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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Nov 26. 2023

늦가을 밤

여름다운 여름, 가을다운 가을이어야

단풍도 곱다. 가을 중턱까지 이어진

고온에 세상 만물도 성장의 타이머가

망가졌다. 어제까지 푸르던 이파리가

바로 말라 떨어져 약없이 뒹군다.

그리고는 갑자기 추위가 닥쳤다.


나에게 산책은 느리게 걸으며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의식같은 것이다. 거기서 사색하고

그렇게 너지를 충전하여

한 줄 글을 쓰곤 했다.

변덕스러운 날씨는 나의 일상까지

불규칙하게 흩어놓았다.


마음먹고 나선 늦가을 밤 산책길

옷 속을 파고드는 추위에

강변을 넘어서 벌판까지 가지 못하고

동네 소공원을 서성인다.

계절의 변화는 마음을 바쁘게 만들고

진부하지만 안정된 순환에

날카로운 균열을 가져온다.


간다, 도리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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