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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서 Dec 27. 2019

4. 하늘은 절대 무너지지 않습니다

< 제 7 장 > 직장을 고민하는 청춘에게

     

“우리가게는 왜이렇게 자리를 못잡지?”

“지금쯤은 잡아야 하는거 아냐?”

“이번 달 수익은 없어...”

“아, 메인길 2층에 또 새로운 카페 생겼더라.”     


오픈하고 나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던 일은 주변에 계속 새로운 카페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3년 전 처음 샤로수길에 가게를 오픈할때는 5~6개의 카페가 있었는데, 2년 만에 20개를 넘어갔다. 매년 7개 정도가 새로 생긴 것이다. 인스타그램에 샤로수길카페, 서울대입구역카페로 치면 공사중, 오픈 준비중 이라는 내용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새로운 카페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손님들은 새로운 곳에 가보기 마련이다. 핫한 카페들이 생길 때마다, 컨셉이 비슷한 카페가 생길 때마다 가게의 수익에 영향을 미쳤다. 가게가 자리를 잡은 후에도 매출이 항상 들쑥날쑥 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놀이터 골목에 카페 오픈 준비 중‘

’뚜레주루 맞은 편 카페 공사중‘

’메인길 지하에 카페 오픈‘

’어디 공사중인데 인테리어가 카페같음‘     


운영을 책임자고 있던 은주에게 이런 카톡이 오면 심장이 덜컹 내려 앉았다. 가장 읽고 싶지 않은 카톡이기도 했다. 모두 새로 오픈하는 카페에 대해 굉장히 예민했고, 일주일 걸러 카페들이 생기는 것을 보자 카페창업에 대해도 다시 생각을 해보게 됐다.     


하지만 돌아보니 나쁜 소식만은 아니었다. 새 카페들이 생기면 매출의 하락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한 카페에 대기 줄이 만들어지면 골목상권의 문화인 것처럼 다른 카페들에도 줄이 생겼다. 카페투어를 하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 핫한 카페 때문에 샤로수길에 왔던 고객들은 그 다음에 방문할 땐 다른 카페들을 가보기 시작했다. 그만큼 유동인구도 늘어났다. 


새 카페가 생기면 시그니처메뉴를 조사하고 가서 먹어보고, 인테리어나 분위기를 살폈다. 우리 가게에 부족한 것은 없는지 생각해보고 메뉴 개발에도 힘을 실었다. 차별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타르트는 손이 많이 가는 메뉴다. 인건비나 재료비 대비 마진 자체가 많이 남는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메뉴도 아니다. ’수제‘라는 타이틀을 최대한 살리고,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홍보를 강화하니 효과가 있었다. 동네에서는 충성고객을 기반으로 입소문도 타기 시작했다. 특히 겨울에 나오는 딸기 타르트와 딸기 티라미수가 대박을 만들어내면서 동네 유명 타르트가게로 자리를 잡게 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딸기 시즌이 끝나니 다시 매출이 줄어들었다.


“우리 원두값을 줄여야겠어”

“왜?”

“원두값이 너무 많이 나가. 비용을 줄여야 할 것 같아.”

“지금 상황이 그정도야?”

“낮에 사람이 한 명도 없다니까.”  

   

문제는 평일 낮시간대였다. 1인가구와 대학생 고객이 많다보니 평일 낮엔 손님이 거의 없었다. 특히 시험기간에는 학생들은 도서관이나 장시간 있어도 눈치가 보이지 않는 카페로 갔고, 직장인들은 회사에 있을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딸기 시즌이 끝나는 봄이 끝날쯤 매출은 점점 떨어졌고, 아르바이트생도 줄이면서 겨우 가게를 운영해 가고 있었다.     


허리띠를 졸라맸다. 하지만 그래도 수익은 나아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원두까지 얘기가 나왔다. 커피 메뉴가 음료중에서는 가장 잘 나가는데 원두 단가가 비쌌기 때문이었다.

    

사장의 가치관은 이럴 때 중요하다. 비용과 맛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몰랐다. 이 결정이 그렇게 중요할 줄은. 일단 수익이 문제가 아니라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있느냐의 문제였기 때문에 저렴한 원두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기존 원두보다 40%가량 저렴한 원두였다. 초반에는 비용이 줄어들어 수익이 개선된 것처럼 느껴졌다. 문제는 맛이었다. 바꾼 원두는 맛이 없었다. 아메리카노는 맹맹하고, 그 맹맹함에 우유를 섞은 라떼는 더더욱 본연의 맛을 내지 못했다. 그나마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사가던 손님들도 어느 순간 줄어들기 시작했다. 


개업 초기에 우리끼리 약속한 것을 잊은 것이다. ’커피가 맛있는 카페를 만들자‘, '우리가 먹어도 맛있는 커피를 팔자'는 약속을 말이다. 



커피가 맛있는 카페를 만들자 (https://coffeexplorer.com/438)



"안돼겠어. 이대로는 못 팔겠어."

"내 생각도 그래. 내가 마시고 싶지 않은 커핀데 이걸 어떻게 팔아."

"우리 비용 절감도 생각해야해."

"지금 시기가 우리뿐 아니라 다른 카페들도 어려운 시기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시험기간이 지나면 괜찮을 수도 있어. 근데 맛은... 변하면 안될 것 같아."

"그래... 그럼 너무 가격만 저렴한 거 말고, 조금만 낮은 가격대에서 다른 원두를 찾아보자."


8군데의 업체에서 샘플을 신청했다. 영업이 끝난 후엔 새벽까지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했다. 전에 쓰던 원두보다는 조금더 저렴하지만 퀄리티는 높은 원두를 찾기 위해서였다. 테이스팅을 할 땐 아이스와 따뜻한 아메리카노, 아이스와 따뜻한 카페라떼 총 4가지로 내려서 비교를 했다. 


집에 돌아와서 침대에 누웠지만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 모금 씩만 마셨지만 엄청난 양의 카페인을 밤에 마신 것이다.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모두가 맛있다고 생각한 원두를 찾았으니까.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커피맛을 찾았다. 그리고 얼마 후, 신기할정도로 다시 손님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테이크아웃 손님도 늘었다.


사장의 철학은 중요하다. 가게 운영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일로 돈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가치를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아무리 힘들어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하지만 힘든 상황에서 중요한 가치를 잃어버린다면 극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원가가 절감된 원두를 모두가 맛이 없다고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맛의 차이는 있었다. 그 맛이 차이가 내가 원하는 기준에 도달하지 않고, 나도 좋아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바꿀 수 있었다. 


가끔 테라스 자리에서 앉아서 커피를 한 잔 하다보면 손님들이 대화하는 말이 들린다. 그리고 이런 말을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았다.



"여기 커피 정말 맛있어." 


라는 말을 들을 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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