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로 보는 영화 <헤어질 결심>

순도 높지만 치명적인 사랑영화

by 영화돋보기


0. 안녕하세요. 박찬욱 감독님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가 개봉을 목전 앞에 두고 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공동경비구역 JSA>부터 <헤어질 결심>까지 전부 즐겁게 챙겨본 한 관객으로서 기대가 되네요. (초기 두 작품은 아직 못 봤네요.. ㅎ) <어쩔 수가 없다>의 예고편은 마치 <복수는 나의 것>의 특징들이 떠올라서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1. 그렇기에 곧 다가올 신작을 보기 전에 <헤어질 결심>을 톺아보려고 합니다.



2. 영화 <헤어질 결심>은 흥미로운 영화언어와 이를 연결하는 변태적인 편집에 감탄하며 본 작품입니다.


대표적으로 눈이 즐거워지는 매치컷과 교차편집 (<올드보이>도 매치컷과 교차편집이 특징이죠), 리듬감 있는 컷의 전환, 악센트를 만들어내는 샷과 컷 (j컷, 점프컷, 달리샷, 틸트샷, 핸드헬드 등), 주인공들의 심리를 포착하는 시점쇼트와 3인칭을 오가는 촬영(딥포커스도 인상적), 색채와 결과를 암시하는 여러 메타포, 촘촘하게 주인공들의 심리를 부각하는 서브 캐릭터들까지. 영화를 분석하는 재미가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3. 이 영화의 연출적인 테크닉과 방식에 감복했지만, 그 연출로 담아낸 것이 모순된 상황에서 드러나는 순도 높은 사랑이야기에 매료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수사물을 차용한 진한 멜로영화니까요.



4.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감상 후 읽어주세요.






인상적인 연출 포인트 : 심리를 포착하는 이미지, 감정을 연결하는 변태적인 편집
common_(12).jpg?type=w1 흥미로운 이미지들로 전하는 진실. 감정을 전하는 편집들

박찬욱 감독의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우아한 매치컷입니다. 유사한 형태를 편집점으로 다른 샷으로 전환하는 비주얼 매치컷이 아름답기로 유명하죠. 전작인 <스토커>, <올드보이> 등에서의 매치컷은 교보재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우아하고 이야기에서 기능적으로 잘 작동하죠.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의 편집은 변태적이라고 여겨질 정도 촘촘하고 우아하게 짜여 있습니다. 또한 상황을 설명하는 이미지에 대한 실험과 착상이 놀라운 수준이죠. 비주얼리스트다 미장센이 뛰어나다.(미장센이라는 표현이 비주얼에 한해서 적용되는 것처럼 같지만..)라는 언급이 많은 것도 감독 특위의 이미지 해석력과 변태와 같은 편집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주얼 매치컷은 영화 제목에서 사건현장으로 넘어가는 영화의 오프닝에서도 볼 수 있으며, 영화 전체적인 플롯에서도 의미를 되뇌는 기능하는 매칭 이미지도 자주 나오죠. 그렇기에 한 장면 한 장면 곱씹으며 보는 재미가 있던 영화였습니다. 해, 산, 바다를 표현하는 여러 소품과 조명 등을 표현하는 여러 장면 속 이미지와 편집이 이 영화 속 사랑이야기를 더 안타깝고 우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영화 속 샷의 전환에 유의하며 보신다면 이 작품이 얼마나 치밀하게 이미지를 짜깁기했는지 아시지 않을까 합니다. 아름다운 건축물이나 묘사가 뛰어난 미술품을 보는 것과 같은 재미가 있거든요.




캐릭터라이징 : 죽음으로 완연해진 두 사랑의 동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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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산오와 오가인, 서래와 해준. 거울과 같은 두 커플의 사랑.


본격적으로 영화 내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여러 커플이 나옵니다. 최대 5개의 커플이 나오는데요. 우선 서래♡전 남편(기도수), 서래♡남편(임호신), 서래♡해준이 있으며, 해준♡아내(정안)가 나오죠. (이주임과 정안의 관계는 커플로 보지 않았습니다.)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소 생뚱맞을 수 있는 커플. 홍산오♡오가인이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홍산오와 오가인 커플은 영화 속 주인공 서래와 해준의 관계와 닮아있습니다. 하나는 둘의 사랑의 형태가 유사하다는 점입니다. 사랑의 끝을 죽음으로서 마무리한다는 점, 서로에게 상대가 있는 기혼자임에도 사랑을 나눈다는 점일 것입니다.


