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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Feb 10. 2020

도덕, 습관 vs 의식

선한 행동 뒤에 따르는 기쁨을 계속해서 체험하기

교사들이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할 때, 특히 생활교육의 측면에서 의식을 먼저 형성시킬 것이냐, 의식에 앞서 습관이 몸에 배도록 할 것이냐 하는 것은 그리 간단히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이 문제에 편하게 답하려면 '발달 단계에 따라', '상황에 따라'라고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때로 이 같은 답변은 시시각각으로 직면하는 현장 상황에서 무책임할 수도 있다. 이 문제를 논하기 전에 먼저 '의식'에 관하여 생각해 보자. 의식은 자기 자신, 혹은 사물에 대하여 이뤄지는 인식 작용이다. 또한 의식은 사회적으로 형성되는 개인적, 집단적인 감정, 견해, 사상을 두루 포함한다. 존재가 의식을 결정한다는 마르크스의 말을 옮기지 않더라도 의식이 깃드는 곳은 현존재 자체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의식이라는 말을 떠올릴 땐 누구의 의식이고(주체), 어떤 상황에서 형성되는 의식인지(사회적 맥락)를 전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의 물음으로 돌아가 학생들에게 도덕적 의식을 형성하고자 할 때, 교사는 어떤 태도와 방향을 견지할 수 있을까. 어떤 교사는 도덕적 행위가 가진 의미와 중요성에 대하여 설명할 것이다. 이 경우 학생은 먼저 이해하고 행위하는 순서를 밟는다. 이 과정이 이상적으로 이루어지면 규칙이 없어도 형성된 의식으로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또 다른 교사는 의식의 형성에 앞서 특정 행위를 반복하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학생은 정확한 이유를 모른 채 교사의 안내에 따라 행위를 반복할 수도 있다. 먼저 습관이 몸에 붙게 하려는 시도이다. '아이들은 한 명 한 명 빛나야 한다'라고 말한 수호믈린스키라면 이를 어떻게 판단했을까. 

수호믈린스키는 도덕 습관을 도덕의식보다 우선시했다. 예를 들어 파블리시 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들은 학교 운동장에 있는 수백 그루의 과일나무 상태를 관찰하는 훈련을 받았다. 만약 가지가 부러져 있다면 아이들 스스로 해결하거나 상급생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어머니를 위해서는 사과나무를 심었다. 

"처음부터 타인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내적 욕구가 생겨나지 않아도 괜찮았다. 자신이 심은 나무들을 돌보겠다는 마음이 지속적으로 생기지 않아도 괜찮았다. 중요한 것은 습관의 형성이었다." (아이들은 한 명 한 명 빛나야 한다, 90쪽)

수호믈린스키는 어린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상당 기간을 교실에 들여보내지 않고 학교 주변에서 자연과 함께 하는 학습을 하도록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사과나무를 한 그루씩 심었다. 몇 년 후 열매를 맺었을 때 그 첫 열매를 따서 어머니에게 드리는 것이 교육 활동 중 하나였다. 첫 열매를 따서 어머니에게 가져다주었을 때 아이는 자신의 노력이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기쁨을 선사했다는 강렬한 만족감을 느낀다. 이렇게 누적된 경험들은 아이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수호믈린스키는 이러한 행동들이 습관이 된다고 보았다. 아이들이 사과나무를 심고 가꿀 때는 선생님의 안내를 따랐을 뿐, 이것이 나중에 어떤 의식으로 자리잡을 것인가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경험의 누적 속에서 '타인을 기쁘게 해주려는' 도덕적 의식이 따라온다.  


"선한 행동 뒤에 따르는 기쁨을 계속해서 체험하다 보면 높은 수준의 도덕의식을 증명하는 양심의 목소리를 갖는다." (위의 책, 91쪽)

도덕교육에서 습관이 먼저냐, 의식이 먼저냐에 대한 수호믈린스키의 답은 이와 같다. 그렇다고 해서 습관을 사회적 맥락 속에서 내면화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단순 반복에 머물 것이다. 교사는 의식이 형성되기 전에 습관을 통해 누적된 경험을 주면서도 그 과정에서 습관과 의식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럴 때만 습관은 단순 반복이 아닌 의식의 전초 단계이자 경험의 연속적 재구성 상태가 된다. 습관과 의식이 현존재 자체에서 조화롭게 스며드는 것은 전인적 발달의 원동력이다. 바로 이 역할 때문에 교사가 중요하다. 단지 습관화를 부추기는 역할뿐만 아니라 이를 도덕적 의식으로 연결하고 나아가 전인적 발달이라는 교육의 목적 안에서 소화시키는 것, 교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습관과 의식에 대한 문제는 성인 세계에선 '규범과 자율'로 전환된다. 자율적으로 모든 것을 처리하는 성인들만 모여서 사는 사회가 있을 리 만무하지만,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모든 것을 자율에 맡기고 '규범' 따윈 무시해도 되는 것일까. 이런 사회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뿐이다.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욕구를 가진 개인들이 사회를 구성한다고 가정한다. 다양한 욕구는 실현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때로 타인의 욕구와 경합한다. 불가피하게 갈등하거나 필요한 경우 조정된다. 어떤 기준에 따라 갈등을 해소하고 조정할지를 약속해 두지 않으면, 그저 물리적으로 힘 있는 자가 자원을 독식하게 될 것이다. 이때 하게 되는 구성원 간의 약속이 바로 규범이고, 민주적 절차인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의식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강제 규범을 두기도 한다. 대학에서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별도로 뽑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자유 경쟁를 지향하는 시장 상황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자율에만 맡겨서는 사회 통합을 이루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호믈린스키가 나이 어린 학생들이 알아야 할 다섯 가지의 기본 원칙을 제시한 것은 훈육이나 계몽을 넘어선 민주적 의식 형성을 위한 습관화를 염두에 둔 것이며, 습관이 단절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조화로운 의식의 형성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위의 책, 84-85쪽)

1.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고 있음을 절대 잊지 말라. 
나의 모든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수도 있다.
2. 내가 누리는, 다른 사람들의 노력으로 얻어진 모든 좋은 것들에 대해 감사하라. 친절은 친절로 보답하라.

3. 일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정직하게 살 수 없다. 
4. 따뜻한 마음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라. 감사한 마음으로 어머니와 아버지를 공경하라.
5. 악을 보고도 못 본 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맞서 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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