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면서 나는 상복이 없는 편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반공 포스터를 그려 장려상을 받았고, 졸업할 때 개근상(…그런 시절이었다)을 받았던 것 말고는 기억에 남는 것도 없다. 뭐 하나 특출나게 잘 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끈기를 가지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뚝심도 부족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지난 5월 말, <엄마가 되고 싶었던 날들>(이하 '날들이')을 오디오북 제작 지원 사업에 지원해도 좋겠냐는 동의를 구하는 출판사 대표J님의 메시지를 받았다. 망설임 없이 동의한다고 말하면서도 내심 '과연 될까?'를 생각했다. 물론 가장 먼저 '선정되면 정말 좋겠다'는 바람과 기대가 들었지만 이내 나도 모르게 '과연'을 떠올리게 되었던 거다. 늘 그랬다. 좋은 순간에 좋은 것만 생각하지 못했고 기대를 하면서도 동시에 그 반대를 떠올리곤 했다. 결과 공고 예정일을 달력에 표시하고, 이따금 고개를 돌려 날짜를 확인하면서도 기대하는 마음과 아닐 거라는 마음은 서로 앞다투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해왔다.
그러다 결과 공고를 며칠 앞둔 지난 금요일, 날들이가 이번 지원 사업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급하게 나를 찾는 출판사 대표J님의 메시지를 보며 잠시 멍해진 채 눈만 꿈뻑이며 이게 무슨 말인가 수십 분 같은 몇 초를 보냈다. 덥고 습한 날 땀 흘리며 집안일을 했고, 개운하게 샤워한 후 에어컨을 틀고 팩을 붙이고 앉아있었다. 어느 순간 콜라겐과 눈물이 뒤범벅되어 있었다.
그동안 상복이 없는 편이라던 나의 생각이 틀렸을지도 모르겠다. 돌이켜 보면 날들이를 세상에 내놓고는 좋은 일들만 가득했다. 네이버에서 베스트셀러 딱지도 받아보고, 온라인 서점에서 에세이 신간 베스트셀러 10위 안에도 들어봤으며, 북토크도 했다. 라디오 방송도 해보고 교보문고 [작고 강한 출판사의 색깔 있는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평단이 아닌 직접 책을 고르고 읽은 독자분들의 진심을 가득 담은 후기들을 '선물'받았다.
책의 에필로그에서툴지만 진심을 담은 내 명함은 과연 어디로 가 닿을까. 닿기는 할까, 닿지도 못하고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의 마음을 담았었다. 어디든 닿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는 듯하다. 감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총 952종의 도서가 신청한 가운데 150종이 선정되었고, 그 가운데 <엄마가 되고 싶었던 날들>이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