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얘길 좀 하자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카카오 사내 독립기업인 'AI랩'이 분사한 법인으로, 2020년에는 잡플래닛 "일하기 좋은 IT 기업 1위"에 선정되었다. 5점 만점에 무려 4.4점…! (취준생, 직장인 분들이라면, 잡플래닛의 평점이 얼마나 짠지 잘 아실 것이다.)
거기에다 '완전 선택적 근무제'로 월 단위로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본인이 근로 시간을 유연하게 설정하여 근무할 수 있고,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자유롭게 근무 시간 선택이 가능하다. 게다가 사옥이 예쁜 건* 덤.
* 면접 보러 갔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인터뷰 대기를 위해 만들어진 1인 공간이었다. 가림막으로 둘러싸인 푹신한 1인 소파와, 그 앞에 세로형 거울에는 "지금껏 열심히 달려온 당신의 목표가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더 가까이 있습니다."라고 적혀있었다. 면접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여 개인적으로 무척 좋았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홈페이지
왜 입사를 포기했냐면요
지원한 직무와 관련해 이전에 유사한 업무 경험이 있던 것이 면접에서 크게 어필이 되었다. 자기소개 때 그 부분을 주요 사항으로 언급했고, 면접관 분들도 그 이력에 대해 관심을 크게 가져주셨다. 그리고 내가 어떤 태도로 그 업무를 수행했는지에 대해서도 꼼꼼히 확인하셨다. 또, 지원 포지션이 개발 직군은 아니었으나 개발 베이스의 회사이다 보니 소프트웨어를 복수 전공하고, 이와 관련해 제1 저자로 논문을 쓴 것도 플러스 요인이 된 것 같다.
그럼에도 내가 입사를 포기한 이유는 '업무 역량을 키울 수 있는가'라는 부분을 중점으로 고민했기 때문이다. 면접 중 질문 기회가 있을 때, 수행할 업무와 조건에 대해 상세히 질문하며 충분한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그 답변을 통해 나는 해당 포지션 및 직무가 스스로의 역량을 발전시키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내 기대만큼 주도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업무가 아니었고, 이전의 유사 업무 경험을 통해 해당 직무의 한계를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앞으로 일하게 된다면, 추후 커리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좀 더 중요한 업무에 관여하며업무에 대한 근육을 키울 수 있는 일을 맡기를 바랐다. 그러던 중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서류 합격 후 면접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공공기관 기간제 직원 면접을 보았고 합격 소식을 받게 되었다. 콘텐츠와 IT에 대한 전공과 관심분야를 활용할 수 있는 업무이고, 관여와 책임의 범위도 더 크다고 판단하여 그곳으로 입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내 가치관은요
고등학교 때부터 나는 스스로에게 많은 기회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맞는 사이즈와 색깔의 옷을 고르듯, 스무 살이 되자마자 이런 일, 저런 일을 몸소 부딪히고 경험해보며 나에게 어떤 업무가 잘 맞을지 고민해왔다.
그간 스타트업, 중견기업, 대기업 및 교육기관과 같은 다양한 규모에서 일용직 아르바이트부터 해서 프리랜서, 계약직, 인턴까지 다양하게 경험해보았다. 거기에다 작가라고 불리기엔 민망하지만 매달 정산되는 작고 귀여운 이북 판매 수익도 벌고 있다. 그 과정을 통해 나는 좀 더 빠르게 원하는 업무에 다다를 수 있었으며, 이제와 돌이켜 보니 결과적으로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공적인 영역의 업무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 경험 역시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잘 맞다고 느낀다면 올바르게 경력을 쌓고 역량을 키우는 것이고, 설령 나에게 너무 맞지 않다고 느낀다고 하더라도, 앞으로의 진로 결정을 하는 데 있어 집중해야 할 폭을 줄여주니 나쁠 게 없었다. (물론 이로 인해 휴학을 하게 되어서 졸업은 까마득하게 먼 일이 되었지만.)
합격증을 손에 쥐고 고민하는 건 꽤 좋은 일이지만, 그래도 어느 것이 스스로에게 있어 더 좋은 선택인지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있곤 하다. 나도 이번 기회에 주변에 많이 의견을 물어보기도 하고, 인터넷에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을 찾아보며 여러 측면에서 무엇이 나에게 좋은 결정이 될지 따져보았다. 이런 내 고민과 선택이 결정을 앞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몇 자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