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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PC방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주말 12시간, 반나절을 PC방에서 보냈다. 당시 13시간 정액권이 만원이었고, 주로 성인들이 이용했다. 이 사람들은 줄담배를 피우고, 하루종일 게임만 하며 지냈다. 덥수룩하게 기른 수염과 목 늘어난 티셔츠 차림새로 라면이나 과자를 주식으로 삼았다. 22살이었던 내 눈에 별로 좋아 보이는 행색은 아니었지만, 단골이라는 호칭으로 불렸기에 PC방 내에서만큼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나름 꿀알바였다. 재떨이를 비워야 하는 일만 제외하고! 그때는 라면과 과자 그리고 음료 정도만 팔았다. 게임은 각자 하는 것이므로 딱히 하는 일도 없었다. 손님이 자리를 떠나면 대강 키보드를 털고 의자만 바로 두면 되는 일이었다. 계산만 잘하면 문제 될만한 일도 없었다. 주로 카운터에 앉아 티비를 보거나 인사를 하며 시급을 벌었다. 12시간 일해도 크게 노동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세상이 이리도 변했다. 나 같이 반쯤 늙은 젊은이는 스스로 전원 버튼을 찾을 수 없다. 핸드폰만 갖다 대면 충전이 가능한 무선의 시대가 도래한 데다 키보드는 어찌나 무겁고 좋아졌는지! 타자연습을 새로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게임을 하지 않는 나는 16기 솔로들의 행진만 주야장천 봤는데, 커다란 모니터로 보니 혈압이 두 배로 상승했다.
먹부림을 하고 싶었으나 위장이 작은 관계로 핫도그 하나랑 음료 하나를 시켰다. 후불제가 안되는지 시키는 족족 카드를 가져갔다 도로 갖다 줬다.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그녀는 매우 바빠 보였고, 미안한 마음 반, 귀찮은 마음 반으로 짜장라면은 다음에 먹기로 했다.
티비 프로그램 두 편 봤을 뿐인데, 근 이만 원 돈이 나왔다. 물가 상승은 이렇게 예기치 않은 곳에서 갑작스레 체감하는 것인가 보다. 이제는 지불능력 없이 게임도 못한다. 아이템도 사야 하지 않은가. 재능이 있다면야 프로 게이머가 되겠지만, 여가활동 삼기엔 조금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재밌었다. PC 카페라는 이름값 덕분인지 곳곳에 조명이 박혀 있어 여기가 지하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지경이었다. 맛집으로 소문나서 유튜버들도 자주 찾는다고 했다. 근데 왜 자꾸 늙었다는 기분이 드는 건지.
진짜 늙어서 그렇다는 결론을 내렸다.
가짜로 늙었다면 굳이 이런 글도 안 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