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 5년 정도의 장기연애가 끝났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느꼈다.
전화해서 울며불며 다시 만나자고 설득도 하고, 친구들이랑 만나 술을 마시고 숙취에 허덕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의 행동은 정말 에너지 낭비였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어려서 사랑에 맹목적이고 추억을 소중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유독 이별을 힘들어했던 것 같다.
지금은 누가 헤어지자고 하면 “그래” 하고 받아들일 것 같다.
한 사람이 놓는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점차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과거의 나는 이런 이별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런 마음도 조금씩 변해갔다.
한 사람이 놓는다면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이 연애라는 것을 차차 받아들인 것 같다.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아무리 슬퍼도 해야 할 일을 해야 하고,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 일찍 자야 했다.
아무리 슬퍼도 웃는 얼굴로 동료들을 대해야만 했다.
사실, 그렇게 바쁜 나날들이 오히려 잘된 일인 것 같았다.
29살부터 30살 여름까지, 진지함도 없고 깊이가 없었던 짧은 만남들이 이어졌다.
이별은 점점 무뎌졌다. 이제는 이별이 별 건가? 생각하면서도, 내가 점점 덜 아프고, 덜 혼란스러워지는 것 같다는 걸 느꼈다. 내 마음은 이미 회복되고 있었다.
상대의 가치와 나의 가치를 두고 끊임없이 저울질하며 지쳤던 시간, 그리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불편한 데이트를 반복하던 나에게, 남편과의 데이트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쉼이었다.
차차 이야기하겠지만, 남편은 본인의 불편함을 전혀 개의치 않고,
나를 위해서 무엇이든 해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