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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목구조, 15mm 차이가 주는 의미

일본에서 20여 채의 신축 현장을 봤지만 모든 현장의 기둥 사이즈가 105㎜ x 105㎜ 였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도 똑같습니다. 검색창에 ‘기둥재 120㎜ x 120㎜ 시공’을 치시면 검색이 안됩니다. 모든 중목구조 현장이 105㎜ x 105㎜를 적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 중목 시공 교육을 몇 번 들어 봤지만, 늘 결론은 일본에서 적용하고 있는 공업화주택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910㎜ 모듈을 사용하고 있다.”

“기둥과 기둥사이 거리가 4,550㎜가 넘으면 추가 기둥을 세워야 한다.” 


수차례 들은 얘기지만 들을 때마다 귀에 거슬리는 내용입니다. 

'아니, 우리나라 거실은 왠만하면 4,550㎜보다 큰데 거실 중앙에 기둥을 세우란 말인가?' 

일본산 자재도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대로 적용하면서 불안감을 느꼈던 기둥재(105㎜ x 105㎜)가 대표적입니다.

이것은 구조 안정성에 관한 것인데 아마 좌굴(Buckling)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세장한 기둥, 판 등의 부재가 일정한 힘 이상의 압축하중을 받으면 길이의 수직방향으로 급격히 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세장비가 클 수록 잘 발생합니다. 이런 좌굴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구조계산에 의해 기둥재 규격을 결정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주거문화의 차이에 의한 하중은 고려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의 2층 바닥은 일본의 2층 바닥보다 엄청난 고정하중을 받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2층 바닥 면적을 20평으로 가정해 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그 위에 방통을 칩니다. 일본에 없는 단열재를 깔고, 난방 배관재가 있고, 몰탈을 가져다가 콘크리트 바닥을 형성합니다. 콘크리트 몰탈만 봐도 6,930kg(20*3.3(㎡)*0.05(몰탈 두께)*2100(kg/㎥))의 고정하중이 계산됩니다. 거기에 단열재, 난방배관, 와이어매쉬의 무게가 있겠고, 방마다 있는 붙박이장, 그리고 돌침대나 피아노까지 올려다 놓기도 합니다. 대략적으로 계산해 봐도 우리나라는 일본주택보다 200kg/㎡ 이상의 고정하중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 하중은 보가 지탱하고 보의 힘은 기둥을 지나 기초로 내려갑니다.

하중은 크고 층고는 높은 집을 지으면서 이러한 차이는 반영하지 않은 채 동일 규격의 기둥재를 적용하고, 중간 중간에 기둥재 한 두 개 더 세우면 된다는 식의 생각은 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국내 가공 업체들은 기둥재를 오직 105㎜ x 105㎜만 생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길이 3m짜리 기둥재라면 105㎜와 120㎜ 각재는 체적에서 31% 차이가 납니다. (0.105*0.105*3=0.033㎥, 0.12*0.12*3=0.0432㎥) 

물론 단가도 비쌉니다. 하지만, 120㎜ 각재를 사용하면 비교적 자유로운 설계가 가능하고 구조계산에서 좌굴에 의한 에러가 뜨는 경우가 극히 희박해집니다. 기둥재의 두께에 따라 그 위에 조립되는 보의 두께도 달라집니다. 국내 생산분을 적용하면 낮은 단가로 수주도 쉽고 편하게 현장을 운용할 수 있는 것은 자명하지만 아직까지는 제대로 된 건축에 더 큰 의지가 있고, 설계자의 자유의지와 창의성을 자재의 한계로 국한짓고 싶지는 않습니다.


집은 우선이 구조입니다. 

목구조에선 구조재의 규격이 참 중요하구요. 

더 좋은 집을 위해 고집할 것은 고집하려 합니다. 

무조건 따라 가지는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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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승 희


더 좋은 집을 위해 고집할 것은 고집하려 합니다.

무조건 따라가지는 않겠습니다.


- 2012 새건축사협의회 선정 건축명장

- 2012 서울시 주민참여형 재생사업 시공분야 주택개량 상담전문가 위촉

- 2012 경기도 건축문화상 수상

- 2015 경기도 건축문화상 수상

- 2019 강원도 건축문화상 수상

- 2020 청주시 아름다운건축물상 수상



E-mail. arcjsa@hanmail.net

Mobile. 010-5442-8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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