기획을 하고 싶은 건지 경영지원을 하고 싶은 건지 선택해야 했다.     


촉을 세우고 끊임없이 한 가지를 생각하다 보면 무의식이 답을 찾아낸다. 그 날도 그랬다. 워크넷에서 직업군을 보다가 ‘인사담당자’라는 단어를 만났다. ‘이거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내 호기심을 자극한 건 '사람'이었다. 지구에 70억이란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성격이 같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게 신기했다. 그래서 누군가를 알아가는 것이 흥미로웠다. 비슷한 성격은 있어도 절대 같은 성격을 가진 친구들은 없었으니까. 첫 회사에서 친절했던 인사팀 직원도 생각났다. 채용부터 퇴직까지 모든 절차를 챙겨주었었다. 사물이 아니라 사람에 대해 고민하는 부서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 날 인사담당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직무를 정하고 나니 진도가 빨라졌다. 인사담당자가 되기 위한 조건을 찾아보고 인사팀 취업에 성공한 이들의 후기를 읽었다. 그리고 내가 한 경험 중에 인사업무와 관련이 있는 내용을 A4용지에 전부 적었다. 사무직 아르바이트를 할 땐 PPT로 교육 강의안을 만들었고, 봉사 동아리에서 인사교육부의 팀장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 경험이 있었구나.' 과거를 돌아보니 무의식적으로 찍어놓은 점들이 연결되는 기분이 들었다. 모두 사람으로 통하고 있었다.    

 

이력서를 업데이트한 후, 인사, 교육, 총무라는 글자가 있는 곳에는 모두 지원했다. 10개 기업에 지원하면 한 곳에서 회신이 올까 말까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신입치고는 나이가 많았다. 인사담당자만 보면서 이력을 준비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경쟁력도 없었다.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는데 계약직이 눈에 들어왔다. ‘계약직이라면 조금은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그때까지 한 건의 면접도 보지 못해서 조급한 상황이었다. 한 기업 내의 인사담당자의 수는 직원 수의 100명당 1명 정도로 매우 적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채용인원 자체가 적었다. 사람인, 인쿠르트, 잡코리아 등 모든 채용사이트의 계약직을 검색하고 지원했다. 그리고 어느 날, 전화벨이 울렸다.     


“안녕하세요, 한국관광공사입니다. 연서씨 맞나요?” 

“네, 맞아요.”

“단기 계약직 포지션에 지원하셨는데, 면접을 보고 싶어서요, 다음 주 수요일 2시에 시간이 되시나요?”

“네! 가능합니다”

“그럼 이력서에 있는 이메일로 안내 메일을 보내드릴게요.”      


세상에, 관광공사라니. 상상도 못 한 곳이었다. 관광공사의 관광아카데미라는 교육 부서에서 6개월 단기 계약직을 찾고 있었다. 보통 공사의 홈페이지에만 공고를 올리는데, 1년도 되지 않는 단기였기 때문에 일반 포털사이트에 공고를 올린 것이라고 했다.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공고였다. 그 공고에 내가 지원한 것이다.      


광화문에 간 것은 몇 년 만이었다. 공사는 청계천 바로 앞에 있었다. 19층으로 큼직하게 서 있는 건물을 보며 일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오랜만의 면접이었다.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내 자랑을 하고 오는 거다. 뭐든 내가 잘하는 것을 말하면 된다.’ 링에 올랐던 때가 생각났다. 최선을 다해서 싸우면, 후회가 남지 않는다.     


“면접 보러 오셨어요?”      


2층에 올라가니 하얀 블라우스를 입은 직원분이 말을 걸어왔다. 긴 생머리에 동그랗고 큰 눈을 가진 직원이었다.   


“네, 맞아요. 연서라고 합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대기실에는 나 말고 4명의 면접 대기자가 있었다. 두근두근. 미치겠다, 손을 가만히 둘 수 없어서 두 손을 꼭 잡았다. 이력서를 다시 꼼꼼히 보며 예상 질문들과 답변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혼자 파이팅도 외치면서, 내 차례가 되길 기다렸다.

      

“연서님 들어오세요.” 

“네? 아, 네!”     


긴장한 탓인지 어벙한 대답이 나왔다. ‘아, 너무 긴장한 거 티 냈나.’ 속으로 별의별 생각을 하며 주섬주섬 짐을 챙겨서 면접장으로 들어갔다.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다. 왜 편입을 하게 되었는지, 첫 회사를 그만둔 이유는 무엇인지, 공백 기간에는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이 경험들을 통해서 배우고 깨닫게 된 것을 말했다. 포지션에 지원한 이유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말할 땐 자신 있게 생각해 둔 것을 얘기했다. 그동안 스스로에게 묻고 고민하며 답을 찾으려 했던 노력이 자연스럽게 면접과 이어졌다. 


2주 후, 다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합격 통보였다. 인사담당자의 꿈에 한 걸음 다가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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