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사수님이 어느 광고회사의 B급 감성 콘텐츠 기획안 업무를 요청하셨다. 광고업체의 B급 감성이라.. 요청 업무에 대한 설명을 쭉 듣는데 퍼뜩 떠오르는 웹툰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광고회사 대행 업무를 맡은 김에 광고대행사를 소재로 한 웹툰, <질풍기획 시리즈!>를 소개해보려 한다. 근 몇 년간, 한국의 극심한 취업난과 부당한 근무환경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직장생활을 소재로 삼은 웹툰이 꽤나 많아진 것 같다. 질풍기획은 이러한 웹툰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독특한 노선을 타고 있는 작품이다.
출근 중인 김병철의 모습 (출처 네이버웹툰)
들어는 보았나, 열혈 액션 직장물!
현실적이고 자세한 직장생활 묘사를 통해 수작으로 평가받는 <미생>이나 사회 초년생이 겪는 중소기업의 부당함을 고발하는 <열정호구>와는 달리, 질풍기획은 직장생활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열혈 개그를 주 장르로 삼고 있다. 작가인 몰락인생은 열혈 바보 막내 사원 김병철과 제 3 기획팀의 팀원들이 겪는 직장생활을 질풍기획 만의 과장된 액션과 개그로 무장하여 굉장히 역동적이고 퀄리티 높게 그려낸다. 단 한 번의 출근길조차 웹툰 최종장에 도달한 것처럼 다이나믹하기 그지없다. 이 한 컷 한 컷이 지나칠 만큼 파이팅 넘쳐서 웹툰을 보는 내내 신의 탑이나 노블레스와 같은 판타지/액션 장르 웹툰보다 연출이 훨씬 화려하다고 느낄 정도니 말 다 했다. 당시 질풍기획은 소규모 광고대행사로서 광고주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광고 카피를 기획하고, 경쟁 PT를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충분히 사실에 기반되어 있으면서도 소년만화를 방불케 하는 캐릭터과 연출로 인해 직장인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높은 반응을 얻었다.
이 웹툰은 벌써 2010년도에 처음 연재된 웹툰이다. 10년 전 중학생 때 질풍기획을 보면서 참 별난 개그 만화라 생각하며 웃었었는데, 10년이 지나고 마케팅 대행사를 다니며 웹툰을 다시 보니 장면 장면에서 느껴지는 캐릭터들의 애환과 광고대행사 업무 디테일이 예사롭지 않다. 과장된 개그 속에 감춰져, 어린 시절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직장인의 치열한 현실이 상당히 치밀하게 녹아있는 작품이다.. 경쟁 PT 준비, 변덕이 들끓는 광고주, 지옥의 컨펌 굴레, 목적 없는 수정요청, 대기업의 압박 등등 개그를 한 커풀 벗겨내면 질풍기획은 광고대행사와 대행사 직원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또한 개그물임에도 중간중간 직장인의 감정을 묵직하게 두드려, 공감대를 형성한다. 특히 결혼기념일에 맞추어 칼퇴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집으로!!> 에피소드는 눈물 없이 보기 힘든 회차다. 이처럼 강렬한 연출 속에 묵직이 깔려 있는 현실 풍자와 공감대가 이 웹툰의 진면모라고 할 수 있겠다.
많은 사회 초년생들이 직장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다양하다. 그러나 직장생활을 다룬 많은 웹툰에서 묘사되듯 새로운 환경, 인간관계, 직장의 부당함, 더 나아가 학생 시절과는 다른 사회인으로서의 묵직한 책임감, 의무감으로 인해 어려움을 느낄 때가 많은 것 같다. 질풍기획에서는 이렇게 삶에 지친 직장인들도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화려한 주연으로 비춰진다. 직장인의 고난과 애환을 이렇게까지 파이팅 넘치고 유쾌하게 그려낼 수 있다는 점이 참 재밌다. 예사롭지 않은 현실고증에 대해 강조했지만 가볍게 볼만한 개그 만화로도 손색 없는 웹툰이다. 이상 유쾌하고 치열한 광고쟁이들의 이야기, <질풍기획 시리즈!> 소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