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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ee Dec 31. 2019

여행에서 내일이란 없다


치앙마이의 작은 서점 란라오에서는 귀여운 화가 아저씨가 개성 있는 그림체로 초상화를 그려준다. 매주 금토, 월화 정해진 시간에만 오기 때문에 여행 일정이 짧다면 그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다행히도 나는 금요일에 치앙마이에 도착해 마음에 쏙 드는 초상화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순서를 기다리다 보니, 사랑하는 친구들의 사진으로 초상화를 부탁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나도 선물용으로 그림을 부탁하려다 여행 마지막 날 오기로 했다. 여행 첫째 날이라 가고 싶은 곳도 많고 마음이 급했다.



화요일 오픈 시간에 맞춰 서점을 방문했는데 화가 아저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서점 주인에게 물어보니 오늘은 오지 않는다고. 약속을 어긴 화가 아저씨가 미운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저 ‘여행에서 내일이란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을 뿐이다.


생각해보면 살면서 이런 순간은 많다. 다음에 사야지, 내일 해야지, 나중에 하면 되지 하고 넘겼다 타이밍을 놓쳐버리는 것들 말이다. 처음에는 내 의지에 따라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면, 기회를 놓치고 난 다음에는 내 능력과 상관없이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린다. 쉽게 다시 오기 어려운 여행지에서는 그런 순간들이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  지금 당장 즐기고 싶은 일이, 해야만할 것 같은 일에 밀려서는 안 된다. 여행지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도.



* 글쓰기 프로젝트 '작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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