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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위나 Feb 14. 2021

동그랑땡







김밥은 소풍날에만 먹을 수 있었고

동그랑땡은 명절에만 먹을 수 있었다.



일을 하시던 엄마는 명절에도 일을 하신다.

친구들과 놀다가 캄캄해서야 들어온 나는

무표정한 엄마의 옆에 앉아 동그랑땡을 빚는다.



"여러 번 치대야 갈라지지 않고 모양이 예쁘다"

철썩철썩 찰지게 치대어 놓은 고기 반죽 조금 떼어

두 손바닥으로 동글동글, 꾸욱 

하얀 밀가루 입혀 계란물에 쏘옥

후라이팬에 자글자글



하루 종일 놀다 허기진 딸은 몰래 동그랑땡 하나 입에 넣고

할머니 보실까 눈치 보면서 아무 말 않던 엄마는

밀가루 묻은 손을 살살 터시곤 했다.



명절 반찬가게에서 부침개 세트를 집어 든다.

동그랑땡이 많은 세트를 집어 든다.

여러 번 치댄 흔적이 없는 동그랑땡을 바라보며

역시 며느리가 사 온 부침개를 제사상에 올리실 친정엄마를 떠올린다.



"여러 번 치대야 모양이 예쁘지."

"나는 왜 엄마처럼 안되지?"

"너도 나중에 잘하겠지."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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