홍산오는 오가인 때문에 죄를 저지릅니다. 여기서 형사인 해준이 홍산오를 검거하기 위해 나누는 대화가 인상적입니다. "사실 나도 좋아하는 여자가 있거든"라고 말하죠. 여기서 나누는 대화는 해준이 검거를 위해 송산오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끝까지 함께하다 보면 해준과 서래의 사랑의 형태와 홍산오♡오가인 커플의 이야기가 겹쳐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서래는 해준에게 영원히 기억되기 위해 자살을 선택하고, 홍산오는 오가인에게 사랑을 전하며 자결하죠. 두 사랑의 결말이 죽음이라는 점, 상대가 있는 이를 사랑한다는 점, 두 커플의 결말은 죽음으로 완전해진다는 점이 인상적이죠. 그렇기에 영화의 제목인 <헤어질 결심>이 단순히 해준과 정안, 해준과 서래의 이별로 해석되지 않고, 사랑을 위한 이별, 죽음을 향한 결심 등 다양한 층위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클로즈업과 시점쇼트 : 이 영화에서의 사랑 = 당신의 눈에 담기는 것.
종결을 위한 미결. 영원한 사랑을 위해 헤어질 결심.
common_(9).jpg?type=w1 죽은 자의 눈에 담기는 것. 눈에 영원히 각인될 무언가.

이 영화에서는 매우 독특한 쇼트가 있습니다. 바로 살해된 피의자들의 시선을 보여주는 시점쇼트입니다. 여기서의 시점쇼트들 모두 해준의 모습을 비추죠.


우선, 영화의 첫 살인사건 기도수의 눈을 잡는 클로즈업을 시작으로 연결되는 장면은 위에서 내려보는 해준의 모습이며, 서래의 두 번째 남편 임호신 살인사건에서 고개가 꺾여 죽음을 맞이한 임호수의 시선을 보여주죠. 여기서의 시점쇼트 또한 비슷듬하게 꺾인 그의 고개처럼 앙각으로 해준을 비추죠.


이 장면들의 의미를 설명하기 전, 주목할 해준의 대사가 세 개 있습니다."나도 언제나 똑바로 보려 노력해요.", "현장에서 시신들 보며 절반쯤은 눈을 뜨고 있는데요. 그 눈이 마지막으로 봤을 범인을 꼭 잡아야겠다고 약속해요." 마지막으로 "나는 완전히 붕괴됐어요"라는 대화를 서래와 나누죠.


이 영화는 수사극이라는 외양을 지니고 있습니다. 범죄수사극이기에 주인공 해준은 유능한 형사로 나오죠. 그러나 서래를 사랑함으로써 형사로서 해온 다짐과 자부심을 지키지 못합니다. 해준은 그녀가 기도수를 죽인 증거를 서래에게 넘기게 되니까요.


정리하려 말씀드리자면, 위 장면들의 의미는 해준의 변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연결된 플롯이라고 생각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형사로서의 직업의식 보다 너무 커져버려 무너져버린 해준의 사랑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처음 나온 피해자의 시점 쇼트는 위에서 곧게 올려다본 모습인데 반해, 마지막 시점쇼트는 기울어진 앙각(더치앵글)으로 찍힌 점, 서래를 위해 직업의식과 직업윤리를 저버리고 이포로 내려온 추락의 이야기라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영화 속에 범인이 마지막으로 보는 시선에 서래가 항상 담겨있다는 쇼트가 모두 담겨있다는 점에서 그렇게 생각합니다. 피해자가 응시하는 모습의 변화상에서 해준은 이미 신뢰할 수 없는 나약한 인물이 되어버린 것이죠.


그렇기에 그 장면들의 연결의 의미는 매번 안약을 넣고 사건을 바로 보려 하지만, 그는 직업인으로서도, 남편으로서도, 서래와의 사랑에 있어서도 이제 완전히 붕괴된 나약한 인간이 된 해준의 모습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해준은 그들처럼 서래의 모습을 영원히 볼 수 없게 됐으니까요.





플롯과 장르적 재미 : 수사와 관음, 의심과 사랑 사이에서
박찬욱의 흥미는 '모순'에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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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을 빗댄 관음, 수사물의 외피를 지닌 멜로영화. <헤어질 결심>


저는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를 더 좋아합니다. 대중영화에서 추구할 수 있는 예술성의 첨단에 있다는 생각이 매번들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구성하는 플롯과 편집에서 뛰어난 우아함이 매번 비춰보이기에 그렇습니다.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 <올드보이>, <아가씨>, <박쥐>, <스토커> 모두 감독 특유의 우아함이 담겨있습니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조금 독특하니 논외로..)


