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송이 아가씨
어제가 입동(立冬)이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0도를 찍었으니 그냥 넘어가기는 아쉬웠나 봅니다. 내년까지 공사일정을 맞추려면 날씨가 도와줘야 하는데 너무 추운 겨울이 될까 봐 걱정입니다. 그래도 한편으론 눈 내리는 겨울의 포근함(?)이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중국어 공부한다고 한참 열정적일 때 중국 저장성(浙江省)에서 경찰로 근무하는 중국인 인터넷친구(网友)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를 통해 경찰 사이트에 가입을 하고 동아리모임 같은 소그룹방에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2010년이니까 베이징올림픽이 끝나고 개방화 바람이 본격화된 중국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정말 좋았던 때입니다. 당연히 한국인이 중국어로 글을 썼으니 신기했겠죠. 일주일 동안 경찰 홈페이지 메인에 올려지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ㅎㅎ 당연히 캡처를 해 놓았습니다. 제목은 '눈송이 아가씨가 살포시 내려옵니다.' 제대로 작문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내용을 소개해 드립니다.
이른 새벽부터 눈이 내립니다. 내가 꿈속에 있을 때, 눈송이 아가씨가 살포시 땅으로 내려왔습니다. 제겐 두 명의 누나가 있습니다. 여섯 살 때라고 기억이 납니다. 늘 누나들과 밖에 나가서 놀곤 했는데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오늘 같이 눈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너무 기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누나랑 놀고 있었습니다. 한 가지 기억나는 것은 둘째 누나가 제게 이렇게 말합니다. " 이렇게 해봐! 팔을 쫙 펴고 눈 내리는 하늘을 쳐다봐! 그러면 내 몸이 마치 하늘로 날아가는 느낌이 든다!" 저도 해 봤습니다. '와~ 정말 내가 하늘로 날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 후로 많은 시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신기했던 마음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한국에 오늘 많은 눈이 내립니다. 길이 막힙니다. 사람들이 지각을 합니다. 저도 2시간이나 늦게 출근을 했습니다. 그래도 생각해 봅니다. '예전의 그 자세를 한번 취해볼까?' ㅎㅎ 아니 아니 여러분들도 저랑 같이 한번 해 보실래요?
올해 눈 오는 날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따스한 '그림 이야기'를 마음에 남겨주는 그런 겨울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