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감성을 갖지 못한 나는 허무감을 느낄 사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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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한철 / 격정을 인내한 /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 지금은 가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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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떨어지는 꽃잎을 보며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을 말했다. 화무십일홍이라 했다. 그 어떤 영광도 한철에 불과하다는 말이렸다. 거의 매일 강변을 걷다 보니 만나는 풍경이 있다. 흐드러지게 핀 봄꽃도 보았고, 제 시간을 다해 떨어져 뒹구는 '분분한 낙화'도 보았다. 시인은 봄 한철이라 말했지만 봄 꽃은 한꺼번에 시위하듯 떨어진다. 시인의 감성을 갖지 못한 내가 허무감을 느낄 사이도 없이 말이다. 벚꽃이 그렇고 목련이 그렇고, 복사꽃이 그렇다. 딱히 맞는 감정을 찾는다면 허무함보다는 당황스러움일지도 모르겠다.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내게 너무 멀다. 그저 '이거 뭐야?'라는 당황스러움이 딱 내 수준이랄까.
그러나 어쨌든, 나는 꽃보다 이파리가 좋다고 했고, 꽃이 피어있을 때보다 떨어져 뒹굴 때 눈길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