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常
새해를 맞아 대청소를 했다. 평소에 간단한 청소는 했었지만 대청소는 미루고 또 미뤘다. 몇 배나 고된 걸 아니 도무지 손이 가지 않았다. 새해라는 명분이 생기니 귀찮은 몸을 이끌고 사부작사부작 치우기 시작했다.
창문을 열어 둔 채 눈에 보이는 것부터 치웠다. 평소 늘상 하던 것이니 금방이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평소에 손길이 닿지 않던 곳들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먼지가 수두룩하게 앉아 있었다. “에헤이~” 탄식과 함께 얼굴을 멀리한 채 먼지들을 하나둘씩 거두기 시작했다. 구석구석 먼지를 닦아대다 보니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그리고는 평소에 잘 열지 않던 서랍을 열었다. 어디 둘지 애매한 잡동사니들을 죄다 넣어둔 곳이었다. 딱히 분류가 안 돼 있다 보니 ‘아, 이게 여기 있었네’ 싶은 것들이 줄줄이 나왔다. 그렇게 방에 우두커니 앉아 서랍을 정리하다 보니 땀이 억수처럼 쏟아졌다. 분명 창문을 열어 놨는데. 지금은 영하인데.
그렇게 쓰지 않을 물건들을 하나둘씩 모으니 한 트럭이었다. 이걸 안 샀더라면 100만 원은 모았을 것 같다는 조소가 나왔다. 이제는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이들과 함께한 그때의 내가 새록새록 떠올랐다. 잊고 있었던 2025년을 물건으로 마주하니 잡다한 생각이 많아졌다.
사진첩은 2025년을 늘 예쁘게만 남겨두었지만, 물건과 함께 마주한 작년은 아리송했다. 좋았던 날도 있었지만 민망했던 날도 많았다. 그때의 생각, 그때의 행동들이 전부 다 의미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나와 함께 여기까지 왔다. 향수에 젖자 갑자기 추워졌다. 황급히 물건을 버려 버렸다. 창문도 닫았다.
그렇게 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나서 깨끗한 바닥에 드러누웠다. 2026년에 처음 맞대어 보는 우리 집 바닥이다. 이제 여기를 딛고 2026년을 향해 뛰어야 한다. 대청소는 몸을 한결 가볍게 해준 듯하다.
이 정리가 새 물건을 들이기 위한 건지, 지난 물건을 비우기 위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2026년을 들여야 한다.
자, 서랍은 비웠다. 2026년을 들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