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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질시스터즈 Nov 14. 2020

다음 웹툰<나빌레라>,우리는 어디까지 꿈꿀 수 있을까?

다음 최고의 휴먼 드라마

▶ 11월 네 번째 에디터 강졔의 Pick, "힐링 성장물"


주인공 심덕출



우편 공무원으로 40년을 일하고, 나이 일흔을 앞둔 노인인 심덕출, 어느 날 가족에게 발레를 하겠다고 선언한다. 평생을 책임감 있는 아버지, 성실한 남편, 좋은 할아버지, 바른 사람으로 살아온 그는 나이가 들어가며 ‘늙음’에 익숙해지고, 점차 모든 새로운 자극으로부터 무뎌가는 인생에서 평생 해보고 싶었던 꿈에 도전해야겠다고 굳게 결심한 것이다.

늙었다는 이유로 굴복하지 않을 테다. 다시금 곱씹어보며 자신의 인생에 후회 없는 마지막 도전을 하겠다 다짐했으나 일흔 살 노인의 도전에는 고난이 많다.                  



발레를 반대하는 첫째 아들(좌), 이채록(우)

       


주인공이 딱 달라붙는 발레복(유니타드)을 입고 나타나자, 보수적인 첫째 아들은 지금까지 점잖게 살아오지 않으셨냐, 가족을 생각하라며 반대한다. 자식들은 등산 같은 좋은 운동이 많은데 왜 하필 발레냐며 난색을 보이고, 손자 손녀들은 발레하는 할아버지가 부끄럽다며 싫어한다. 가족뿐만 아니라 의사, 발레 선생님까지 모두가 주인공의 마지막 도전을 노인이라는 이유로 반대한다. 그런데 그 자체로 이유가 꽤 나 타당하다. 일흔 살 노인인 그의 신체는 곤란한 점이 많다. 발레를 하기에는 체력과 유연성이 부족하고, 남들만큼만 운동했을 뿐인데 쉽게 부상을 입는다. 젊은 사람들은 다음날 털고 일어날 작은 부상도 쉽게 낫지 않아 자꾸만 마음이 꺾인다. 그래도 주인공은 발레를 배우며 하루하루 지금껏 잊고 잊던 새로움과 즐거움, 기대감을 느낀다.

과연 일흔의 주인공은 ‘진짜’ 발레리노가 될 수 있을까?             





여러모로 주인공인 심덕출은 정말 완성형 캐릭터이다. 서사적 측면에는 성장하고 있으나, 따뜻한 성품으로 완성된 인격체인 그는 연륜을 토대로 사람들의 마음과 상황을 온화하게 다독이며, 한편으로는 친근한 할아버지로 모든 등장인물들과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다. 반면 제2의 주인공인 이채록은 발레의 능력 면에서는 비교적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완성형으로 등장하였으나, 20대의 성장통을 겪고 있는 미숙한 인격체이다. 서로 다른 나이, 세대를 살고 있는 두 사람이 발레라는 교집합으로 만나며 서로를 이끌어주는 모습 또한 이 웹툰의 주요한 서사적 포인트이다.                       



무엇보다 나빌레라의 캐릭터들은 입체적이다. 자신의 늙음과 삶의 권태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는 심덕출과 평생을 그와 함께 살아온 든든한 아군인 아내, 두 사람은 비록 발레를 두고 작은 갈등을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는 동반자이다. 아버지의 발레를 지독하게 반대하던 보수적인 첫째 아들도 평생을 부모님과 동생들을 보필해온 책임감 많은 장남이자 딱딱한 아들이었을 뿐이다. 나빌레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여러 캐릭터들의 인생과 그로 인한 생각들을 다각적이고 따뜻한 시선으로 비춰주며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또한 나빌레라만의 디테일한 장면 연출과 대사로 구성된 컷들은 캐릭터에 입체성을 부여하고 웹툰 전반의 재미와 완성도를 더해주는 요소이다.                   



함께 성장하는 두 사람



사람들은 나이를 들어가며, 쉽게 자신의 한계를 재단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작중에서 대부분의 노인들은 자식 농사를 잘 지은 것으로 자신의 삶에 만족해한다. 정말로 자식 농사의 결실만이 노인의 행복일까? 사회는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청년만이 빛나는 존재인 듯 묘사하지만, 결국 노인도 늘 자신의 인생의 최전선에 우뚝 서 있다. 자조적인 시선일 수도 있으나, 우리 사회는 자신의 나이, 형편, 상황 등에 맞추어 입시, 취업, 연애, 결혼이라는 과업을 이루어가며, 다수가 걸어가고 있는 큰 노선에서 이탈하는 것을 어렵게 생각한다고 본다. 젊은 날의 주인공이 자식과 가정이 생기고 포기했던 꿈을 일흔 살의 나이에 마주하며 사색하는 과정들은 그보다 50년 뒤의 시간에 살고 있는 우리의 인생을 뒤돌아보게 만든다.      



인생의 절반은 새로운 것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늙음이 시작되면 그 모든 것에서 천천히 멀어진다.



뒤늦은 꿈과 도전. 작가가 이 흔한 주제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표현들은 진부하지도, 고지식하지도 않다. 주인공이 정말 발레리노가 됐을지는 나빌레라를 본 독자들만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힐링물이나 감동물은 그렇게 즐기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나빌레라는 이불 속에서 세 번쯤 눈물을 훔치고, 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힘을 가진 웹툰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60화도 안되는데 이렇게 완성도 높은 웹툰이 탄생했는지 모르겠다. 다음에서 꼭 봐야 하는 웹툰으로 10번쯤 추천하고 싶다.     



글. 강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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