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햇빛 한가운데
사주를 보면 한낮의 태양으로 태어났다는
얘길 늘 듣는다.
사방이 빛으로 둘러싸인 땅 위에
홀로 서있는 형상이라고.
한마디로 자수성가형 사주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가.
나는 늘 무언가에 목마른 기분을 디폴트로 가졌다.
그늘 없는 인생은
언제나 메마르고, 퍽퍽했다.
온몸으로 쏟아지는 빛은
마치 화살 같았다.
머리 위의 태양은 내게 그림자를 허락지 않았다.
스스로 만들어 낸 그늘마저도 없었던 것 같다.
집안의 어른들은
장녀로서의 희생, 책임감, 부담감을 지워주었고,
사회 속의 사람들은
같은 잘못을 해도 유독 내게 더 가혹했다.
무얼 해도 쉽게 들켰고,
작은 실수도 크게 질책당했다.
때문에 늘 완벽해야 했고,
꼼꼼해야 했고,
두 번, 세 번 점검해야 안심이 되었다
정오의 태양은
숨길 것이 없는,
숨길 수가 없는,
숨을 수가 없는
숨 돌릴 곳이 없는 삶이라는 걸.
요즘 들어 자주 느낀다.
적당히 피신할 비상구가 있어야
고즈넉할진대,
그럴 여유도, 시간도 없다.
약은 꾸준히 먹고 있다.
그나마의 숨통을 신경안정제가 트여주고 있다.
자수는 했는데 성가는 언제 이룰 것인가.
홀로 사는 사주라는 게 별로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주변의 도움이나 덕이 없다는 뜻이니까.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인덕이 없다는 건 흠이 아닌가?
올해 들어 마음이 많이 헛헛하다.
이상하게 외로움을 많이 탄다.
그간 외롭다는 감정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
스스로도 의아할 정도로
누군가의 보호를,
도움을 바란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