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불확실이 없는 공이었다. 그런 놀이를 떡갈나무로 가려주지 못해 정말 미안했다. 새의 이마를 소전(小傳)의 이야기로 두드리면 지치지 않고 밤이 불어왔다. 나는 분하게 짧아져가는 얼음이었다. 거기서 나는 이미 없어진 말이 다시 길게 차오르는 예절을 배웠다. 불확실의 공은 잠시 피부에 와서 광물의 꿈을 꾼 것일까? 쇳가루처럼 너에게로 날아 골격을 재설계하는 꿈을 꾼다.
조연호 시집 유고(遺稿) 중 <술래잡기 후의 고독> 일부
죽은 직녀가 남긴 밤의 길쌈은 길게 떠난 여행이 환히 불 켜진 양친의 집이라는 생각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에 비하면 나의 우주인은 1개월에 1궁씩, 혼자 두는 체스에서 지친 말을 따라 걷고 있었다. 고독은 왕처럼 모든 칸을 앞서가고, 각자의 젊은 시절은 관악기에 붙은 오래된 금속판처럼 입술 위에서 얇게 떨렸다.
같은 시집 <우주 에세이>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