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과 관련해서 커가채널(Career Guide Channel)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다.
대학원 유학시절부터 한국을 떠나 있는 시간 동안 영상을 통해서라도 소통을 하고 싶어서 만들게 된 연결 창구였다. 유튜브를 개설하고 편집 프로그램을 익히기 위해 독학으로 프리미어 프로 편집 기술을 배웠다. 문서작업 이외에는 컴퓨터 툴에 대해서는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쉬워 보이는 것도 익숙해지는 데 까지는 오래 걸렸고, 첫 영상 5분짜리를 만들기 위해 수없이 재녹화를 하고 편집을 하면서 이틀이 걸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점차 편집 기술들이 손에 익고 요령이 생기면서 짧은 영상부터 30분 이상 긴 영상까지 자막과 영상 컷, 붙이기를 반복하며 유튜버로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학업과 유튜브 영상 제작을 병행하며 다양한 영상 주제들로 업로드해 봤다. 워킹홀리데이, 유학 장학금, 해외 동기부여 강연 번역영상, 유학생활, 직업 관련 자격증 정보, 미래직업 변화 등...
일상생활이나 동기부여 강연 영상들은 조회수나 시청 시간이 저조해서 구독자들이 많지 않았고, 그중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던 주제가 직업 관련 내용들이어서 차츰 다른 주제들은 제외하고 Career 전문 유튜브로 만들어갔다. 그렇게 2년 정도 맨땅에 헤딩하듯 도전하다 보니 구독자는 이미 1,000명을 넘어 4,000명을 향해 가고 있었고 1년 평균 시청시간도 4,000시간을 넘기면서 수익창출 조건이 충족되었다는 메일을 받게 되어 광고 수입도 생기게 되었다.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나름 원대한 꿈도 꾸고 기대도 했었는데 그중 한 가지가 수익적인 부분이었다. 유튜브 관리자 페이지 영상에 수익창출 마크가 생기는 것을 보니 수많은 유튜브 성공사례들처럼 나도 곧 큰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아 설레기도 했다. 처음에는 하루에 몇 원~ 몇 천 원, 그리고 한 달에 최대 1~2만 원 정도 수입이 생기는 것도 신기하고 놀라웠다. "이렇게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구나." 하며, 처음으로 디지털노마드와 콘텐츠크리에이터라는 것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입히게 되었다.
그러나 조금만 더 하면 유튜브 수익으로 생활이 가능한 때도 오겠지라는 부푼 기대는 현실에서 실현되지 않았다. 조회수 10만, 20만, 30만이 되어도 수익은 몇 만 원에 그쳤고 성공한 유튜버들이 말하는 몇 백, 몇 천만 원의 수익은 없었다. 그리고 구독자들과 최대한 소통하고 질문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얹어 답을 해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노력 대비 시청자들의 참여나 피드백이 적은 것에 속상한 날이 많았고, 점차 유튜브 운영 만족도는 낮아지기만 했다.
역시 소통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내놓은 결과물에 대한 보상이나 피드백이 충분할수록 일에 대한 효능감과 의지는 강해진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계기였다.
그러다 맞은 번아웃.
학업과 일, 그리고 유튜브, 이리저리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활동은 많았던 것 같은데 느닷없이 복병이 찾아왔다. 미래직업전망과 직업 정보 및 유용한 자격증 등에 대해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보람도 느꼈지만, 모든 것이 싫어지고 무의미해지는 번아웃을 경험하게 되면서 손을 놓게 되었다.
조금씩 소폭이라도 상승하던 유튜브의 구독자와 조회수, 시청시간은 어느 시점부터 정체되기 시작했고, 때론 눈에 띌 정도로 낮아지기도 했다. 그렇게 손을 놓은 채 1년 가까이 유튜브 영상 업로드가 없었던 어느 날, 채널의 메일로 수익창출이 중단될 수 있으므로 1개월 내 새로운 영상을 업로드하라는 메일이 왔다. 몇 년 간의 노력과 열정이 아까워서 도저히 닫을 수는 없었고 1년에 한 번씩 유지하기 위한 형식적 영상만 짧게 올렸다.
한 해 두 해 시간은 흘렀고, 번아웃은 5년간의 터널을 지나 끝자락에 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번아웃 극복에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유튜브 구독자분들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감사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유튜브를 중단했던 4년 전과 큰 차이 없이 구독자 9천 명대로 유지가 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번아웃 이전 열의를 갖고 마지막으로 올렸던 미래직업전망 관련 동영상이 꾸준히 구독자를 유입시키고 있었다. 기존 구독자와 새로운 구독자가 교체되며 이어져온 것이었겠지만, 나를 지켜주었다는 생각에 든든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럴수록 “내가 이런 정보를 공유할 만한 사람인가, 나는 기대보다 무능력한 사람인데 과대평가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영상 제작에 대한 부담은 커져만 갔다. 그러나 사람들은 영상들로 나라는 사람을 과대평가하지도, 기대를 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이제야 알 것 같다. 그저 필요한 내용을 취하고 도움이 된다면 '좋아요와 구독'을, 그렇지 않다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혼자만의 착각과 과대평가에 빠져 영상 제작에 대한 부담만 키운 것은 내 안에 있던 두려움 때문이었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 더 좋은 평을 받고 싶은 마음이 시도하려는 마음을 붙잡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기나긴 번아웃의 터널을 지나 밖으로 나오게 되니, 기다려준 이들에게 더 값진 정보로 고마움을 돌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제라도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