또 다른 매력으로는 아이러니를 다루는 점이 매우 재밌습니다. 여기서는 봉준호 감독님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하는데요. 인간의 모순된 지점 또는 사건의 모순을 자주 다룹니다. 영화 <박쥐>에서는 뱀파이어가 된 신부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 <올드보이>와 <복수는 나의 것>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전환 등을 다루고 있죠. 영화 <헤어질 결심> 또한 아이러니를 담고 있습니다. 바로 용의자와 형사와의 사랑이야기를 그린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죠.


여기서 우리는 기시감과 함께 묘한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이질적인 것에 우리들은 흥미를 느끼니까요. 범인과의 형사의 사랑. 수사를 위해 서래를 감시하는 해준의 모습에서 로맨스를 느끼게 하는 샷들, 수사를 위해 한 의심과 쌓아온 시간이 사랑으로 전환되는 지점 등 박찬욱 감독의 영화 속 모순은 우리를 영화 끝까지 끌고 가는 마법을 매번 선사하는 것 같습니다.


수사극에서 범인과의 멜로라니 발칙하지 않나요?




완성도 높은 각본 : 마침내, 미결로 영원히 완전해진 사랑.


결국,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이야기가 중요했다. 연출은 전달하기 위한 도구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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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결로 완성되는 사랑이라..

해준과 서래는 서로 닮았다고 생각하지만 사랑하는 방법이 다른 사람입니다. 용의자와 형사라는 상반된 그들의 입장만큼이나 사랑을 하는 방법이 남다른 사람들이죠.


해준의 캐릭터를 조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 영화의 첫 장면은 J컷으로 총소리를 들려주며, 사격연습을 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여기서 대화가 특이하죠. "살인 사건이 뜸하네. 요즘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라는 대화를 후배 형사와 나누죠. 사실 이 말은 매우 이상한 말이죠. 이 말의 의미를 곱씹어보면 그는 마치 사건을 기다리는 사람과 같죠. 또 다른 장면 중 하나는 작 중 이포로 내려와 생선을 손질하는 장면 이후, 아내 정안은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전합니다. "여보. 축하해. 살인 사건이래." 여기서 전환되는 샷은 경쾌하게 신발을 신는 해준의 발을 잡으며 시작되죠.


해준은 폭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형사라는 직업에서 해소를 하고 즐거움을 얻는 사람입니다. 그는 불면증이라 하지만 마치 즐기기라도 하듯 그는 사건에 매번 매몰되어 쫓아다니죠. 이는 즐겁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기본적으로 싫다면 피하는게 인간이니까요. 그렇기에 해준에게 미결된 사건들은 그를 잠 못 이루게 하는 일입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아내(정안)는 남편에게 불온함과 거리감을 느끼고, 서래는 스스로가 해준의 미결된 사건이 되어 해준에게 영원한 사랑으로 남으려 하죠.



결말과 총평 : 문학작품을 보는 듯한 박찬욱 감독의 순도 높은 사랑 영화.
팜므파탈과 수사극이 인도하는 처연한 멜로영화.
common.jpg?type=w1 초록색 파도 또는 산으로 보이는 여러 소품들

<헤어질 결심>은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 색채를 활용한 여러 메타포(초록색 산 또는 바다), 산으로 시작하여 바다로 끝나는 작 중 배경, 서래의 옷의 변화(빨간색과 초록-파랑), 둘의 사랑을 그리는 플롯, 장르 속 장르(수사물 <로맨스), 모순으로 만드는 매력적인 인물 설정, 꼼꼼한 조연 캐릭터 설정(상반된 후배 형사 캐릭터들은 해준의 변화상을 보여주죠.), 변태적으로 느껴지는 편집, 흥미로운 샷들(해준-서래의 취조장면. 거울 옆에서 미디엄 쇼트에서의 두 인물의 대화에 따른 포커스 변화를 주목하면 재밌습니다.)까지 모두 영화를 뜯어보는 즐거움이 뛰어난 작품입니다. 연출적으로 보면 그렇죠.



하지만, 가장 뛰어난 지점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굳이 사랑한다는 표현이 아닌 행동과 뉘앙스로 진실된 사랑을 그린다는 점. 살인사건이 농도 짙은 사랑으로 변주되는 점. 해준의 사랑을 깨달은 서래의 자결이 결국에는 영원한 사랑으로 완결되었다는 점에서 어려운 감정이 막을 수 없는 물이 밀려오듯 우리를 잠식시키죠. 미결을 통한 영원에 이르는 사랑이야기니까요.


박찬욱 감독님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이 더욱 기대되는 것 같네요.


영화 <헤어질 결심>은 현재 극장과 넷플릭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9)

미결로 만드는 영원한 종속, 가혹하지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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