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택의 덫에 걸린 아르바이트생

#헬스장 클럽에서 만나요 #16

by 지친 잉어

헬스장에서는 다양한 가격 행사 할인을 한다.

기게 등록하면 가격이 낮아지는 할인 프로모션은 물론 리뷰를 남기거나 주변인을 소개하면 회원권 연장, 예약 후 방문시 등록비 면제, 쿠폰 사용시 무료 운동복 증정 등 중복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정말 많았기에, 잘만 알아보고 등록하면 한 달 이상을 공짜로 다니는 경우도 흔했다. 혜택을 제공받는 회원 입장에서는 돈도 아끼고 좋을지 모를 일이지만, 이 혜택을 안내하고 처리를 해야하는 직원 입장에서는 어지간히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게다가 이 수많은 혜택을 보다보면, 내 월급이 밀리지 않고 과연 제대로 나오기나 할까 우려가 되기도 했다. 물론 내가 직접적으로 헬스장 매출을 관리하는 것도 아니며 회계사도 아니기에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시스템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이러한 혜택이 자연스레 헬스장 홍보로 이어져서 기존 회원들은 계속 유치하고, 새 회원들도 더 불어난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보였다.


내가 일한 헬스장에서는 매월 마지막 주에만 진행되는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기존 회원권이 곧 만료되는 대상자들에 한해, 미리 재등록을 신청할 경우 30일을 무료로 더 준다는 혜택이었다. 예시로 오늘이 9월 넷째 주에 해당하고 회원권이 익월인 10월 안에 끝난다는 두 가지 조건을 다 충족시, 해당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혜택은 기존 회원이 다른 더 저렴한 헬스장을 찾아 철새처럼 둥지를 떠나는 일을 막아주는 일종의 무기였는데, 내가 처음 입사한 주간이 하필이면 이 행사가 열리는 시기로 무척 바빴었다.


그렇다면 대상자인지 어떻게 알아보는가? 헬스장 측에서 대상자에게는 쿠폰처럼 문자를 발송한다. 해당 문자를 데스크 직원에게 제시를 하면 된다라는 안내 멘트가 덧붙여 발송된다. 따라서 문자를 받았다며 보여주는 회원님들이 바로 그 대상자인 것이다. 물론 꼭 보여주지않더라도, 실수로 문자를 지웠다거나 스팸함으로 분류되는 바람에 소식을 전달받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리가 회원님의 회원정보를 열람해서 회원권이 언제 끝나는지 알아보는 방법이 있기 때문.

이말은 즉슨, 직원이 알아서 회원권 만료일을 확인 후 대상자인지 아닌지 판단한 후 혜택을 제공해드려야하는 세심함도 필요했다. 깜빡하고 30일 서비스를 넣지 않았다가,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서 민원을 넣기 때문이다.


줘야 할 사람을 안 줘도 문제지만, 주지 말아야 할 사람이 받아가려고 하는 게 더욱 문제였다.

이 행사의 최대 단점은 헬스장에서 퍼지는 소문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이다. 대상자가 자신은 이러한 혜택을 준다는 문자를 받았다면서 여기저기 다른 회원들에게 떠벌리고 다닌다. 비대상자는 자신은 그런 문자를 받지 못했다며 의아해한다. 누구는 문자가 갔고 나는 못받았다며 데스크 직원에게 따지러 온다. 문자를 못 받았다면 본인이 대상자가 아니라고 여기기 보다, 착오로 인해 누락된 것이라 믿는 경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헬스장이 바보도 아니고, 누락될 일은 어지간하면 없다. 사람을 수기로 일일이 날짜를 확인하는 것도 아니고 컴퓨터로 만기일을 다음달로만 지정하면 알아서 회원들을 간추려서 리스트로 쭈욱 정리해준다. 누락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아도 좋다.


또 한가지는 이 혜택에 있을 받는 이유는 다음달에 회원권이 만기한다라는 조건 때문인데, 한 달치를 더 준다는 부분만 강조해되서 기억되는 바람에 마치 너도나도 다 한 달을 더 공짜로 다닐 수 있는 것으로 오해가 생긴다. 문자를 받은 대상자는 우리 모두 싼값에 운동하자라는 절약 정신을 발휘해 마치 고급정보인 것 마냥 입에서 입으로 혜택 내용을 전파한다. 결국엔 마치 데스크에 가서 말만 하면 조건없이 30일을 공짜로 더 다닐 수 있게 되는 것으로 사실이 왜곡되어 해로운 미세먼지처럼 둥둥 떠다닌다.


