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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Dec 08. 2021

살다 보면 생기는 소소한 기쁜 일

우연인듯 아닌 듯 만나 우리가 읽었던 책 이야기를 할 수 있기를...

살다 보면 생기는 소소한 기쁜 일이 있게 마련이다. 새로 딴 와인이 특별히 맛이 있다든가, 오래 병치레를 했던 사람의 밝은 얼굴을 보는 것, 드물게 오는 숙면의 시간, 오늘따라 목을 조르지 않는 넥타이... 생각해 보면 기쁜 일은 그리 멀지 않은 곳, 내 마음속에 있다. 오늘 기쁜 일은 출판사로부터 들었다. 내가 쓴 책 <교사, 책을 들다>가 2021년 하반기 세종도서 교양 부문에 선정됐다고 한다.  
 

<교사, 책을 들다> 함영기 저,  한울림, 2021


이 책에는 밝히지 않은 사연이 많다. 내가 쓴 십여 권의 책 중에서 집필 기간이 가장 오래 걸렸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쓰다 말다를 반복하다가 작년 9월에 탈고하여 출판사로 넘긴 후 나는 근무처를 옮겼다. 후작업에도 시간이 많이 들어가 올해 3월 말에 세상과 만날 수 있었다. 모두 여섯 권의 교육 명저를 해설하였는데 소개한 책 중에서 절판된 것이 있었다. 그런데 쓰는 도중 개정 번역판을 계획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이클 애플의 <교육과 이데올로기>이다. 그런데 아직 나오지 않았다. 기약도 없다. 이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독자들이 원저를 읽지 않고서도 책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방식으로 쓰자니 힘이 많이 들었다.

내 경우 새 책을 쓰면 보통 일주일만에 2쇄, 한 달 안에 3쇄가 들어갔었다. <아이들은 한 명 한 명 빛나야 한다>도 그랬고 <교육사유>, <통하는 학교 통하는 교실을 위한 교사리더십>도 그랬다. 그런데 이 책의 경우 증쇄 들어가는 데 꼬박 11개월이 걸렸다. 내가 쓴 책 중에선 가장 더딘 기록이다. 다만, 구입한 분들의 대부분은 열정 독자로 확인이 되어 그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 온라인 서점 판매지수를 볼 때 이 책은 오랜 시간 꾸준히 읽힐 것으로 보인다. 판매지수가 11개월 동안 큰 변동 없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책의 특별한 기록 중의 하나는 아직 <독자와의 만남>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년 9월 근무처를 옮기면서 업무 외 활동을 할 수 없었던 것과, 감염병으로 인한 집합 금지가 원인이었다. 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ZOOM으로라도 독자들을 만날 수 있었을 테고, 실제로 그렇게 희망한 독자들도 꽤 많았음을 보면 역시 근무처를 옮기고 나서 활동에 제약이 생긴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게 지금도 <신간>이다. 언젠가는 이 책으로 독자들을 만난다는 설렘이 멈추지 않는 까닭이다. 독자들께서도 그랬으면 좋겠다.  이렇듯 작가와 독자가 문득 느끼는 공명 같은 것 또한 소소한 기쁨이다. 세종도서로 선정이 되면 주관처에서 일정 수량의 책을 구매하여 전국의 도서관에 보내준다고 한다. 


제목은 <교사, 책을 들다>이지만 교사만 읽는 책은 아니다. 내가 쓴 모든 책이 그러했다. 주 독자는 교사, 예비교사였지만 여기서 교사는 <가르치는 자>이다. 나아가 <교육에 관심 있는 자>이다. 따라서 제목만 보고 "이건 교사들만 읽는 책이네"라고 하지 않길 바란다. 어떻든 교육은 우리의 삶에 깊숙하게 관여하며, 삶 또한 교육에 투영된다. 교육에 관한 한 모두가 전문가인 한국에서 그 모든 세속적 욕구를 잠시 내려놓고 이 책과 함께 사색에 빠져보길 권한다. 읽고 나서 교육이 새롭게 보인다면, 그럴 조짐이 보인다면 저자로서는 만족한다. 

한국의 성인 문해력이 매우 낮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쉽게 말하여 한국의 어른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는 말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의 세계는 집과 직장, 그리고 회식 장소를 벗어나지 않는다. 대화의 많은 부분은 업무, 회사 뿐이다. 이 사람의 눈으로 보는 세계는 좁고 생각은 고루해진다. 이렇게 나이를 더 먹으면 자연스럽게 꼰대 무리에 합류한다. 독서는 나이를 먹어서도 꼰대 소리를 듣지 않게 하는 가성비 높은 투자다.  

이것에 더하여 새로운 우려가 있다. 젊은 독자들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다. 젊은 독자들은 종이 책을 멀리 하고 스마트폰 안으로 각종 뉴미디어로 빠져들어 간다. E북이나 웹소설 같은 새로운 형태의 독서 문화도 생기고 있다. 소설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었던 한 작가가 웹소설을 썼더니 단숨에 몇 억을 벌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 속도가 너무 빨라서 종종 놀라곤 한다.

나는 지난 20년 간 '교사들의 책 읽기' 운동을 해왔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협찬받아 교사들에게 나누어 주고 독서 후기를 쓰게 하는 단순한 활동이었다. 내 힘으로 큰 흐름을 바꿀 순 없고 그저 속도라도 늦출 수 있다면 좋겠다. 난 지금도 독자들의 지적 소양은 독서, 그리고 타자와의 의미 있는 대화를 통해 함양된다고 믿는다.  

내 작은 바람 중의 하나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처럼 독자를 만나고 대화하는 것이다. 각박한 세상이다. 서로 이해에 얽히지 않고 할 수 있는 삶의 행위가 그렇게 많지 않다. 가까운 시일 내에 우연인듯 아닌 듯 만나 우리가 읽은 책 이야기를 할 수 있기를... 
     



책 읽기 오늘부터 1일, 독자들이 가장 자주 방문하는 온라인 서점은?

1. 예스24


2. 알라딘


3.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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