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틀에 날실을 올리고 빔에 실을 감았다면, 그 다음으로 해야할 일은 종광 바늘에 실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종광 바늘에 실 끼우는 중
종광(=잉아)은 패턴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2종광, 4종광, 8종광 베틀이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데, 여기서 말하는 숫자가 바로 베틀 종광의 개수이다. 종광의 개수가 많아질수록 다양한 패턴을 짤 수 있다.
종광을 올렸을 때의 모습
베짜는 영상을 볼 때에 날실과 함께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바로 이 종광이다. 종광과 함께 날실이 움직이면 그 사이로 북이 지나가면서 씨실(가로실)을 통과시킨다. 이렇게 씨실이 한 번 지나갈 때 경우의 수를 계산해보면, 종광의 움직임은 올라가거나 내려가거나 둘 중 하나이니 2종광은 2의 2제곱, 4종광은 2의 4제곱, 8종광은 2의 8제곱이 된다. (이 중에서 날실이 모두 올라가는 것과 모두 내려가는 것은 제외해야 한다.)
하나의 패턴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씨실이 적게는 2번, 많게는 10번 이상을 날실 사이로 통과해야하니 종광의 숫자가 커질수록 짤 수 있는 패턴의 수는 무한대로 늘어난다. 물론 그 중에서도 사람의 눈에 '패턴'으로 인식되는 것만을 골라야 하겠지만 어쨌든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한 가닥씩 순서에 맞춰 종광에 끼운 실은 다시 바디를 통과해야 한다. 사람들이 베짜는 흉내를 낼 때 가장 많이 따라하는 모습이 바로 바디를 치는 장면이다. 사용하는 날실의 굵기에 따라 바디의 간격을 선택하기도 하고, 직물의 성근 정도에 맞춰 의도적으로 실의 굵기에 비해 간격이 넓은 바디를 사용하기도 한다. 베를 짜는 과정에서 바디는 세로실 사이로 지나간 가로실을 정돈하는 역할을 한다.
위에서부터 사침대, 종광(잉아), 바디를 통과한 날실
바디를 통과한 날실은 몇 가닥씩 묶어 직물빔과 연결된 막대에 고정시키고, 실의 팽팽함을 고르게 조정한다.
박물관에 전시되어있는 전통 베틀의 북 (왼) 작업할 때 주로 사용하는 북 (오)
북은 씨실(가로실)이 날실 사이로 쉽게 지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이다. 베를 짤 때 좌우로 매번 움직이는 것이 바로 씨실이 감겨있는 북이다.
날실도 엉킨 곳 없이 잉아와 바디를 통과해서 팽팽하게 당겨져있고, 씨실도 북에 충분히 감아두었다면 비로소 베짜기를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하나의 직물이 완성되는 과정을 생각하면 정경부터 베틀에 실을 올리는 것까지가 80이고, 베짜기는 고작 20에 해당하는 것 같다. 베를 짜는 일이 남았다고 해도, 여기까지만 해놓고나면 마음이 편하다. 이제 시작이지만 끝이 보이는 시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