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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엔디 Nov 07. 2024

사랑하며 추억하는 당신들

퇴근하면서

 한국·중국·일본을 비교해 보는 것은 늘 재미있습니다. 가장 가깝게 접해 있으면서도 말도, 문자도, 양식도, 성향도 다르니 말입니다. 어린 시절의 행복과 사랑을 투영하는 대상도 세 나라가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무조건 '엄마'죠. 힘들 때, 외로운 때, 방황하다 다시 찾는 곳은 늘 엄마의 품입니다.


  중국은 '할아버지'가 영화나 문학작품에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장원리(蔣雯麗)가 감독을 맡은 《우리 하늘에서 만나요 ; 我們天上見》라는 영화는 70년대 말에 할아버지와 함께 했던 어린 시절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 姥爺라오이에(외할아버지)》라는 책으로도 발간이 되었습니다.

<우리 하늘에서 만나요>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변검 ; 變瞼》이라는 영화 역시 할아버지가 등장합니다. 변검술사 할아버지가 한 아이를 입양하여 후계자로 키우려는데 아들을 원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여자아이였습니다. 그러나 여러 우여곡절 끝에 사이가 좋아지고 그냥 딸아이를 정식 후계자로 받아들여 변검을 가르치며 화기애애하게 끝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내내 "이에(爺) 이에(爺)"라고 부르는 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이에'는 '할아버지'라는 뜻입니다.

< 변검 >

  일본은 '할머니'가 자주 등장합니다. 《이웃집 토토로》에 ‘사쓰키’와 같은 반 간타의 '할머니'가 인자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벼랑 위의 포뇨》에도 요양원 할머니가 등장을 합니다. 《천공의 성 라퓨타》에 나오는 해적단 '도라'는 파워풀한 할머니로 나오기도 하는데,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할머니'라는 배역은 직간접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 벼랑 위의 포뇨 >

  저만의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은 '할머니', 중국은 '할아버지', 우리나라는 '엄마'에게서 정서적 애환이 많이 담겨있는 듯합니다. 


  퇴근하는 길에 골목길 놀이터를 지나가면서 신나게 놀고 있는 꼬마 아이들을 봅니다. 노인 몇 분이 벤치에 앉아 있습니다. 전국 최초 어르신 놀이터인 충남 공주시 '미나리공원'이 2020년에 개장된 이후, 노인복지의 새 모델로 '어르신(노인) 놀이터', '시니어 파크'를 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것 같습니다. '노인'이란 말을 싫어할 테니 앞으로는 '시니어 파크'라는 이름으로 불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ㅎㅎ


  손주가 그렇게 예쁘다는데 저는 아직 경험을 못해봤습니다. '아들 vs 손주, 딸 vs 손녀' 과연 승자는?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손주나 손녀가 더 사랑스럽다고 하던데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엔, 그렇게 예뻐했던 어릴 때 아이들의 모습을 이제는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아이'와 닮은 손주가 뿅 하고 생겼으니 얼마나 예쁠까요? 경험 없는 저는 그렇게 추론해 봅니다. 그래서 이런 내 생각을 이야기했더니, '아니랍니다.' 그냥 예쁘다는데요? ㅎㅎ


  한 세대를 보통 30년으로 계산을 합니다. 3세대면 90년입니다. 그 이상은 아마 어렵겠죠? 100년안에서만 이루어지는 사랑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버지, 아들, 딸, 손자, 손녀. 놀이터에서 미끄럼틀 타는 아이들이나 시니어 파크에서 느릿하게 운동하며 저녁노을 지켜보는 어르신이나 같은 시대를 살아가며 울며 웃고 사랑하며 추억하는 당신들이 있기에 서로의 버팀목으로 오늘을 살아가나 봅니다.

'저기 제 차가 보입니다.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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