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보고 싶어요
스치는 바람이 시원한 가을아침에, 출근하는 길이 더욱 상쾌합니다. 아침의 태양도 조금씩 늦게 일어나기에 구름사이로 먼동이 트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습니다. 오늘은 예고 없는 비가 간간이 내리고 있습니다. CBS라디오 프로그램 '정민아의 Amazing Grace'의 진행자도 분명히 어제까진 일기예보에 비가 없었는데, 오늘 아침에 비소식이 있다는 멘트를 합니다. 하늘에 회색구름이 감도는 것을 보니 곳에 따라 소나기를 뿌리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살던 아파트는 안방 침대에서 바깥을 내다볼 수 있는 창이 바로 옆에 있었습니다. 살다 보면 어렵고 힘들 때도 있고, 슬픔과 좌절이 찾아올 때도 있습니다. 어느 날 제 아내도 어디 한 곳, 의지할 데 없고 벗어날 수 없는 막막함에 슬픈 밤을 맞이했습니다. 그 당시 우리는 주말 부부로 지냈기에 그 외로움과 슬픔을 혼자 감내하기가 어려웠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아내는 침대에 누워 바깥을 내다보면서 하나님께 넋두리 기도를 했다고 합니다. '하나님, 비가 보고 싶어요.' 그런데 거짓말 같이 투두둑 투두둑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아내는 그날의 비는 누가 뭐라 해도 하나님이 자신에게 주신 '선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기도응답은 '기도한 자만이 알 수 있는' 특별한 은혜입니다. 이 세상에 우연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성경(열왕기상)에 나오는 아합왕은 전쟁터에서, 어떤 사람이 우연히 쏜 활이 왕의 갑옷 이음매 사이를 쏘므로 부상당해 죽고 말았습니다. 우연히 쏜 화살이었지만 이미 하나님의 계획안에서 이루어진 것을 보게 됩니다. '그 병거를 사마리아 못에서 씻으매 개들이 그의 피를 핥았으니 여호와께서 하신 말씀과 같이 되었더라 거기는 창기들이 목욕하는 곳이었더라(열왕기상 22장 38절)'
자동차 유리로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집니다. 와이퍼로 한 번 쓰윽 닦아내면서 '오늘은 누군가에게 비가 필요한가 봐...'라는 생각이 스쳐갑니다. 일기예보에도 없었던 비인지라 누군가에게 마침 필요해서 부어주시는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항상 기쁘고, 즐겁고, 세상이 아름답게만 보이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절망과 낙심 속에서 잠시 숨 한번 들이킬 수 있도록 누군가에게 내려지는 '단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대문사진 출처 : freep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