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로 보는 영화 <사울의 아들>

호기심과 윤리적 잣대 사이에서.

by 영화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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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안녕하세요. 2주 만이네요.


1. 브런치 스토리는 블로그와 달라 새로운 느낌을 받습니다. 하나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봐주신다는 점. 둘째는 텍스트를 메인인 가져가는 플랫폼인 만큼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더욱 깊게 쓸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 생각합니다.


2. 아무튼 이번에 깊게 톺아볼 작품은 홀로코스트 속으로 우리를 초대하는 영화 <사울의 아들>입니다.

3. 유태인 학살을 다루는 뛰어난 영화는 많습니다. 대중적인 작품으로 <조조래빗>, <인생은 아름다워> 등이 있으며, <쇼아>, <피닉스>, <존 오브 인터레스트>, <쉰들러 리스트> 등과 같이 흥미로운 예술영화까지 있죠.


4. 홀로코스트를 다룬 작품들 중에서 <사울의 아들>의 특징이라 한다면, 우리를 참혹한 홀로코스트 현장을 체험하게 한다는 점. 그리고 이를 탐닉하는 관객을 끊임없이 자맥질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적 재미와 도덕적 잣대 사이에서 논란이 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참혹한 비극을 영화적 재미로 사용되는 것 같다는 지점에서 도덕인 비난을 받기도 하죠. 이에 대한 평가는 관객의 몫이 아닐까 합니다.


5. 저는 이 부분에서는 다소 떨어져서, 영화 속 흥미로운 연출을 톺아보려 합니다.


6.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감상하시고 봐주시길 바랍니다. 아직 안 보셨다면, 영화를 보는데 흥미로운 꼭지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시작하겠습니다.


<사울의 아들> 속 연출 | 4:3 화면비가 주는 갑갑함
common_(15).jpg?type=w1 4:3의 화면비로 두 인물의 밀접한 우정을 그린 영화 <퍼스트 카우>

영화에서 사용하는 화면비는 대표적으로 브라운관(4:3), 비스타(1.85:1), 시네마스코프(2.35:1)가 사용됩니다. 현재 리뷰하는 영화 <사울의 아들>은 브라운관 비율인 4:3 비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정 화면비율을 선택하는 이유는 수없이 많아서, 딱 이럴 때 사용합니다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대표적으로는 화면 속에 정보량에 따라 화면의 비율을 정합니다. 블록버스터나 액션 영화의 경우, 널찍한 화면으로 화려함을 뽐내기 위해 시네마스코프나 비스타 비율을 많이 사용합니다


일반적으로 4:3 비율은 과거에 많이 사용되던 비율로 고즈넉한 분위기를 주거나, 프레임 속 정보압축하거나, 제한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common_(5).jpg?type=w1 영화 <사울의 아들>은 브라운관의 화면비인 4:3 비율을 쓰고 있다


영화 <사울의 아들>에서 4:3 비율이 사용되는 이유는 정보를 제한하고 몰입감을 늘리기 위해서 사용됐습니다.

<사울의 아들>의 주인공 사울은 시종일관 우울한 얼굴로 화면을 가득 채운채로 등장합니다.


그것을 보는 우리는 가뜩이나 좁은 화면비율인 데다가, 화면의 대부분을 사울로 채워서 전개하니 갑갑함을 느끼죠.


보이는 정보가 사울의 얼굴과 뒷모습, 그리고 조금씩 보이는 배경이 전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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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화면비율을 포함한 영화 속 형식이 연출하고 싶어 하는 것은 갑갑함과 조금씩 보이는 배경에 있습니다.


좁은 화면 비율을 통해서 아우슈비츠 속에 나치의 일꾼으로 일하는 그의 갑갑함과 비참함을 잘 보여주고,


무엇보다 아우슈비츠의 참혹함을 관객이 그의 시선에서 직접적으로 체험하고 살며시 보이는 참혹함을 관찰하도록 구성된 화면비율입니다.



