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함이 주는 함정
몇 번의 반전을 계속 보여주는 일본광고 영상이 참 재미있습니다. 채용 면접을 보러 가는 한 여인에게 드라마 같은 기적이 일어나려는 순간, 계속된 반전으로 결국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기적은 그리 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라는 카피가 마지막 영상 자막으로 나오면서 끝이 납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장난감 제조 및 판매회사 '해즈브로(Hasbro)의 보드 게임 '인생 게임(The game of life)'을 일본 장난감 기업 '다카라 토미(Takara Tomy)'가 2년 후 이 게임을 수입해서 스토리를 일본화한 후에 판매를 했다는군요. 결국 '기적은 보드게임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는 재미있는 발상으로 만들어진 광고입니다.
우리 삶 속에서 기적(奇蹟)이 그리 쉽게 일어나지는 않지만, 전혀 안 일어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오랜 투병 끝에 기적 같은 치유가 일어나기도 하고, 수많은 인파 속에서 기적 같은 조우(遭遇)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살아가는 것이 기적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을 만나게 될 때 우리는 '기적 같은 일'이 있어났다고 합니다. '내게도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하면서 먼발치에 있는 '기적'만을 고대하는 것도 일면 우리의 보편적 정서이기도 합니다.
바둑에서 상대의 돌을 완전히 둘러싸기 전에 한 수를 남겨놓고 하는 말이 '아다리'란 말을 사용합니다. '아다리'가 딱 맞아떨어지면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도 합니다. 이사를 하거나 사람을 만나거나 할 때도 '아다리'가 맞으면 일단 안심을 하게 됩니다. 내심 '일이 잘 풀리겠구나!' 하는 것이죠. 몇 번의 반복된 우연은 필연으로 바뀌고, 마치 거역할 수 없는 대세(大勢)처럼 마음에 확신을 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절묘함이 주는 확신'은 우리에게 비합리적 신념을 갖게 합니다.
가끔 그 '절묘함'때문에 속을 때도 있습니다. 내가 기도한 대로 상황이 전개되면 하나님이 내게 주신 '기도응답'이란 생각이 듭니다. 기도를 했는데 마침 이런 일이 생기게 되고, 마침 저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절묘함'에 우리는 스스로 당위성을 부여합니다. 하나님의 뜻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여호와 하나님께서 '내 생각이 너희의 생각과 다르며 내 길은 너희의 길과 다름이니라'는 말씀을 보게 됩니다. 내 경험과 상황으로 하나님을 한정(限定)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선택을 통해 인생길을 가고자 하는 것은 하나님을 주술적 대상으로 여기는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뜻'은 '거룩함'입니다. '하나님의 뜻은 이것이니 너희의 거룩함이라(데로니가전서 4:3)'
4월에 브런치작가 신청을 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힘들고 지쳐있을 때 운전하면서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나님!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습니다. 제게 이 정도만이라도 기뻐할 수 있는 일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다음 날, 퇴근하는 길에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란 문자를 받았습니다. 제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 그 이후로 2-3일에 한 번씩 글을 올리면서 벌써 100편이 넘는 글이 모아졌습니다. 귀한 댓글 달아주시는 작가님도 계십니다. 내게 일어난 '기적'이 오늘을 살게 했습니다. 기적은 그리 쉽게 일어나지는 않지만 필요한 만큼은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필연을 가장해서 나타나는 절묘함이란 함정에 주의하면서 내게 주신 '오늘의 응답'은 누려보고자 합니다.
대문사진 출처: freepik AI 생성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