원래는 대상자끼리만 알아야 하는 혜택사항을 비대상자도 알게 되는 바람에, 이들을 다 처내야하는 나의 업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행사 시작일 전, 신입이었던 나는 기존에 진행 중인 프로모션 행사와 옵션 선택에 따른 할인률 등은 물론 별도로 해야하는 내 업무 순서조차 헷갈려 실수투성이었다. 그런데 대상자까지 잘 걸러내서 혜택을 적용시켜야하다니, 머리가 빙빙 돌 지경이었다. 거기에 대상자가 아닌데도 대상자인 척 등록하러 오는 사람이 있으니 꼭 주의하라며, 모든 사람을 다 해주면 헬스장 손해가 꽤 크다며 잘 확인하기를 바란다는 매니저님의 당부에 압박감이 커졌다.


문자가 발송 된 후부터 실제로 문자를 제시하는 사람도 있었고, 문자를 굳이 꺼내보이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 모두 회원권을 확인해본 바, 대상자가 맞았다. 다행스럽게도 등록하러 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먼저 대상자임을 밝혔고, 그냥 새로 등록하러 온 사람들로 구분지어졌기에 대상자에게 혜택을 주지 않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단 일주일동안만 진행되는 혜택을 놓칠세라 데스크에 오고 가는 여러 사람들을 도와 재등록을 처리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던 어느날 한 아주머니가 내게 말을 걸었다.



"지금 등록하면 한 달치 더 준다는데, 나도 그 혜택 받을 수 있나?"


그녀는 여우같이 눈꼬리를 올리며 사근사근 눈웃음을 치며 내게 말을 붙이셨다.

지금까지 내게 온 사람들은, 문자를 제시하든 말든 모두 무슨 문자같은 걸 받았다는 말부터 꺼냈었다. 이미 며칠간 대상자에 한해 등록 절차를 안내했던 나로서는 그녀의 친근하게 구는 태도가 미심쩍었다. 직접 회원권을 확인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대상자가 아닌 듯한 말투에 문자를 보여달라 요구했다.


"문자? 무슨 문자?"


역시나, 내 촉이 맞았다. 매니저님 말씀대로 비대상자인데 어디서 주워들은 정보로 혜택을 챙겨가져가려는 빌런이 정말로 등장한 것이었다.

그녀가 문자가 발송된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사실이 내게는 그녀를 돌려보낼 핑계거리 삼기 딱 좋았다. 따로 받으신 문자가 없으면 대상자가 아니며, 대상자가 아니시기에 혜택 적용이 어렵다라는 안내를 해드렸다.

내가 당장 어떻게 해줄 수 없는 혜택인지라 거절을 피치 못하게 해야하는 상황인데, 기분 상하지 않게 돌려보내야겠다는 생각에 최대한 친절하게 응대했다. 지금 당장은 대상자가 아니지만, 어느순간에는 회원권이 만료하실테고, 그때가서는 대상자에 해당하는 미래의 고객님이 될테니 말이다.


그러나 회원님은 실망한 기색을 드러내는 동시에 쉽게 꼬리를 내리지 않으셨다. 대상자로 지정되는 조건을 이해한 회원님이 회원권이 언제 끝나냐는 질문에 회원정보를 열람하려는데, 전혀 엉뚱한 사람의 회원정보만 검색되는 것이었다.


"저기, 혹시 최근에 폰 번호를 변경하셨나요? 남자분으로 검색이 나와서요."

"아아, 내 남편이 여기 다니거든. 내 남편거 확인해달라는 거였어."


아하. 남편 회원권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잠시 빌런으로 의심한 내가 부끄러웠다. 만약 남편이 대상자라면 남편의 번호로 안내문자가 갔을테고, 무뚝뚝한 남편은 아마도 아내에게 문자를 보여주지도 않은 채, 대신 헬스장에 가서 혜택을 받아오라는 심부름을 시켰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러나 남편의 회원정보를 열람해보니 안타깝게도 대상자가 아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만료 날짜가 다소 애매했다. 다다음날 1일날 끝나는 회원권으로, 겨우 딱 하루 차이로 대상자에서 벗어난 셈이었다.



이 사항을 전달받은 회원님은 울상이 되었다.

"어휴, 그냥 해주면 안돼요? 겨우 하루 차이로 혜택 못 받는다는게 말이 돼?"