<사울의 아들> 속 연출 | 핸드헬드 카메라와 아웃포커싱
common_(4).jpg?type=w1 *핸드헬드 카메라 : 손으로 들고 촬영하는 촬영기법, 고정하지 않고 촬영하기에 흔들리는 화면이 특징이다

이 영화의 촬영은 화면비율과 서로 호환하는 형식으로 짜여있습니다


좁은 화면비시각제한하고, 시종일관 사울을 따라다니는 *핸드헬드 카메라로 사울을 타이트하게 찍어내 그의 입장을 전달하는 동시에 홀로코스트의 참혹한 현장감을 생생하게 전달하죠


좁게 흔들리는 프레임 속 배경으로 비추는 홀로코스트는 모두 아웃포커싱(블러)으로 처리되었습니다


이는 관객이 잔혹한 참상에 집중하도록 만들어진 연출로 보입니다


우리는 화면에서 그려지는 끔찍한 참상들이 안 보이니 보고 싶고, 안 보이니 더 청각에 집중하게 되죠


어찌 보면 악취미처럼 보이기도 하는 연출이지만(참상을 보도록 하는 연출적인 의도 측면에서), 우리를 참혹한 그 현장몰입하도록 만드는 힘 있는 연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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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게 계속 흔들리는 화면, 좁은 화면비율 속 답답하도록 사울만을 비추는 카메라, 사울의 어깨너머 살짝씩 보이는 아웃포커싱된 참상, 이따금 들려오는 비명소리와 울부짖음까지


이처럼 보는 관객의 스트레스를 극강으로 끌어올리는 연출로 우리가 아우슈비츠 현장에 있는 듯한 몰입감과 답답함 극대화하는 형식으로 영화는 그려져 있습니다




<사울의 아들> 속 서사 | 그는 왜 장례에 집착하는가
common_(6).jpg?type=w1 아들의 장례, 그리고 이미 죽어있는 그들


영화 <사울의 아들>의 형식(촬영, 화면비, 사운드의 활용 등)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많은 분들이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것이 영화의 주인공 사울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이미 죽은 아들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 한 행동들로 많은 동료들이 곤경에 처하거나 죽게 되죠


그가 이처럼 아들의 장례에 집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입니다 첫 번째는 종교적인 이유로 랍비를 통한 장례를 치러야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믿음 두 번째 이유는 내면의 구원을 위해서입니다


common_(9).jpg?type=w1 생뚱맞은 샷. 그러나 그가 든 카메라 속 그들은 어떻게 기억됐을까요


그가 했던 대사 중 "우리는 예전에 죽었어"라는 대사처럼 이미 내면이 죽어버린 자신을 위한 장례식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에게는 현생보다 영원의 구원이 더 중요했으니까요


이 영화가 아들과 자신을 위한 세례식이자 장례식이라고 생각하고 다음 이야기를 나눠보시죠




<사울의 아들> 속 서사 | 두 번의 물과 마지막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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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사울이 에 들어가는 장면이 두 번 나옵니다


처음은 아들의 장례를 위해 찾은 랍비를 물속에서 꺼내기 위해서, 두 번째는 도망가기 위해서죠


물에 들어가는 그의 모습은 종교적인 세례식(구원이자 환생)으로 보이면서, 처음 죽었던 랍비와 겹쳐 보입니다 첫 번째 물에 들어갔을 때, 랍비는 죽으려 했었고 사울이 구했죠


두 번째 물에 들어갔을 때는 사울이 도움을 받습니다


여기서 강을 건너는 그의 모습은 마치 아들과 함께 죽음의 강을 건너는듯한 오묘한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쉬는 오두막에서 아이를 만나죠


죽은 아들이 나온 거 같았았는지 그는 마침내 구원을 받고 죽은 아이를 다시 만난 것처럼 처음으로 환하게 웃습니다


그리고 이윽고 들리는 총성으로 이들(존더코만도)은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보이고 아이는 숲 속으로 사라집니다


그리고 영화는 흐리게(아웃포커스) 숲을 응시했던 첫 장면과 달리 제대로 숲을 똑바로 응시하며 마무리됩니다


이러한 마지막 장면은 제게 이 영화가 내면이 죽은 자가 스스로에게 하는 장례식이자 구원극으로 비쳤습니다




영화 <사울의 아들>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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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울의 아들><존 오브 인터레스트>와 같은 참혹한 실화를 그리는 영화입니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80년 전 인간이 얼마나 서로에게 참혹할 수 있었는지, 영화는 매섭고 참혹한 방식으로 관객을 현장에 강제로 앉히는 형식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놀라운 연출력이라고 생각이 들면서, 보는 내내 힘이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긴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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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처절한 무력감, 볼 수 없는 공간을 탐색하는 나를 끝없이 자맥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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