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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May 19. 2020

고3 등교 개학 하루 전

코로나 이후를 대비하는 교육개혁의 시간 

어제 조희연 교육감께서 기자회견을 통해 학생 등교 수업 방안을 발표하였다. 전반적인 내용은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와 같고, 여기서는 몇 가지 눈여겨볼 지점을 확인하고자 한다. 일단 고3 등교 수업은 교육부 방침에 따라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더 미룰 수 없는 사정이 있다. 따라서 고3의 경우 20일부터 매일 등교를 원칙으로 하고, 고1, 2는 학년별, 학급별 격주 운영을 권장하기로 했다. 큰 원칙은 '학사일정은 학교 구성원의 협의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방역은 교육청의 주도로 최대한 섬세하게 준비하는 것'이다. 


이 같은 기본 원칙에 따라 중학교는 원격수업과 등교 수업을 병행하되 순환 등교, 분반 수업 등을 권장했다. 유치원은 5월 27일부터 원격수업과 등원수업을 병행하도록 했다. 서울의 경우 학교 규모, 지역별 상황, 학교급별 학사운영 방식이 다른 점을 감안하여 교육청은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학교 구성원의 협의에 따라 세부 사항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개인적으로는 원격수업도 정착되어 가는 때에, 격주 등교 등의 방침을 감안하여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에 비중을 둔 결정이면 좋겠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교육감께서는 수능을 최대 한 달간 미루고 대학 입학시기도 4월까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고3 등교라는 교육부 지침을 준용하면서도 상상 가능한 대입시 일정 변화의 화두를 던졌다. 이 점에 관하여는 나도 어제 칼럼을 통해서 입장을 밝혔거니와 충분히 검토 가능한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만에 하나 감염병 사태가 심각해질 경우 이 같은 제안은 바로 현실적 과제가 된다는 측면에서 무모한 상상이 아니다.  


특히 현장에서 눈여겨볼 지점이 있다. 교사들이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정책사업을 과감하게 폐지하거나 축소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더 나아가 법정 의무교육도 비상시기이니 만큼 최소로 운영하자는 제안을 하셨는데 이는 그동안 현장에서 꾸준히 요구해온 숙원 사항 같은 것이었다. 그동안 교육감께서는 현장 교사들과의 대화의 시간을 연쇄적으로 가졌다. 이 자리에서 현장으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어떻게든 정책에 반영해보겠노라 약속을 하셨다.


남은 것은 이러한 약속이 구체적으로 현장에서 실천이 되고, 내년 후년에도 지속 가능하도록 체제와 지원 방식을 정비하고 보완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미 엊그제 교육청 전체 팀장들이 모여서 이 부분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논의를 했다. 그동안 정책정비에 공을 들여왔으나 현실적 한계로 인해 크게 진전시키지 못한 것을 코로나 감염병 사태가 더 가속화시키는 계기를 주고 있다. 감염병은 극복하면서도 정책적으로는 시사점을 얻어 개혁 작업을 가속화하는 것은 교육부/교육청의 당연한 책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 걱정되는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과밀학급에서의 등교 수업 방안은 좀 더 세밀한 보완이 필요하고, 특히 급식 상황에도 여러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매일 급식을 하게 될 고3도 그렇고, 부분 등교를 하게 될 고2 이하의 학생들도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몇 가지 제시된 방안 외에도 다양한 실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어제 교육부의 '큰 그림'을 요구하는 칼럼을 썼다. 물론 나 역시 책임의 일단이 있음을 확인했었다. 그럼에도 불편함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고민하는 내용을 모두 발표할 수는 없다는 것도 이해한다. 그렇긴 해도 대부분의 개혁과제는 특정 시기에 강하게 의존한다. 방역에 집중하느라 정신이 없지만 또 다른 차원에서는 대입시 변화를 포함하는 큰 교육개혁 전략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 커버 사진 출처 https://m.khan.co.kr/view.html?art_id=201108151916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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