난감했다. 회원님의 억울한(?) 심정도 전혀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하루차이라 하더라도 대상자가 아닌 건 아니다. 하루차이를 받아주면 이틀 차이로 회원권이 만료된 사람도 이 혜택을 받고 싶을 것이다. 그러면 사흘차 나흘차 할 것 없이 너도나도 혜택을 원할 테다. 결국 그러면 왜곡된 소문대로 너도나도 다 혜택을 받는 꼴이 되어버리니 예비 만료자를 대상으로 시행한다는 조건이 무의미해진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하루 차이는 유도리 있게 대상자로 봐주고 혜택을 내어주고서 등록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했다. 이 행사를 진행하는 궁극의 목적이 무엇이었는가? 바로 회원을 계속 묶어두기 위함이 아니었는가. 그런데 고작 하루 차이로 기분 상하게 만들어서 다른 헬스장에게 뺏길 바에야 요구를 들어주는 게 더 나아 보였다.

그러나 정직원도 아닌 계약직 아르바이트생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앞서 말한 가정은, 만약 내가 사장이었더라면 베풀었을 법한 서비스라는 것이지 실제로 해줄 수 있다는 건 아니다.

이러한 난처한 상황에서 내가 자주 써먹은 대처 방법은 단 한가지다. 나의 신분을 어필하는 것.


"저도 날짜 보니까 너무 아까운데, 제가 아르바이트생이어서요. 해드리고 싶어도 해드릴 수가 없네요."


한때, 카페 아르바이트를 할 적에 터득한 스킬이다.

일단 고객이 들어줄 수 없는 요청을 요구하면, 그 요청이 터무니없는 것이 아님을 먼저 '공감'해주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로는 '나도 해주고싶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사회적 지위'때문이다라는 것을 어필하면 해주고 싶어도 못해준다고 이야기를 한다.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사장 지시 없이는 마음대로 못하는 아르바이트생에겐 권한이 없다는 걸 알기에, 억지부려가면서 일하는 사람을 난처하게 만들기보다는 상황을 납득하면서 물러나기 마련이다.


"그럼 사장한테 전화해서 물어봐."


세상에나. 혜택에 눈이 먼 회원님은 사장을 소환하라는 추가적인 지시를 내렸다. 나는 그간 2년정도 잘 써 먹어온 스킬이 처음으로 통하지 않은 사람이 나타났다는 사실에 당황스러웠다. 어디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여기 사장 나오라고 해!'같은 요구를 하는 사람이 정말 현실에도 있었던 것이다.


현실이 어떻든 간에, 사실 이런 일로 사장한테 전화를 할 수는 없다. 고로 나는 다시 설득에 들어섰다.


"이 행사가 이번 달만 하는 건 아니고, 거의 매달 마지막 주에 행사를 해요. 회원권 끝나실 때까지 운동 다니실 건데, 그때 오셔서 혜택 받으시는 건 어떠세요?"

"그때는 무슨 혜택 주는데?"

"확실하게 정해진 건 아닌데, 지금까지 있던 행사들을 봐서는 한 달을 더 드리는 서비스가 거의 동일하게 진행되었어요."


즉석에서 지어낸 거짓말은 아니었다. 문자 대상자로 발탁되어 미리등록한 사람들을 살펴보면 20일 짜리도 간간히 보였지만 대체로 30일을 서비스로 받았다는 기록을 다수의 기록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회원님 듣기엔 나의 말이 의심쩍었던 걸까, 그녀는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어보라며 계속해서 징징거리셨다. 쉰 살이 넘은 사람이 징징거리는 소리를 할 수 있을까 독자분들은 나를 의심할 지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정말로 징징댔다. 사장 허락만 받으면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며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고 비음 섞인 목소리를 담아 어깨에 털어 보이셨다.


앙탈인지 아양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그녀의 떼쓰기에 결국 나는 전화를 걸었다. 아무리 설득을 해도 납득을 안 하니, 사실 이런 경우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하기도 했던 차에 도움이 필요하긴 했다. 사장의 안된다는 단호한 한 마디만 있으면 정리가 될 사람에게 내가 더 무얼 해 줄 수 있는가.


그러나 일하는 입장에선, 이런 일로 전화를 거는 건 정말 아니긴 싶었다. 내 나이가 갓 사회에 진출한 스무살 초반도 아니고 서른이다. 지금 아주머니가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는 것도 맞지만서도 이런 일로 전화를 거는 내 스스로가 민망했다. 차라리 전화를 거는 척하면서, ‘사장님이 안 받으시네요’라고 둘러대는 방법도 떠올렸다. 그러면 나도 최선을 다했다는 모습을 어필할 수도 있고, 욕먹을 일도 없다. 마무리로 그녀의 요청은 규정대로 처리하면 깔끔하지 않는가.

그러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내 꾀가 통할 줄 알았는데 그녀가 한 수 위였다.



"스피커폰으로 해봐. 뭐라는지 나도 좀 듣게."


