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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위나 Nov 06. 2020

이생망이니 다음 생엔 문과에 도전...






   세계는 불확실이 없는 공이었다. 그런 놀이를 떡갈나무로 가려주지 못해 정말 미안했다. 새의 이마를 소전(小傳)의 이야기로 두드리면 지치지 않고 밤이 불어왔다. 나는 분하게 짧아져가는 얼음이었다. 거기서 나는 이미 없어진 말이 다시 길게 차오르는 예절을 배웠다. 불확실의 공은 잠시 피부에 와서 광물의 꿈을 꾼 것일까? 쇳가루처럼 너에게로 날아 골격을 재설계하는 꿈을 꾼다.
         조연호 시집  유고(遺稿) 중 <술래잡기 후의 고독> 일부



 




조연호의 시집을 봤다.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그동안 나만의 시를 써왔지만

그건 도대체 무얼까 고민을 했다.

서랍에 있던 시들을 발행해왔었는데

이제 서랍을 뒤적거리는 것이 망설여졌다.

조연호 시인의 젊은 날의 시들도 찾아보았다.

그리고 나의 젊은 날을 생각해보았다.

나는 그 시절에 시를 쓰지 않았다.

지나가버린 시절을 질투한다.

마음속 길 잃은 퍼즐 하나

내려놓는다.


      






브런치에서 어떤 시집을 알게 되었다.


https://brunch.co.kr/@minamworldone/47



아무것도 모른 채 무작정 사 읽었다.

단어와 단어들을 문장으로, 문장과 문장들을 산문시로 직조하는 시인은 우주에서 베를 찌는 직녀를 연상케 다.

그는 그곳에서 평온할까...




죽은 직녀가 남긴 밤의 길쌈은 길게 떠난 여행이 환히 불 켜진 양친의 집이라는 생각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에 비하면 나의 우주인은 1개월에 1궁씩, 혼자 두는 체스에서 지친 말을 따라 걷고 있었다. 고독은 왕처럼 모든 칸을 앞서가고, 각자의 젊은 시절은 관악기에 붙은 오래된 금속판처럼 입술 위에서 얇게 떨렸다.

같은 시집 <우주 에세이>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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