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 행복하다면
아침식사를 하지 않습니다. 그다지 배가 고프지도 않고 차라리 잠을 더 자는 편이 좋습니다. 어려서부터 생활패턴이 그렇다 보니 지금까지도 아침은 빵 한 조각, 우유 한 잔 정도로 스탠딩 취식 후 후다다닥 나가기 일쑤입니다. 아내도, 아이들도 '우리는 하나!' 아침 식사를 하지 않습니다. ㅎㅎ
겨울이 오면 아내는 저를 위한 가장 좋은 '배려'를 식탁 위에 준비해 놓습니다. '호빵!' 출근하기 전에 호빵 하나 전자레인지에 데워 입에 물고 현관을 나갑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만날 때 조금 민망한 경우도 있지만 등 뒤로 숨기면 잘 모릅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같은 라인에 살고 계시는 권사님을 만났습니다. 교묘하게 은근슬쩍 손을 뒤로 해서 호빵을 잘 숨기고 아침 인사를 건넸습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출근 일찍 하시네요!"
"아... 네..."
"호빵 좋아하시나 봐요?"
"네? 아 네...!"
권사님이 내리고 정신을 차리고 뒤를 보니 거울에 내 뒷모습이 다 보입니다. OTL ;;
거의 20년 전의 일입니다.
호빵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어제 아침에 4개들이 호빵이 식탁 위에 놓여 있습니다. 고요한 아침, 주섬주섬 출근준비를 하면서 오랜만에 호빵 하나를 뜯었습니다. 입속에서 퍼지는 단팥의 향과 부드러운 빵의 질감이 좋습니다. 오늘은 하나 더 먹어야겠습니다.
오후에 아내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호빵이 하나가 없어졌는데 당신이 먹었어?"
"응"
"왜?"
"배가 고파서..."
"아...ㄹ 알았어."
며칠 후 아내에게 듣기론, 내가 늘 아침을 안 먹어서 배가 고파했는지 몰랐다고...... ㅎㅎ 그렇다고 변한 것은 없습니다. 여전히 오늘도 아내는 깊은 잠에 빠져 '미동(微動)'조차 안 합니다.
그래 당신만 행복하다면......
나는 오늘도 주린 배를 부여잡고
출근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