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펙트 데이즈> 리뷰.
내게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인생의 부박함을 응시하는 동시에 일상 중 스치는 작은 행복에 대해 짙은 농도의 볕으로 재조명하는 작품이다 그렇기에 하루가 고단하고 힘이 든 관객일수록, 마음 깊은 곳에 도달하는 작품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 작품의 카메라는 1.33:1의 좁은 화면으로 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야쿠쇼 코지)의 일상을 따라간다 히라야마는 이른 새벽 낙엽을 쓰는 빗자루 소리와 푸르슴히 창을 비추는 여명을 알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자던 이불을 개고, 부스스해진 외모를 다듬고, 키우는 나무들에 물을 준다 그러고는 'The Tokyo Toilet'이란 글자가 새겨진 허름한 작업복을 입고 문 밖을 나선다 그러고는 아직 해가 보이지 않는 푸르스름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출근을 한다 약간의 미소, 커피와 노래를 곁들여서. <퍼펙트 데이즈>는 히라야마의 일상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마치 <패터슨>이 떠오르는 영화 속 일상은 반복되는 삶의 안정감을 전한다
그의 직업은 공공 화장실 청소부다 이른 새벽 작은 차를 타고 화장실에 도착해서 하는 행동은 마치 리듬을 타는 연주자처럼 매우 정돈 되어있다 내게 그 장면들은 운율감 마저 있어 보인다 '착.착.착' 그가 얼마나 이 일에 숙달되었는지 보여주는 동시에 흐믓한 안정감을 준다 매일 더러워지는 화장실을 항상 열심히. 그리고 숙달된 모습으로 반복하는 모습에서 성실함과 정직감이 비춰보이기 더욱 그렇다 더군다나 남들이 쉬이 무시하는 청소부라는 일을 하고 있기에 더더욱.
매일 벤치에 앉아 먹는 샌드위치와 우유 그때마다 찍는 필름사진들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내는 목욕탕, 바삐 움직이는 역 안에서 마시는 한 잔의 술,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마무리하는 하루까지. 언듯보면 별거 아닌듯한 일상으로 보이지만, 내게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으로 여겨졌는데 일상 속 '지금'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아름답기 때문이었다 그는 반복되는 일상을 온전히 주체적으로 사랑한다 매일 미소지으며 올려다 보는 하늘, 낙엽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보며 먹는 점심, 익명의 누군가와 하는 소소한 빙고게임, 개운하게 피곤함을 씻어내는 목욕탕 등등 그는 하루하루를 즐겁고 충만하게 대한다 그 일관된 태도로 조명하는 것이 '일상'만이 아닌 마주치는 순간들을 소중히 대하는 마음이기에 이 작품이 더욱 짙은 농도로 우리의 마음에 스민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출은 두 가지. <패터슨>이 떠오르는 디졸브 연출과 빛이다
영화 <패터슨>은 버스기사인 패터슨(애덤 드라이버)의 일상을 그린다 시를 쓰는 것이 취미인 그는 매일 같은 버스 노선을 주행하며 마주한 인상적인 일순간을 시로 쓴다 이때 영화는 그가 시상을 떠올리는 순간을 디졸브로 연결한다 몽환적인 시상의 순간을 디졸브로 연결하는 연출은 무엇보다 영화적인 순간으로 재창조된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서도 그러한데, 주인공 히라야마(야쿠쇼 코지)가 꾸는 꿈을 보여주는 흑백색 디졸브 장면이 그러하다 재밌게 읽었던 책의 페이지, 나무 사이로 일렁이던 햇살 등 인상적이었던 하루를 <패터슨> 속 시상의 순간처럼 하루의 플래시백을 응축하여 보여준다 이는 그가 꿈을 꾸는 순간을 알리는 훌륭한 영화언어인 동시에 히라야마가 느낀 하루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좋은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 장면들의 의미는 '그가 느끼는 소소한 기쁨이란 이런거였어' 라는 이미지의 집합체이니까. 이는 오직 시네마만이 가능한 매우 영화적인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은 빛이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서 가장 주목해볼만한 지점은 빛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영화 속 카메라는 시종일관 3인칭 보다는 가깝게 그러나 1인칭 보다는 다소 멀게 히로야마의 삶을 관찰한다 그렇게 가깝지만 다소 먼 시선으로 담겨진 것은 나무 사이로 슬며시 비추는 빛을 좇아 부박한 하루를 견뎌내는 그의 발버둥이었으며, 일상을 뒤흔드는 주변이들의 비속함에도 다시금 애써 웃으며 삶의 공백을 매우려는 아름다운 그의 태도였다 그렇기에 좁은 화면 안에 담긴 그의 얼굴 위 스산히 비치는 빛. *코모레비의 집합들은 형언할 수 없는 응원의 힘을 전한다.
인생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삶 속에 시리게 침투하는 비속함과 좌절감이 우리를 항시 힘들게 하니까. 그래도 지금 하늘을 올려다보면 은연히 비추는 햇살이 알 수 없는 힘을 채워주듯 지금 눈 앞에 있는 작은 기쁨을 힘껏 붙잡아보자 그것이 이 영화의 마지막. 복잡다단한 얼굴 위 강렬히 쏟아지는 햇볕 위로 비치는 감정이 고통만이 아닌 '그래도'라는 작지만 묵직한 응원이었으니까. 그러니 지금 마주하는 일상 속 행복을 찾아 애써 웃어보자 아니면 지금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도 좋고
★★★★(8)
새어나오는 빛으로 소묘한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