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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Oct 17. 2022

오래 걸었다



오래 걸었다. 네 시간쯤 걸으니 이만 보를 넘었다. 머릿속이 복잡하여 뭔가 좀 정돈되길 바랐으나 그러기엔 가을이 이미 깊다. 덧없는 시간의 흐름이 생각에 집중하는 것을 무례하게 방해하였다. 걷는 동안 대체로 쓸쓸했고 몇 번은 지독하게 외로웠다.


와중에 좋은 풍경을 만나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하늘을 향한 강아지풀*도 가을을 피하긴 어려웠던 모양이다. 브런치에 공유하고 싶었으나 다음카카오 서비스는 시스템 장애로 종일 먹통이다. 포털의 먹통이 지속되자 내게는 거의 유일한 소통의 관문이 닫힌 느낌이다. 세상과 인간을 연결한다는 디지털 기술은 이렇듯 예기치 않은 단절을 안긴다. 닫힌 문 앞에서 서성였다.  

 

숙소에 돌아오니 한 칸짜리 방이 넓어 보인다. 모니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지난주에 글이  미친 듯 줄줄 나온다고 출판사에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은 다르다. 갑자기 엄습한 실존적 고뇌 앞에 무력한 상황이다. 글은 인간을 반영한다더니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구나. 길지 않았으면 좋겠다.




덧> 강아지풀과 좀 달라서 검색을 해 보았더니 '수크령'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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