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엔디 Sep 18. 2024

꿀꺽, 폴짝, 샤악

마음치료

꿀꺽

  죽을까 봐 밤새 잠을 못 잤습니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불 꺼진 방에 천장만 쳐다봅니다. ‘나, 내일 죽으면 어떡하지?'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낮에 목걸이 구슬을 입에 넣고 장난을 치다가 나도 모르게 삼켰습니다. ‘꿀꺽…!’ 6살 때 일입니다. 수십 년이 지나도 아직 살아 있는 것을 보니 자연스럽게 배출이 된 것 같긴 합니다.


폴짝

  다락에서 폴짝 뛰어내렸는데 혀가 송곳니에 찍혔습니다. 혀 양쪽에서 피가 나는데 언뜻 보니 많이 찢어져 보입니다. 입을 다물고 어느 누구에게도 말을 못 했습니다. 너무 무서웠습니다. 국민학교 4학년 때 일입니다. 지금도 혀 양쪽에 흉터가 남아있는데 치료하지 않고도 잘 붙은 것 같습니다.


샤악~

  새로 건축한 집 같습니다. 모서리 벽에 내려온 물홈통 끝이 날카롭습니다. 함석철판으로 만든 난로 연통 같은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지나가다 팔이 날카로운 홈통끝자락에 스쳤습니다. 샤악~ 칼로 베인 듯한 느낌이 들어서 팔을 쳐다보니 손목 위가 찢어졌습니다. 깊게 파인 것 같습니다. 슬쩍 쳐다보니 뼈까지 보입니다. 다른 한 손으로 손목을 부여잡고 집에 가서 엄마 화장대로 가서 동동구리무(?)를 바르고 나름 응급처치를 했습니다. 7살 때 일입니다. 왼쪽 손목 위로 지금도 흉터가 남아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병원 가서 소독하고 한 바늘정도 꿰매어야 하는 상처였던 것 같습니다.


  워낙 겁이 많았던 어린 시절에 아무도 모르게 지나갔던 바보 같은 저의 행동이었습니다. 무서우니까 이야기를 못했습니다. 두려움이 크니까 오히려 감추게 됩니다.




  저는 생각을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싸움도 잘 못합니다. 싸움은 논리가 필요 없죠. 싸우고 싶은데 역사적 맥락과 논리, 문제를 야기시킨 원인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 하니까 당장 치고받는 싸움은 저랑 어울리지가 않습니다. 그렇다고 싸움하면서 생각을 정리해서 서류로 제출할 수는 없는 일이죠. 그래서 글쓰기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마음을 글로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생각과 마찬가지로 제 마음의 상처도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다만 한걸음 뒤로 물러날 뿐입니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감추어버립니다. 어떤 것은 자연적으로 치유가 되기도 하고, 어떤 것은 흉터가 남기도 합니다. 바보 같은 행동일까요? 덮어서 해결될 것도 있고, 드러내서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도화선이 되어 점입가경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에도 저는 내 힘으로 어떻게 해보려는 바보 같은 행동을 많이 합니다. 감추고, 가리고, 봉합하려 합니다. '꿀꺽'삼켜도 '폴짝' 뛰어도, '샤악' 베여도 두려움에 숨고 감추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어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 보이지 않는 내면의 마음은 더욱 그러하겠지요.


대문사진 출처 : freepik

이전 16화 말속에 마음이 있고, 마음속에 정이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