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출간되어 현재까지도 독자들의 관심을 받는 책, 이시형 박사님의 <배짱으로 삽시다>를 읽으며 '체면치레는 필요 없다'라는 것에 위안과 공감을 하며, 마음을 다시 잡는데 도움이 되었다.
"체면의식이 강할수록 중추신경의 긴장도는 더해진다.
체면을 지킨다는 건 곧 자기 내심을 숨겨야 하는 억압이 선행되어야 한다.
하고 싶은 충동을 참고 짐짓 아닌 척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 에너지의 소모가 많다.
이런 정신적 긴장이 피로감을 가져온다.
하는 일 없이 피곤하고 무슨 일을 해도 억지로 하게 되므로 정신적 부담도 더욱 가중된다.
모든 게 남의 눈에 강제된 상황에선 자발심이나 창의력도 우러날 수가 없다.
억지로 끌려하는 듯한 부담감에선 무슨 일이고 적극적일 수가 없다."
20~30대에는 체면치레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 그래서 안 해도 될 일을 하거나 과하게 부담을 안고 후회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예를 들어 나는 멋있어 보여야 하니 항상 나서서 사람들을 챙기고 대변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는 와중에 수시로 충돌을 겪었다. 그리고, 리더로서 배포가 크게 보여야 하므로 돈을 쓰는 것에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밥을 사고 술을 사며 체면치레를 하는 동안 그들은 차를 사고 집을 샀다.
체면 : 남을 대하기에 떳떳한 도리나 얼굴.
무엇이 진정 체면을 유지하게 해주는 것일까?
아무것도 내세울 것이 없었기에 겉으로만 으스댈 수 있는 일시적인 생색을 체면이라고 오해한 것은 아니었을까?
이러한 질문들을 거듭하며, 체면이 밥 먹여 주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를 깨달았다. 그 후로는 내실을 다져나가는 것에 집중했고, 나설 때와 아닐 때를 지켜보게 된다. 그렇게 체면에 대한 부담을 조금 내려놓으니 숨통이 트이는 것을 느낀다. 타인의 평가와 시선에 집중한 삶을 살다 보면 나를 잃어버리기 쉽다. 그러다 삶에 대한 의지와 목표를 잃고, 다 놓아 버리고 싶은 번아웃도 경험하게 된다. 그렇게 되기 전에 내가 진정으로 편안해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체면치레 따위는 벗어던지고.
내 감정에 못 이겨 나를 상하게 한다.
얼마 전 <짠한 형>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신동엽 MC가 '화'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말한 것을 보았다.
그는 운전을 하고 가다 누가 끼어들거나 잘못을 하더라도 절대 클락션을 울리거나 욕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대부분 상대는 듣지 못하고 차 안에 있는 자신이 그 험한 말을 듣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화가 난 상태에서 타인을 향해 과격하게 내질렀다고 생각했던 욕이 자신의 귀로 돌아와 감정을 더 격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 감정에 못 이겨 나를 상하게 행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참으로 현명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맞는 말이다.
주변에 사람들이라도 있을 경우에는 더 과하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화를 내면 낼수록 내 감정이 더 다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참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복받침에 버럭하고 화를 내지만 끝은 화를 낸 이유보다 그 감정의 골만 깊어져 안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른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자신을 위해서라도 무모하게 화를 내는 것을 자제하고, 나쁜 언사를 하지 않으려는 마음 자세가 중요하다.
번아웃을 겪으며 혼자 지내는 몇 년 동안 참 많은 생각을 하고 나를 돌아보았다. 그러면서 화와 어설픈 배짱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제는 그러한 깨달음을 실천하며 다시금 나를 다치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