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조슈아 트리 아래서 찾으려 했던
우리는 델마와 루이스가 된 것처럼, 그래서 우리에게 남은 건 딱 오늘뿐인 것처럼 달렸다. 도심에서 멀어질수록 황량한 대지가 우리를 향해 걸어왔다. 광활하다는 단어로는 부족한, 망망대해처럼 드넓은 황야는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을 양분하는 두 개의 사막이 마주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공원을 반으로 딱 접어, 동쪽으로는 저지대의 덥고 건조한 콜로라도 사막이, 서쪽에는 보다 고지대의 습도가 높은 모하비 사막이 있기 때문이다. 선인장을 먹는 사막큰뿔양이 산비탈에 서서 내려다보는 모래빛 황야의 풍경이라니. 두 개의 사막이 만나 탄생시킨 신비로운 모습이다. 그리고 두 사막이 만나는 어느 지점에, 천년을 사는 선인장이 있다.
갓길에 차를 세웠다. 차문을 활짝 열어, 차 안을 채우던 노래를 황야에 풀어놓았다. 바람을 타고 떠다니던 노랫말이 우리에게 돌아와 다시 말을 걸었다. 저 멀리로 ‘달려도 보고, 기어도 보고, 벽을 오르기도 했지만 여전히 내가 원하는 것을 찾지 못했다*’고 너는 어떠냐고.
* U2,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 가사
그러자 곧 영화와 같은 노란 황야의 풍경이 우리를 부추긴다. ‘계속해서 가보자고*’, 포기하지 말자고, 방랑하는 모두는 죄가 없다고. 하지만 노래가 끝나자 순식간에 사방이 고요해졌다. 인정해야 할 순간이었다.
* 영화 <델마와 루이스> 대사
우리 눈 속에 비친 바위와 우리를 휘감은 가시의 노래도, 끝이 없을 것만 같은 두 사람의 여행담도 언젠가 끝나고야 만다는 것을. 나는 찔끔찔끔 새어 나오는 눈물을 꽉 잠그며 선인장처럼 굴려 애썼다.
국립공원 내의 캠핑장은 9개는 이미 만실이었다. 하지만 운 좋게 공원 끝자락에 위치한 숙소를 하나 발견했다. 조슈아 트리로 둘러싸인 캠핑 트레일러에서 밤을 보낼 수 있는 근사한 숙소였다. 비행기와 미니 버스의 중간쯤으로 생긴 캠핑 트레일러, 에어스트림의 은빛 비늘이 한껏 늘어진 햇볕 아래서 반짝이고 있었다.
K와 나는 트레일러 앞에 마련된 해먹에 누워 느릿느릿 일몰을 기다렸다. 뾰족한 죠슈아 트리 가시 위로 여러 색의 물감을 머금은 풍선 같은 햇볕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선인장 가시에 닿기 무섭게 터져버린 풍선 덕에, 하늘은 온통 주황색으로, 분홍색으로 물들었다.
마른 모래 바람이 부는 투박한 땅 위로, 태양의 분홍 그림자가 커튼처럼 길게 늘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내내 말이 없었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 우리 둘 뿐이었던 캠프 사이트에 멋스럽게 스티커가 붙은 사륜구동 차량이 들어섰다. 아무렇게나 붙인 스티커가 어쩌면 저렇게 멋있을 수 있는지 놀라웠다. (내가 붙였다면 분명히, 꼬질꼬질한 중학생 연습장처럼 보였을 텐데)
허리만큼 높은 바퀴에서 점프하듯 뛰어내린 커플은 그보다 훨씬 멋졌다. 늘어진 티셔츠에 보기 좋게 흐트러지는 갈색 머리, 땀에 젖은 낡은 헤어밴드가 그들이 우리의 좋은 술친구가 되리라는 확신을 주었다. 두 사람 역시 또 다른 다른 델마와 루이스였으니까.
*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행이 나한테 이럴 수가] 출간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