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전
'계란 판매합니다. 한 판씩도 판매합니다' 가게 유리창에 대문짝만한 글씨로 쓰여있습니다. 유리창은 불투명으로 밖에서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장사가 될까? 지나치면서 항상 드는 생각입니다. 내부가 안 보이는데 고객이 안심하고 들어갈 수 있을까요? 마치 빨간색 시트지로 성인용품이라고 쓰여있는 가게를 들어갈 수 없듯이 자연스럽게 들어가기가 어렵습니다. 주인장을 만나서 조언을 좀 해주고 싶어도 오지랖이 넓지 않은 고로 패스!
환경심리에 대한 연구가 1950년대 초부터 태동하여 1970년에 환경심리학(環境心理學)이라고 명명된 후로 사람들은 새로운 학문에 열광하게 됩니다. 환경심리학회(EDRA)가 구성되고, 건축과 접목이 되면서 공간과 심리라는 측면에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집니다.
유치원 입학식에서 학부모맞이 접객테이블 위치를 바꿔준 적이 있습니다. 현관에 들어오면서부터 입학식장까지 가는 동선이 부드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조정을 했습니다. 「학부모가 현관에 들어오면 이쪽 테이블에 안내지를 배포하고, 자연스럽게 우측으로 돌아서면 직관적으로 향하게 되는 곳에 테이블을 두고 동선을 유도합니다. 거기까지 오면 창 밖으로 보이는 마당의 뷰를 보고 '어머 여기 너무 예쁘다'하고 밖을 내다보게 됩니다. 그러면 가까운 의자에 안내를 하면서 차 한 잔을 권하고, 오늘의 순서와 안내를 간단히 알려드리고, '이쪽 공간은 뭐지?'하고 쳐다볼 겁니다. 그러면 공간에 대한 안내를 간략하게 하고, 그다음 장소는 어느 쪽으로 가면 된다고 알려드리고, 입학식장까지 동선유도를 합니다. 」 식(式)이 끝난 후에, 원장님이 제게 이렇게 말합니다. "학부모님들이 아까 말씀하신 대로 똑같이 움직여요!"ㅎㅎ
알게 모르게 사람은 주변환경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합니다. 건축물의 형태와 디자인은 마음이라는 정서와 관련이 있습니다. 사람을 끌어들이기도 하고, 무의식적으로 지나치게도 합니다. 불안감을 주기도 하고, 편안한 마음을 갖게도 합니다. 같은 공간에서도 주간과 야간에 느끼는 심리적 변화는 틀릴 수 있습니다. 그 차이는 비단 낮과 밤의 문제뿐만 아니라 문화적 차이에서도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죠. 까마귀가 일본에서는 길조로 여겨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흉조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정서적 느낌은 다를 수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심리적인 변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계란을 팔기 위해서 가격과 내용을 잘 보이도록 게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구매욕구를 자극하기 위한 심리전(心理戰)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 불투명 유리창을 걷어내고, 내부 전체가 잘 보일 수 있는 투명유리로 변화를 줍니다. 계란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도매점임을 내세울 수 있도록 빈 포장이라도 가득 쌓아놓습니다. 내부를 밝은 조명으로 대체해서 깔끔하고 신선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좋습니다. 10미터 20미터 전에서 볼 수 있는 귀여운 병아리 인형을 외부에 배치하는 것도 주의를 끌 수 있는 방법이죠. 문은 항시 개방된 듯한 인상을 주도록 출입구는 가급적 넓게 하고 바닥에 눈에 띄는 유도 화살표를 만들어 놓으면 고객은 끌리듯이 그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예부터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고 했습니다. 무심한 듯 고객을 대하되 고객의 필요에 즉각 대응할 있는 민첩함이 있어야 합니다. 」
저한테 맡겨 주시면
매출을 3배 이상 갖도록 해 드릴게요.
말로만 나불대는 지나가는 행인이...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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