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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Jan 16. 2022

시속 300km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 덕분에 우린 훨씬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됐다.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인간에게 여유를 주었을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나는 인간을 더 바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마치도 컴퓨터가 일상화된 후에 사람들은 더 많이 일하고 더 바빠진 것과 같다.


서울 출장이 많은 편이다. 일주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KTX를 탄 적도 있다. 그러면 한 주일에 대략 10회를 이용한 셈인데 빠른 교통수단을 이용한 만큼 남는 시간은 순전한 여백이었을까. 그것이 아니니 문제인 것이다.


PC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고속열차로 이동하면서 우린 더 많은 양의 일을 한다. 열차 안에서 문서 검토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아예 그 시간에 볼 요량으로 미루어두기도 한다. 그러니 더욱 빨라진 세상의 시간은 인간의 휴식을 빼앗아 가는 셈이다.


차라리 두 시간 이상의 거리라면 잠깐 눈이라도 붙이지, 50분 남짓 거리를 자주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정신만 산란하다. 빠른 이동수단은 결코 인간에게 여백을 허락하지 않는다. 고속열차가 도입된 이후에 우리네 일상과 업무는 더 빡빡해졌을 것이다.


머지않아 단 몇 시간 만에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교통수단을 이용하게 되겠지만 그것은 인간의 행복과는 무관하다. 일주일 걸릴 출장을 이틀 만에 끝내고 나머지 시간엔 또 일을 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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