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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택 Nov 07. 2020

권위의 출처

산책의 시간 / 예수 그리스도 004


  예루살렘 입성 후 셋째 날이었다.

  예수님은 성전에서 거닐고 계셨다(막 11장).


  누가는 성전에서 거니신 그분이 백성을 가르치고 복음을 전하셨다고 소개하고 있다(눅 20:1). 그때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과 장로들이 나아와서 그분께 이렇게 물었다. “무슨 권위로 이런 일을 하느냐? 누가 이런 일 할 권위를 주었느냐?”


  여기에서 ‘이런 일’이란, 예수님이 성전에서 백성을 가르치시고 복음을 전하신 일을 말한다. 그리고 전날 성전에서 매매하는 자들을 내쫓으시며 돈 바꾸는 자들의 상과 비둘기 파는 자들의 의자를 둘러 엎으셨고, 아무나 물건을 가지고 성전 안으로 지나다님을 금지하셨던 일도 포함되어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예수님이 그 질문에 즉답하시지 않고, 그들과 같은 방법으로 역질문하셨다는 점이다. 만약 그들이 그 질문에 대답하면 나도 대답하겠다고 약속하시면서, 이렇게 질문하셨다. “나도 한 말을 너희에게 물으리니 대답하라. 요한의 침례가 하늘로부터냐 사람으로부터냐? 내게 대답하라.”


  예수님의 질문을 받은 종교 지도자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만약 요한의 침례가 하늘로부터라 하면 왜 그를 믿지 않았느냐는 말을 듣게 될 것이고, 반대로 그의 침례가 사람으로부터라 하면 요한을 참 선지자로 여기고 있던 모든 백성이 저항할 것이 두려웠다. 누가는 “저희가 다 우리를 돌로 칠 것이라”는 두려움에 빠져 있었다고 소개하고 있다(눅 20:6).


  그래서 그들은 서로 의논한 끝에 이렇게 궁색한 답변을 내놓았다. “우리가 알지 못하노라.”




  우리는 여기에서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생긴다. 예수님은 그들의 질문에 그냥 가타부타 대답하셔도 되는데, 굳이 역질문하셨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요한의 침례가 하늘로부터 왔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하심으로써, 예수님 자신의 권위도 그 근거가 하늘로부터 주어졌다는 사실을 드러내시기 위해서이다. 여기에서 ‘요한의 침례’는 그의 사역과 교훈 전반에 걸친 외적 증거들을 일컫는 말이다. 침례 요한은 3년 전에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시고, 자신은 그분의 신발끈을 풀기도 감당하지 못하겠다고 증언한 적이 있다(1:7-8;요 1:26-34). 따라서 요한의 사역이 하나님이 주신 권위에 의한 것이라면, 그가 증언한 예수님이 행하신 모든 일도 그 권위가 하늘로부터 주어진 것이고, 그분이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메시아)라는 논리가 성립된다. 예수님의 역질문에는 사실상 이런 대답이 암시되어 있었다.


  그와 동시에 종교 지도자들의 위선을 폭로하여 그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거기에서 돌이키기를 바라시는 의도도 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알지 못한다’라는 대답으로 그 기회, 즉 회개하고 구원받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




  이 사건은 성전을 가리켜 ‘내 집’이라고 말씀하셨던 예수님(17절)이 하나님의 아들 메시아이시고, 그분이 하늘로부터 온 권위를 가지고 모든 일을 하셨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또한, 바로 그런 분의 권위에 도전하지 말고 돌이켜 순복하라는 교훈도 전하고 있다.


  종교 지도자들과 장로들은 그 교훈을 외면해 버렸다. 그들의 눈에는 예수님이 주님이시라는 사실보다 자신들의 기득권이 더 크게 보였다. 그것만 유지하면 이 땅에서 높은 지위와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자신들의 위선으로 그것을 방어하기 위하여 사력을 다하였다. 잠깐 있다가 사라지는 아침 안개와 같은 것들에 탐닉하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놓쳐버렸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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