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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Dec 16. 2024

관념에 포획되지 않는

한국 시민들의 피와 살에 흐르는 DNA에 대하여 생각한다

격동의 하루를 보낸 후 찾은 강변 풍경은 엊그제와 다름이 없었다. 높다란 하늘과 탁 트인 시야, 서늘한 대기로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잠시 한국 시민들의 피와 살에 흐르는 DNA에 대하여 생각한다. 역사는 한국의 시민들이 압제에 본능적으로 저항하는 마음이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젊은이들이 대거 참여했던 탄핵 집회 과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그날 내가 있었던 곳은 여의도 공원이었는데, 집회 중 나온 '임을 위한 행진곡'은 혼자 따라 불렀고, '다시 만난 세계'에서 나는 입을 다물었고 주변의 모든 젊은이들이 따라 불렀다. 


내 삶에선 상징적 순간이었다. 비장함과 유쾌함은 시대를 아우르며 섞여 들었고 마침내 단죄의 시간을 이끌어냈다. 계엄 선포 후 고비마다 이런저런 말을 쏟아낸 듯하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따라가기보다 내 생각과 판단을 정리하고 싶었다. 부지불식간에 내 정신을 좀먹는 편향적 사고의 노예는 되지 말자는 다짐이기도 했다. 


나만 옳다는 신념과 망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온 국민이 확인했지 않은가. 진보든 보수든 마찬가지다. 어지럽게 난무하는 정보 속에서 냉정하게 균형을 유지하는 시민이 많아질수록 지속가능한 평화도 확보될 것이라 믿는다. 


일상으로 돌아왔으되,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모든 시민의 민주적 소양이 시험대 위에 오른 느낌이다. 늘 미래역량의 영역으로 강조하는 인지, 사회정서, 참여 역량이 제대로 검증된 시간이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 생각한다. 학생들의 문해력이 걱정이라고 개탄해 마지않던 어른들은 그들만의 현대적 참여 방식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관념에 포획되지 않는, 몸의 명령을 따르는 직관이자 체험 말이다. 


이제 안테나를 하나 더 세우고 일상에 충실하고자 한다. 상황이 전개되는 추이를 지켜보면서 하던 일 하려고 한다. 주말에는 수술 후 처음으로 짧은 강연을 하나 한다. '질문하는 학생, 사유하는 교사'가 제목이다. 1월에는 청주교대에서 '인공지능과 불안세대'를 주제로, 2월에는 인천에서 '교육정책의 작동 원리'에 대해 강의한다. 잘 준비해 보겠다.


높다란 하늘, 서늘한 대기는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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