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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Oct 14. 2022

광화문은 말이 없다



공사가 끝난 광화문 앞에 섰다. 광화문 안쪽에 경복궁이 있고 그 뒤에 청와대, 그리고 북악산이 있다. 개방된 청와대는 아직 가보지 못했다. 다른 일로 정문 앞까지는 가 보았는데 그냥 안으로 들어가 볼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마치 누가 살던 집의 흔적을 엿보는 기분이랄까. 엿보면서 나누는 이야기를 상상하면 그냥 유쾌하지 않다. 뭔가 타인의 삶의 흔적으로 엿보는데 내가 스스로 민망해지는 기분, 뭐 그런 거다. 


광화문은 누구에게나 추억이 서린 곳이다. 교보문고에서 책 한 권 고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세종문화회관의 자태는 바라보기만 해도 문화감수성이 생기는 듯하다. 근현대사 박물관도 잘 꾸며 놓았다. 비자받느라 두어 시간을 기다렸던 미국 대사관도 그대로다. 밖에 경비병 세워 두는 것도 똑같다. 광장은 몇 번을 뜯어고쳤다. 예전에 넓은 길 한가운데를 광장으로 조성하였었다. 가운데 섬처럼 갇혀 불편하다면서 다시 뜯고 광장을 세종문화회관 쪽으로 차도를 교보문고 쪽으로 하여 다시 공사를 하였다. 지금 보는 사진이 공사가 완료된 모습이다. 


정부청사는 지난 2년 동안 수도 없이 드나들었다. 옆에 있는 외교부 건물도 마찬가지. 증만 대면 열리는 게이트는 소속감을 유지하는 관문이다. 안에는 별 것이 없어도 밖에서 보면 뭔가 권위적이다. 광화문 너머로 보이는 북악산은 청와대를 내려다보고 있다. 말없이 현대사의 영욕을 품고 있는 건물이다. 발걸음을 삼청동으로 옮긴다. 동십자각을 거쳐 국립박물관과 현대미술관을 양옆에 끼고 완만한 언덕길을 올라 삼청동으로 들어서면 익숙한 음식점, 카페가 나온다. 공부한다고 7년 동안 이 근처에 있는 대학에서 거시기할 때 많이 왔었다. 크게 변한 것은 없는 것 같다.


모두 광화문의 일부다. 경복궁도, 그 옆 동네 서촌도, 너른 광장도, 대형 책방도, 세종문화회관도 모두 광화문이다. 이 광장에서 시민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연인들이 만나고 헤어졌다. 경복궁 안에 있었던 중앙청(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 건물)을 해체하는 모습도 보았고, 광화문 방향을 바로잡는 공사도 있었다. 사람이 오고 가고 때로 멈추었던 곳, 그 주변 여러 곳에 영욕의 세월이 스쳐갔지만 광화문은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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