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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Jul 19. 2022

장소 도시, 시간 밤, 행위 걷기

걸으며 생각한 것만 가치가 있다(니체)



제목을 '도시의 밤에 비는 내리고'라고 하더라도 의미의 차이는 없다. 공간이 도시였고, 시간은 밤이었으며 상황은 비가 내리고 있다는 것이니까. 걷기를 건너뛸 수가 없어 비 맞을 각오를 하고 강변으로 나갔다. 돌아오는 지점까지  한두 방울 내리는 가벼운 비였으나 막제법 큰 줄기를 맞았다. 오랜만에 우산 없이 비를 맞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더 차분해지고 사색은 깊어졌다고나 할까.


확실히 걸을 때만 보이는 풍경이 있다. 같은 풍경일지라도 차를 타고 갈 때보다 자세히 보인다. 나무가 계절 따라 변하는 모습도 좋은 볼거리고 발아래 잡초들도 생명의 신비를 일깨운다. 운전할 때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가는 데 써야 한다. 걷기는 그런 제약이 없다. 그러므로 세상 모든 사물을 마음껏 보고 상상하며 느낄 수 있다. 글쓰기 소재에 대한 영감도 얻을 수 있다.


내게 있어 걷기는 집착이 아닌 습관이다. 낮에 잠깐 셰인 오마라가 쓴 '걷기의 세계'를 읽었는데 저자는 인간의 걷기를 진화와 뇌과학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니체는 "걸으며 생각한 것만 가치가 있다"라는 말을 남겼고 루소는 "걸음을 멈추면 사고가 멈추게 되므로 움직일 때만 뇌가 작동한다"라고 했다.


걷기에 관한 어떤 종류의 증언은 입증 가능한 근거가 없어도 신뢰가 가는 것이 있는데, 바로 걸으면서 축적한 경험적 증거들 때문이다. 때로 책상에서 문서를 읽을 때보다 걷고 있을 때 훨씬 깊은 사고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뇌가 활성화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까지 읽으셨으면 어서 밖으로 나가 걸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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