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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당무 Jul 26. 2022

인생도 프리다이빙처럼

망설이는 것이 있으면 바로 시작하자

수영을 1도 못하는 내가 오늘 처음으로 물속에서 잠영을 했다. 물론 오리발을 끼고 했기에 편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나는 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수영조차도 배울 생각도 안 했다. 아니, 물을 처음부터 좋아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나에겐 어렸을 적부터 닭살 피부가 유독 심했다. 팔다리가 모두 닭살피부였다. 그래서 체육시간에 반바지 입는 것을 제일 싫어했고 치마도 잘 입고 다니지 않았다. 이 피부는 날씨가 더울 때만 피부 속으로 잠시 숨었다가 조금만 추워져도 빨갛게 다시 올라오곤 했다. 수영을 배우기 위해선 수영복을 입어야 하는데 난 그게 오랫동안 콤플렉스로 자리했어서 수영을 배울 생각을 안 한 것이다.


세월이 한참 지나 어느 날 사진 한 장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마치 인어인듯한 모습의 사람이었다. 물속에서 부드러운 동작을 하고 있는 사람은 아주 편안해 보였다. 내가 알고 있는 바닷속 헤엄은 스킨스쿠버다. 산소통을 메고 들어가야 물속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줄 알았다. 프리다이빙이라는 엄청 신기한 스포츠를 발견한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내 닭살피부는 점차 사라져 갔다. 엄마는 항상 나에게 그랬다. 나이 들면 다 없어진다고. 젊었을 적에 피부과도 많이 다녀봤지만 다 소용이 없었다. 결국은 나이가 들어서야 조금씩 사라져 감을 알아챘다. 


그렇게 신비스러운 프리다이빙이 너무도 배우고 싶었다. 인별에 올라오는 사진을 자주 보다 보니 더욱 끌렸다. 제주에서 강습을 한다고 글이 올라왔다. 알고 보니 글을 올린 강사는 예전에 사진동호회에서 한 두 번 정도 얼굴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이 어찌 더 반갑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배우고 싶다고 했고 난 수영을 못한다고 했다. 수영하고는 상관이 없다고 한다. 그렇게 짧은 대화 이후 난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그러던 작년 여름이다. 회사 동생 부부가 스노클링 장비를 가지고 제주로 여행을 왔다. 함께 바다에 나가 스노클링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에게도 한 번 시도해보라고 장비를 건네줬다. 처음에는 좀 겁이 났다. 난 늘 바다에선 구명조끼만 입고 놀던 사람이다. 방독면 같은 캡을 쓰고 물속에 엎어져야 하는데 해낼 수 있을까?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스노클링을 얼굴에 쓰고 들어갔다.


그렇게 해서 처음으로 스노클링이란 걸 했다. 바위가 있는 곳으로 가야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바위가 좀 겁이 났지만 신기하고 재밌었다. 조금 하다 보니 자신이 생겼다. 구명조끼 없이도 물에 뜰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그런데 웬걸, 너무 잘되는 게 아닌가? 오히려 나에게 스노클링을 가르쳐준 동생은 구명조끼를 벗는 것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용기를 내서 시도를 하더니 금세 적응하며 서로 놀라 기뻐했다. 


물에 뜨는 연습에 적응을 하니 프리다이빙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해졌다. 올해 드디어 배우겠다고 선언했고 휴가 때 맞춰 배우기로 결심했다. 패디 베이식 과정 이틀 중 하루 바로 오늘 그 시작이었다.


몇 년을 고민했고 두려움도 있었고 결정을 못했다. 다른 배움에 있어서는 빨리 결정하고 빨리 실행하는데 이것 만큼은 선뜻 나서지 못했다. 이제라도 배울 수 있게 돼서 스스로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난 영영 죽을 때까지 물과는 친해지지 못할 줄 알았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법을 배우는 것도 인생의 지혜인 것 같다. 두려워서 하지 못했던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런 것들을 이제는 하나씩 도전해 보려고 한다. 망설이다 놓친 것만큼 후회되는 일도 없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망설이는 일들만 찾아서 해보려고 한다. '프리다이빙'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잘 선택한 배움이다.


처음해보는 잠영, 자세는 비록 어눌하지만 뿌듯한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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