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하는 곳
꽤 오래전에 차인표의 '분노의 칫솔질'이 있은 후 혀 밑바닥이 부어오르는 일이 생겼습니다. KBS드라마에 나오는 차인표 씨처럼 화를 못 참고 내질렀던 것이 아니라 나름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평소보다 구석구석 정성껏 공(?)을 들인 칫솔질이었습니다. "빨래 끝~!" 하면서 두 손을 번쩍 들었던 CF광고처럼 시원하고 개운한 청량감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다음날 아침, 혀 밑바닥이 몽글몽글한 느낌이 들면서 약간 부어오르는 것 같습니다. 뭔가 이상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면서 점점 혀 밑바닥이 갑갑해집니다. 오후가 되면서 조금 더 부어오르니까 혀 아래 힘줄까지 당기는 것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점점 불안해집니다. 병원에 가서 진찰은 해 봐야 할 것 같은데 걱정이 밀려옵니다. '큰 병이면 어떡하지?', '혹이 생겼나?', '수술하라고 하면 어떡하지?', '큰 병이 아니더라도 일단 여기에 주삿바늘을 꽂을 것 같은데... 하~ 큰일이다' 한마디로 잔뜩 쫄면서 근처 작은 병원에 들렀습니다. 가정의학 전문의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여의사였습니다. 혀 밑바닥의 상태를 저에게 듣고, 육안으로 진료를 마친 의사 선생님이 치아 잇몸을 통해 감염이 된 것 같다고 하면서 3일 치 약을 처방해 주었습니다. 처방된 약 1회분을 복용하고 나니 상황종료! 부어있던 감염부위가 바로 가라앉았습니다. 너무 싱겁게 일이 끝나버렸습니다. 그래도 천만다행입니다.
몸에 문제가 생기면 어디 한 군데 녹록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코에 병이 생기니 숨만 제대로 쉬면 다른데 아픈 곳은 다 견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관절에 염증이 생기니 침대에서 아예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눈에 모래가루가 들어가니 역시 이것도 장난이 아닙니다. 두 눈 똑바로 뜬 상태에서 주삿바늘이 눈에 들어옵니다. 발가락이 부어도 걷지를 못합니다. 혀 밑바닥이 부어오르니 혀가 딸려 올라가서 힘줄이 당깁니다. 얼마 전에 집안 청소하면서 바닥에 알 수 없는 가시가 발바닥에 박힌 것 같은데 보이지도 않고 피도 안 나는데 찌릿찌릿 통증이 옵니다. 뭐 볼 수라도 있으면 조치라도 할 텐데 말이죠. 살아오면서 찢어지고, 상처 나고, 배탈 나고, 체하고, 두통에 코로나에 이것저것 다 겪어봤지만 모두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세상의 중심은 '아픈 곳'이라고 합니다. 내 몸의 어딘가가 아프면 모든 신경이 그곳으로 집중이 됩니다. 수술후 후유증이 생기는 이유가 모든 몸의 병력(兵力)이 수술부위로 이동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약한 곳의 방어선이 뚫리게 되는 결과로 다른 장기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합니다. 내 몸의 중심이 '상처 난 곳', '병들어 있는 곳'이 라면, 우리가 사는 사회도 '힘들고 어려운 곳', '병약한 곳', '상처가 있는 곳', '소외된 곳'이 바로 우리 사회의 '중심'이 됩니다.
사회가 의료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소시민들은 의료분야에 전문가가 아닌 이상 무엇이 잘못이고 누가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모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죽음을 넘나들면서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병원 응급실이라는 것과 어느 한 사람 녹록지 않고 힘들어한다는 것입니다. 하루빨리 병원과 의료시설이 정상화되기를 소망합니다.
갑자기 분노의 칫솔질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