그녀는 내가 실제 전화를 거는 게 맞는지 확인사살까지 했다. 나의 꾀가 바로 간파당해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졌다. 식은땀이 났다.

지금와서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이러한 요구들이 너무 자연스러웠다는 점에서 그녀가 그동안 상습적으로 이러한 행동을 해온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든다. 이럴때를 대비해 남친하고 미리 짜둬서, 내 근무 시간에 전화가 걸려오면 무조건 끊으라고 할걸, 뒤늦게 떠오른 아이디어가 아쉬울 따름이다. 아무튼 당시의 나는 내 방어막들이 하나도 통하지 않자 이제 될대로 되란 심정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신입 아르바이트생이 무슨 난처한 일에 빠졌을까, 급하게 전화를 받는 사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일로 전화를 건 내가 미워졌지만, 어쩌랴. 자초지총 회원님이 들으시는 앞에서 상황을 설명해 드렸다. 나를 이렇게까지 못살게 구는 회원님의 요구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길 바라며, 동시에 앞에서 지켜보는 그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달에도 행사가 있을 예정이니 그때 다시 오시라 말씀도 드렸는데도 도무지 듣지 않으신다는 말을 생크림 케이크에 올라간 데코 과일처럼 살포시 얹었다. 나도 코너에 몰렸다는 사실을 알아봐주시기를 바라는 달콤한 기대였다.


"그럼 지금 찾아오신 회원님도 우리 헬스장 다니시는거야?"

"아, 그건 아니고 남편분이 다니시는 중인데, 대신해서 오셨대요."


그러자 버럭하고 큰 목소리가 스마트폰 스피커 찢고 나와 회원님 사이에서 울렸다.

"이런 일로 전화를 하면 어떡해? 나한테 전화하란다고 진짜 하면 어쩌자는 거야? 에휴... 지금 앞에 계신거지? 이번만 해드린다고 전해. 그리고 앞으로 또 비슷한 요구하는 사람 있으면 그땐 전화하지 말고. 알았어?"



사장님은 내 편이 되어주리라 믿었는데.

통화를 마치자 회원님의 얼굴엔 '거봐, 들어줄 줄 알았지' 라는 거만한 미소가 어느순간부터인지 걸려 있었다.

의기양양해진 그녀는 다시 눈웃음 지으며 가느다란 목소리를 한층 더 높여 얇게 빚어냈다.


"그러게, 내가 뭐랬어? 된다 그럴 줄 알았어."


그녀는 방금 전, 내가 혼나는 말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나보다.

자신의 이익을 챙길 수만 있다면, 아르바이트생이 혼나고 깨져도 상관없다는 거구나.

그녀는 곧이어 내게 한 가지 더 요청했다.


"근데, 이왕 해주는 김에 딸 것도 해주면 안되나?"


정말이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방금 사장이 자신의 편을 들어준 것에 있어, 예외적으로 해준 것을 권리로 받아들인 것이 분명하다.

지금 누구때문에 된통 혼났는데, 누구 좋으라고 내가 딸의 것까지 해 줘야 하는가?

본인의 무리한 요구때문에 내가 다 뒤집어 쓴 쓴소리를 더는 감내하고 싶진 않았다.


그제서야 나는 이 모든 수법이 다 계산된 행동이었다는 것이었단 생각에 다다랐다. 만약 사장과의 통화에 있어 딸의 것까지 요구했으면 사장이 당연히 받아주지 않았을 것을 그녀는 이미 알았을 것이다. 약삭빠른 계산으로 일단 사장한테 허락을 구해낸 다음에, 사장의 말을 이용해서 풀이 꺾인 아르바이트생을 조종해서 이것저것 뜯어낼 작정을 하고 온 것이 분명했다.



"지금 저 사장님한테 혼난 거 못 들으셨어요?"


친절이고 뭐고 더 이상 내겐 좋은 감정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녀에게 카드를 건네받으며 톡 쏘아 말했다.

그제서야 머쓱한 티를 내며, 아니 나는 혹시나 싶어서 물어본거라며, 남편이랑 딸 모두가 다니는데 이왕 해주는 거 한 명 더 해줄 수 있는 거 아니냐며 결제가 완료될 때까지 꿍얼거리셨다.


그러나 어림도 없다. 내가 사장이었다면, 융통성 있게 처리해주는게 더 좋을거라는 아까 전의 마음가짐은 이미 다 사라지고 없었다. 온갖 억지와 떼를 부려서 받아가는 혜택이 너무나 아까웠다.


그녀는 결제를 마치고 문을 나서며 내게 눈을 찡긋거렸다.


"사장님 출근하면 딸 것도 되는지 물어봐봐.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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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런치 작가 [지친 잉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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