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을 해야 끊을 것 같아서....
처음 흡연을 시작한 건 26살 때였다.
그때만 해도,
어쩌다 한번 피는 정도였다.
(호기심에 담배를 샀고, 허세로 연기 내는 정도)
본격적이 된 건
졸업 후, 인생이 꼬이면서부터였다.
창작의 고통과 미래 없는 현실과
가족 간의 불화로
출구가 없다고 느낄 때마다 연기를 뿜었다.
그게 습관이 됐다.
담배는 휴식을 상징했고,
한 챕터의 글이 마무리될 때마다
혹은 글이 막혀 진도가 나가지 않을 때마다
한 개비씩 혹은 두 개비를 연달아 폈다.
지금 나는 하루 반갑정도를 핀다.
이틀에 한 번꼴로 담배를 산다.
담뱃값도 만만치 않다.
한 갑에 4500원이니
한 달에 67,500원이다.
금연을 시도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2년간 금연에 성공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인간관계가 꼬이고,
현실이 무너질 때마다
실패했다.
매번 끊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라이터를 켠다.
또 담배를 사버렸다는 자괴감과
연기낼 때의 후련함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간다.
입맛도 없다.
담배가 미각을 떨어뜨리니까.
하지만, 유일한 낙이다.
외롭고 적적한 타지생활의
가장 큰 친구가 바로 담배다.
속을 잘 털어놓지 못하는 성격 탓에
응어리를 삭히는 데에 이만한 메이트가 없다.
하지만 이제 그 친구를 놓아주려 한다.
살도 찌워야겠고 (하루종일 배고프지 않다)
비잔(난소혹 수술 후 복용하는 호르몬제)을 먹는 사람은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
원래, 흡연자에겐 처방이 안 되는 약이라,
끊긴 끊어야 한다.
(금연을 약속하고 처방받은 것이니 의사 탓이 아니다.)
너무도 소중했던 내 친구!
아무래도 선언을 해야 지킬 것 같아서 글을 올려본다.
금연 100일 후기를 올릴 수 있기를 빌며,
모두들 금연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